법원, 'KBS 이사 임명 효력 집행정지 신청' 기각
법원 "이미 새 KBS 이사들 임명 5개월… 여러 사안 의결"
KBS 야권 이사들 "심문절차 지연시킨 대통령실과 방통위에 분노"
법원이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결한 KBS 이사 임명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KBS 전·현직 이사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1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을 결정했다.
해당 집행정지 사건 재판 절차는 배정된 재판부에 대해 방통위가 기피신청을 제기하며 약 6개월 간 미뤄진 바 있다. 결국 지난 5일에야 처음이자 마지막 심문기일이 열렸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미 새로운 KBS 이사들이 임명돼 그 직무를 수행한지도 약 5개월 이상 경과해 이사회가 KBS에 관한 여러 사안에 대해 의결했다”며 “현 시점에서 임명 효력을 정지하는 건 KBS 이사회의 대내외적 법률관계에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게 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던 KBS 전·현직 이사 5명은 “유례없는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6개월이나 집행정지 가처분 심문을 지연시킨 대통령실과 방통위에 분노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 당일인 지난해 7월31일 김태규 부위원장과 둘이서만 전체회의를 열어 KBS 이사 정원 11명 중 7명만을 후임자로 선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이들 후임 이사들을 임명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당시 야권으로 분류되는 KBS 이사 5명 중 조숙현 이사만을 전임자로 분류하고 7명의 여권 추천 이사만 추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방통위는 나머지 후임 인사에 대해선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혀 야권 이사 중 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 이사 등 4명의 임기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8월27일 KBS 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 이사와 조숙현 전 이사 등 5명은 방통위와 대통령을 상대로 신임 KBS 이사 임명처분의 무효를 요구하는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법적으로 보장할 합의제 행정기구인데, 대통령이 지명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명이 새 이사를 추천한 것은 법적 정당성이 없는 원천무효 행위라는 게 주요 취지였다.
재판부는 방통위의 KBS 이사 추천 의결에 대해 “대통령에게 후임자를 천거하는 행위일 뿐이어서,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으로 변동을 일으키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방통위 ‘2인 체제’ 의결 위법 여부에 대해선 “법원이 법률관계 내지 사실관계에 대해 일치하거나 확립된 법리를 밝힌 바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그러면서 “방통위 위원 2인에 의한 추천 의결이 위법하다는 건 임명 처분의 절차적 하자에 불과하다고 할 것인데, 대통령의 임명권의 넓은 재량 범위 등을 고려하면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KBS 전·현직 이사 5명은 법원 결정에 대해 입장을 내어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진숙, 김태규 2인 상임위원 체제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불법적 조처라는 사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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