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사장 선출기능 분리... 내부 견제장치 법제화 목소리도

16일 '현장에서 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평가' 토론회
지난 연말~최근까지 방송3법 각 12개씩 36개 개정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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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이른바 ‘방송3법’을 재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현업언론단체들이 법안의 쟁점을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현업언론단체 주최 토론회에선 지난해 연말부터 발의된 방송3법을 두고 어떻게 하면 법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강아영 기자

1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현업언론단체 주최 토론회에선 지난해 연말부터 발의된 방송3법을 두고 어떻게 하면 법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토론자들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합리적인 이사회 구성 방안과 함께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한 법적 장치 마련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준형 전국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현재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3개 법률에 대해 각 12개씩 총 36개의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라며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 큰 방향이 있다고 한다면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생각한다. 첫 번째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 완화, 두 번째는 시청자 주권과 공영성 확보, 세 번째는 실질적인 보도·편집·제작 자율성의 확보”라고 말했다.

12명의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12월18일부터 이달 8일까지 방송3법을 잇달아 발의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큰 틀은 같지만 이사 수와 그 구성 등 세부 내용은 의원별로 제각기인 안들이었다. 이준형 위원은 “21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자는 기존 개정안과 달리 11~15인, 그 중에서도 13인 안이 대부분이었고, 국회 추천 몫은 최소 3인에서 최대 13인까지 평균 6인 정도였다”며 “현업인 추천도 최소 1인에서 최대 3인까지였는데 크게 임직원 투표 및 추천, 교섭대표 노동조합 추천, 직능단체 추천으로 구분됐다. 직능단체 추천보다는 임직원 투표 및 추천이나 노조 추천이 개정안의 주류였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들은 다만 개정안 중 국회 몫이 지나치게 늘어난 데 대해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은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이니 법적으로 명문화해 비율을 두고 추천권을 보장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두 법안, 이를테면 한민수 의원안만 보면 국회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하자고 한다. 이럴 경우 현행 제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대립의 재현을 해결하지 못하고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도 “몇몇 법안들이 7:6, 5:5 이런 식으로 그동안 법안에 드러나지 않았던 정치권 지분을 아주 공식화하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며 “그런데 저는 12월3일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본다.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대통령이 총칼 든 계엄군을 국회에 보냈고, 그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정치 세력이 국회 의석의 3분의 1을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7:6, 5:5 이런 식으로 법안을 만들면 향후 정치적 독립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의 경계선이 헌법이냐 반헌법이냐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신중론도 있었다. 김재영 한국PD연합회 회장은 “정치적 후견주의가 항상 문제가 된 것은 아니”라며 “공영방송은 국민의 재산이고 지배구조가 공적이어야 하는데, 사실은 국회나 대통령 같이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얻어진 권력 외에 국민의 재산을 어느 집단에 맡겨야 하는지 뾰족한 수가 있는가. 저는 약간 회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 국면 다가와... 상반기 안에 일 마무리해야"

이 같은 회의론은 현업인 추천과 관련해서도 제기됐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추천 단체가 다양화됐을 때 단체 내부적으로 얼마만큼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사람들이 추천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이런 우려는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특히 KBS만 놓고 봤을 때 공영방송 내부서 이사와 사장 추천에 개입하게 되면 하나의 정치 투쟁의 장으로 변질된다든지 굉장한 내홍에 빠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내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권한 보장이 이뤄질 때 아무리 추천 주체를 다양화 하더라도 정치적 후견주의를 근본적으로 제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구성원들의 다양한 참여 방식을 제안했다. 이호찬 본부장은 “현재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사장 후보자 모두를 심사하게 돼 있는데 그걸 3배수나 5배수로 추리는 게 맞다 생각한다”며 “그것을 기존 이사회라든지 아니면 직원들이 참여해서 후보군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이 과하다면 이사회에서 추리고 사추위 단계에서 직원들의 평가를 절반 정도 반영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기능과 사장 선출 기능을 완전히 분리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윤창현 위원장은 “이사회에서 정치적 후견주의를 100% 배제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중지가 모아지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집행이사회로서 이사회의 기능과 사장 선출 기능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시민과 종사자들이 함께 사장 선출 과정에 참여하고, 이사회가 그 사장을 견제하도록 하는 제도의 구성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현업언론단체 주최 토론회에선 지난해 연말부터 발의된 방송3법을 두고 어떻게 하면 법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강아영 기자

토론회에선 이사회 구성 못지않게 편성규약과 임명동의제 등 내부 견제장치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국영상기자협회를 대표해 나온 윤성구 KBS 기자는 “정치적 후견주의가 없어지기 힘든 상황에서 오히려 내부적인 견제 장치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KBS의 경우 박민 사장이 들어온 이후 편성규약과 단체협약이 무력화된 지 한참 됐다. 편성규약을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하자는 의견도 나오긴 하지만 그건 너무 과도한 것 같고, 과태료 처분만 충실히 해도 재허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방송사업자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토론회 참석자들은 법 개정이 시급한 과제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이 문제를 4년 동안 앞장서서 끌고 온 사람의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과 조건을 보면 감회가 좀 있다”며 “현업언론단체들이 이런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출하는 정도로 그치면 일이 안 될 거라는 점을 강하게 말씀드리고 싶다. 또 조기 대선 국면이 다가오면서 법안 처리 시기를 포함해 정치적 셈법들이 이미 작동하고 있는데, 민주주의 파괴와 공영방송 장악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반기 안에 이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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