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방통위' 추천한 KBS 이사 임명무효 가처분 '지각' 심리
방통위 재판부 기피신청 탓… 이사 임기시작 5개월만 첫 심문
방통위 측 "이진숙 탄핵 기각으로 2인 체제 위법성 해소" 주장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에서 의결한 신임 KBS 이사 선임은 무효라며 KBS 전·현직 이사 5명이 제기한 집행정지 사건의 첫 심문이 5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8월27일 집행정지를 신청한지 5개월여 만에 열린 심리였다. 해당 집행정지 사건을 배정받은 재판부에 대해 방통위가 제기한 기피신청이 기각됐으나 이에 불복한 방통위의 항고, 재항고까지 이어지며 재판 절차가 시작도 못하고 계속해서 미뤄진 탓이다.
이날 심문에서 신청인인 KBS 전·현직 이사 측은 재판부에 방통위의 기피신청으로 인해 재판이 지연된 점을 감안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그런 사정은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통위의 ‘시간 끌기’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지난해 8월29일 방통위는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음”을 이유로 서울행정법원 제12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방통위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신임 이사 임명 효력을 정지하라고 결정한 재판부인데 당시 방통위는 기피신청 관련 보도자료를 내어 제12재판부에 대해 “방문진 이사 집행정지 사건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함에도 인용 결정을 했다”며 “본 사건에서도 그와 같은 예단을 가지고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이유로 기피신청 했다”고 밝힌 바 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서울고등법원은 기피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고, 방통위는 재항고까지 했지만 돌연 1월15일 대법원에 신청 취하서를 제출해 기피신청을 철회했다. 집행정지 심문 절차와 결정이 연기되고 있는 사이, 방통위 ‘2인 체제’ 의결로 추천·임명된 신임 KBS 이사들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기피신청 취하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5일 성명을 내어 “집행정지 신청이 지금까지 하세월 한 건 방통위의 시간 끌기용 시비걸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시간이 늘어지는 사이 KBS는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2인 체제 방통위가 추천해 임명된 7인의 이사들은 거수기를 자처했다”며 “명품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라 축소하며 윤석열과 김건희에게 아부한 박장범을 공영방송 KBS의 사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취임 당일인 지난해 7월31일 전체회의를 열어 KBS 이사 정원 11명 중 7명만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고, 대통령은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에 야권으로 분류되는 KBS 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 이사와 조숙현 전 이사 5인은 그해 8월27일 방통위와 대통령을 상대로 KBS 이사 임명처분의 무효를 요구하는 취소 소송과 함께 이사 추천 및 대통령 임명안 재가에 대한 효력 정지를 구하는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5일 집행정지 사건 심문에서도 방통위 2인 체제 의결 위법성 여부를 두고 양측의 주장이 오갔다. 특히 방통위 측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기각 결정으로 2인 체제 위법성이 해소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탄핵 심판에서 헌법재판관 8인 판단은 기각 의견 4인, 인용 의견 4인으로 갈렸다. 탄핵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6인 찬성)에 이르지 못해 기각 결정을 내린 건데, 특히 탄핵소추의 주된 사유인 2인 체제 의결에 대해서도 재판관 판단은 절반으로 나뉘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5일 성명에서 “탄핵 기각 결정이 2인 체제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란 말”이라며 “이진숙은 헌법재판관들의 판단이 4대4로 갈려 겨우 자리를 보전했음에도, 마치 헌재가 자신이 벌인 불법적 의결에 대해 합법성을 부여해준 것 마냥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절차를 종결하기로 하고, 양 측에 오는 12일까지 서면을 제출하라고 했다. 집행정지 결정은 법원 인사가 예정된 오는 20일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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