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 사망 의혹 조사위 구성… "진실규명 노력"
앞서 "직장내 괴롬힘 신고 뭉갰다" 지적에 "사실무근" 대응
2차 가해·책임 회피 비판에... 외부 위원 등으로 조사위 구성
언론시민사회 "방송사 비정규직 불합리한 고용 구조 살펴야"
지난해 9월 명을 달리한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방송계 비정규직 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MBC가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발표했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방송사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3일 성명을 내고 “열악한 노동환경과 위계적인 조직문화는 MBC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방송사의 기상캐스터, 아나운서, VJ, 방송작가 등 수많은 비정규직들이 겪는 일”이라며 “방송 비정규직 문제는 정권을 가리지 않고 계속된 방송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지만 항상 문제 해결의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MBC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고인이 처했던 불합리한 고용 구조에 대한 문제를 성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는 오랜 시간 MBC에서 일했지만 정식고용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노동권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MBC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기상캐스터를 포함한 방송사 내 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상시적 노동을 요구하면서도 고용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들을 프리랜서로 분류해왔다. 이러한 불합리한 고용구조가 유지되는 한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매일신문은 고인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를 통해 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고인이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매일신문은 “오요안나씨가 남긴 녹음 파일과 카카오톡 대화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며 “하지만 MBC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MBC는 그러나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MBC는 1월28일 입장문을 내고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 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며 “‘고인이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면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저희에게 알려주시기 바란다. 동시에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언론시민사회단체는 그러나 이는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일 성명에서 “MBC는 용납할 수 없는 가해와 책임 회피의 언어들을 나열했다”며 “MBC는 직장 내 괴롭힘의 발생 여부에 대한 인지, 이에 따른 후속 대처 등 필요 조치는 물론 지난해 9월 고인이 사망한 후 이렇다 할 내부조사도 진행한 바 없었다. 고인과 유족에게 가한 모욕적 언사, ‘세력’ ‘준동’ 운운한 2차 가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유족이 원하는 투명한 방식으로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는 3일 법무법인 혜명의 채양희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법무법인 바른의 정인진 변호사를 외부 위원으로 하는 진상조사위를 구성했다. MBC 내 인사 고충 담당 부서장과 준법 관련 부서장 등 내부 인사 3명도 위원으로 참여한다. 진상조사위는 5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MBC는 “채 변호사와 정 변호사는 각각 검사와 판사 출신으로, 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MBC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조사 과정에서 유족들과 최대한 소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납득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유족들이 추천하는 인사를 위원회에 추가 참여시키는 방안도 적극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