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 직장내 괴롭힘 의혹... "진상조사 필요"
[고 오요안나 유족, 23일 동료직원 등에 손배소]
매일신문 "고 오요안나씨 유서에 직장내 괴롭힘 내용" 보도
MBC "고인, 회사에 고충 신고했다면 당연히 조사 했을 것"
언론노조 MBC본부 "진상조사 필요, 구조적 문제도 살펴야"
지난해 9월 사망한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상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조합은 현재 고인의 사인과 관련, 여러 논란이 일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상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이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제대로 진행됐는지 규명하는 것은 물론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의 업무에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본부는 다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접근에 대해선 자제를 당부했다. MBC본부는 “아직 사실관계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확증과 억측은 정확한 진상조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이는 고인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음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무관한 여러 관계인들에게도 커다란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로서 슬픔을 함께 한다”며 “다시는 이 같이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하고 안전한 업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매일신문은 27일 오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유서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2021년 5월 기상캐스터가 된 오씨가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매일신문은 “유서에 따르면 먼저 입사한 한 동료 기상캐스터는 오보를 내고 오씨에게 뒤집어씌우는가 하면 또 다른 선입사 동료는 오씨가 틀린 기상 정보를 정정 요청하면 ‘후배가 감히 선배에게 지적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했다”며 “오씨가 남긴 녹음 파일과 카카오톡 대화에 따르면 오씨는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MBC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MBC는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MBC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 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며 “MBC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프리랜서는 물론 출연진의 신고가 접수됐거나 상담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도 지체 없이 조사에 착수하게 돼 있다. 일부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고인이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면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저희에게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MBC는 최근 확인이 됐다는 고인의 유서를 현재 갖고 있지 않다”며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족 측은 앞서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인의 일부 동료 직원들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MBC에 사실관계 확인 요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조사하고 진정 어린 사과 방송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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