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마지막으로 전한 '약자와의 공존'... 기자상 특별상

고 김애린 기자의 따뜻한 시선, 투철한 사명감 기리려
KBS광주 동료들 '달팽이 붕어빵' 보도 이달의 기자상 출품
광주시의회, 보도서 제기된 '노점허가제' 본격 논의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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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고 김애린 KBS광주 기자의 마지막 보도 <달팽이 붕어빵>이 23일 열린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기자생활 6년, 고인이 받은 첫 기자상이다.

지난해 12월20일 KBS광주에서 보도된 <달팽이 붕어빵> 보도 화면. /강아영 기자

<달팽이 붕어빵> 보도는 고인이 생전 마지막까지 품었던 ‘사회적 약자와의 공존’이라는 문제의식을 잘 담고 있다. 취재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 문을 열었던 ‘달팽이 붕어빵’이 민원으로 이틀 만에 문을 닫게 된 사연을 계기로 시작됐다. 합법과 불법 사이, 그 사이에 필요할지도 모르는 공존을 고민하던 고인은 광주시의 무허가 노점 민원이 전년 대비 60% 늘었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불법 노점상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들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봤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취약계층의 생존권과 도시 질서 사이 균형점을 찾기 위해 GPS를 활용한 ‘광주 붕어빵 지도’ 제작 등 후속 취재를 계획했다. 휴가일이자 참사 다음날인 지난해 12월30일엔 두 번째 보도를 위한 인터뷰 약속을 잡아두기도 했다.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 유쾌한 태도가 눈부셨던 기자”

KBS광주 동료들은 누구보다 낮고 어두운 곳을 자주 조명했던 고인을 기리기 위해 <달팽이 붕어빵> 기사를 특별상에 출품했다. 동료들은 공적설명서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고인의 따뜻한 시선과 투철한 사명감을 기리기 위해 특별상에 출품한다”며 “고인이 특히 관심을 가졌던 문제는 이번 보도처럼 장애인과 노인,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노동자, 5·18 등이었다. 특히 이주노동자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이주노동자들이 밀집한 동네의 슈퍼마켓을 통해 그들이 처한 삶을 바라보고 이들에 대한 의식과 제도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보도를 계획했다”고 전했다.

23일 열린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에는 고인의 동생 김세형씨와 공적설명서를 작성한 김호 KBS광주 기자가 참석했다. 직전 사건팀장이었던 김호 기자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 또 유쾌한 태도가 정말 눈부셨던 기자였다”고 고인을 기억하면서 “안타까운 사고가 아니었다면 앞으로 더 큰 상도 받을 수 있었던 동료였다. 그의 정신을 기억하고 이어가자는 마음으로 출품을 결정했는데, 다행히 수상하게 돼 굉장히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인이 남긴 발자취는 동료들의 다짐이 되기도 했다. 김 기자는 “김애린 기자의 역할을 남은 동료들이 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일하겠다”며 “우리 가까운 이웃들이 참사의 희생자가 될 때까지 왜 관련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나 하는 개인적인 안타까움이 있다. 앞으로 잊지 않고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광주시의회는 고인이 마지막 보도에서 제기한 노점허가제 도입을 본격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과의 공존을 위한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개인이 겪고 있는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았던 고인의 노력은 그렇게 제도 개선의 단초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특별상을 수상한 고 김애린 기자. 김 기자의 동생 김세형씨(왼쪽 두 번째)가 대신 상을 수상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날 특별상은 고인의 동생 김세형씨가 대신 받았다. 김씨는 “오늘 오지는 못하셨는데 저희 엄마, 아빠 그리고 가족 분들이 이 수상 소식을 듣고 되게 기뻐했다”며 “우리 누나가 어렸을 때부터 상 받는 걸 되게 좋아했다. 집에 가면 메달부터 해가지고 상패가 많은데, 이 상을 보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누나가 보도하고 취재한 것을 요 며칠 밤사이에 잠이 잘 안 와서 보곤 했는데, 참 많은 위로가 됐다”며 “발자취들이 참 멋있고 존경스럽더라. 여기 계신 많은 기자 분들 이번 제주항공 참사 좀 관심 있게 잘 봐주셨으면 좋겠고,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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