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시대..."언론 보도로 바로잡아가며 희망 느껴"

[시상식 중계] 제412회 이달의 기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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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3일, 그러나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장은 웃음과 박수로 시종일관 따뜻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약 두달 간 찬바람을 맞으며 현장을 뛰어다녔던 기자들은, 이날만큼은 수상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며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암담한 시대 상황 속 희망을 기대하며 더욱 불편한 질문, 치열한 취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제412회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이 열렸다. /한국기자협회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제412회(2024년 12월)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에서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시기가 시기였는지 12월 출품작 상당수가 계엄 관련이었다. 아마 바빠서였는지 다른 때에 비해 10여편 정도 출품작이 적었는데, 그 중 40%가 계엄 관련이었다”며 “아마 심사위원들이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평상시라면 다 수상작으로 줘도 괜찮은 작품인데 아쉽게도 원칙을 정했던 것 같고 그 결과 계엄의 동인은 무엇이었을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런 고민의 지점이 오늘 수상작에 잘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12월 이달의 기자상엔 11개 부문 65편의 작품이 출품돼 7개 부문에서 9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체 출품작 중 27건, 취재보도1부문에서만 19건 중 17건이 계엄 관련 보도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박종현 회장은 “약 50일 동안 기억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어려운 시간이었는데 그래도 꼭 기억해야 하고, 또 기록해서 이런 시간이 다시는 오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 기록이 우리 역사의 진보를 위한 소중한 발걸음일 거라 생각한다. 또 오늘 수상한 여러분들, 그리고 여러분들을 축하하기 위해 오신 회사 동료들, 가족들의 바람이고 기대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선 지난해 12월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사망한 고 김애린 KBS광주 기자의 생전 마지막 리포트 <달팽이 붕어빵>에 특별상이 수여됐다. 박 회장은 “김애린 기자는 지역에서, 중앙에서, 공부했던 학교에서도 평판이 아주 좋았다”며 “그간 이룩한 작품들이 아주 훌륭했고 장기적으로는 이달의 기자상을 넘어 한국기자상도 노려봄직한 작품을 내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런 훌륭한 기자를 잃어버린 아픔, 잘 간직하고 기억하면서 열심히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아래는 수상 내역과 소감이다.

취재보도1부문

취재보도1부문을 수상한 JTBC 이서준·오원석·김지윤·김산·심가은 기자. /한국기자협회

<‘성추행 보살님’ 민간인이 움직였다…‘롯데리아 내란 모의’>
-JTBC 이서준·오원석·김지윤·김산·심가은 기자 / 수상 소감 이서준 기자


“지금 모든 기자 분들이 이 내란 사태를 취재하느라 정말 바쁘게 일을 하고 있지만, 특히 저희한테 상을 주신 건 현장에서 기자들이 직접 확인한 기사를 보도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노상원씨가 현역 장성들을 만났던 식당을 갔을 때 그 보고와 노상원씨 집을 갔을 때 받은 보고가 아직도 이 귓속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선배, 여기 식당에 왔는데 롯데리아입니다.’ ‘다른 식당이 있지 않을까?’ ‘아니요. 롯데리아 점주님께서 경찰이 CCTV를 다 가져갔다는데요?’ ‘그래? 바로 써.’ 그리고 이제 노상원씨 집으로 갔을 때 ‘선배 1층이 아기보살입니다.’ ‘거기 다른 층에 살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 봐.’ ‘근데 옆에 떡집에 갔더니 노상원씨가 남자 보살이라는데요.’ ‘그럼 빨리 아기보살을 만나봐라.’ 아기보살께선 자기는 신점을 맡고 노상원씨는 역술을 맡고 있는 동업 관계라고 얘기를 하셨습니다. 그때의 그 보고들이 아직까지 이 귓속에 맴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JTBC는 최대한 현장에서 있는 그대로의 보도를 하고 역사를 기록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우리가 쌓아왔던 민주주의 체계와 헌법 체계들이 한 번에 무너지는 것 같은 그런 참담함과 경악스러움을 느끼고 있지만 언론이 이렇게 하나하나 보도하면서 그것들을 바로잡아가고 있다는 부분에서 낙관하고 또 희망을 느낍니다. 계속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취재보도2부문

취재보도2부문을 수상한 디스패치 김지호·김소정 기자. /한국기자협회

<K팝 아이돌 공익요원 복무부실 추적기>
-디스패치 김지호·김소정 기자 / 수상 소감 김소정 기자


“송민호 기사 같은 경우 편집국 거의 절반 이상이 한 달 넘게 취재를 했고요. 처음엔 송민호 씨가 출근하지를 않아가지고 어디 아프신가 했는데, 거의 한 달 넘게 안 나오는 걸 보면서 저희도 화가 많이 났었거든요. 그때 저희 제보자분들을 만났는데 송민호 씨가 출근 기록을 다 손으로 직접 사인을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이 디지털 시대에 이게 과연 맞는 걸까 하고 제보자님께 여쭤보니까 ‘여태까지 다른 요원들은 출근을 제대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누군가가 악용하면은 저희는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또 빠르게 병무청에서 변화를 주고 계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싶고요. 취재하면서 고마운 분들 진짜 많았는데 아무 이득도 없는데 제가 손을 내밀었을 때 바로 받아주신 제보자님들 진짜 감사하고요. 그리고 너무 집요하게 전화를 많이 해서 좀 지겨우셨을 텐데 병무청,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부 관계자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추운 날 저희랑 같이 송민호 출근을 같이 기다려주셨던 사진부 선배들과 제가 어떤 취재를 해도 무조건 해보라고 해 주시는 대표님, 국장님, 부장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두 발로 걸어오나 네 발로 기어오나 집에서 환대해 주시는 가족 분들에게 진짜 감사드립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기획보도 방송부문을 수상한 KBS춘천 박상용·최중호 기자. /한국기자협회

<붉은 소나무의 비밀>
-KBS춘천 박상용·최중호 기자 / 수상 소감 박상용 기자


“사실 이 아이템이 나가던 순간 계엄이 터졌습니다. 그래서 방송이 한 5분 정도 잘 나가다가 나머지는 나가질 못했고요. 1년 동안 준비하면서 여러 고민도 많이 하고 팩트도 많이 모았고 그래서 정말 어렵게 동기인 팀장과 같이 밤 새워가면서 만들었던 아이템인데 한동안 마음을 잡느라 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졌던 상황들이 더 이제 마음을 아프게 했고요.

그런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진짜 좀 위안이 되고요. 그리고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템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 이 산림청과 관련된 아이템들, 그러니까 20년 동안 기자 일을 하면서 정부 부처에 돈이 이렇게 쓰여도 되나 싶을 정도로 되게 한심하고 엉망인 상황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현장들도 많았고요.

그래서 그거를 앞으로 조금 더 어떻게 체계화시켜서 사람들한테 더 알릴까, 시청자들한테 더 알릴까 그런 고민들을 지금 좀 하고 있습니다. 또 이제 이 자리를 빌어서 제주항공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우리 김애린 기자, 이제 조금 있으면 수상을 할 텐데 명복을 다시 한 번 빕니다. 감사합니다.”

사진보도부문

사진보도부문을 수상한 서울신문 도준석 기자. /한국기자협회

<국회 운동장에 내리는 계엄군>
-서울신문 도준석 기자


“이달의 기자상은 1999년 입사해 2000년 5월 <서울서 첫 모습 드러낸 린다 김>으로 상을 받고 25년 만인데요.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사실 수상 소감은 준비 못 했고요. 한편으로 뭐 많은 사람들이 다 국회에 있을 때 뒤로 돌아간 것에 대한 평가는 있는 것 같은데 사진 기자로서 당연히 해야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정년 한 6년 정도 남은 것 같은데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보도부문을 수상한 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한국기자협회

<국회 본청 진입하는 계엄군>
-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취재기자고 제가 이제 5년 차라서 취재하고 기사 쓰는 것조차도 제 분야라고 말하기가 좀 어려운데, 제 전문 분야가 아닌 사진보도 분야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 감사한 한편 좀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사진부에서 일주일 정도 교육을 받았었는데요. 사진부 선배들께서 휴대전화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 찍을 수 있다면서 ‘렌즈에 지문 잘 닦아라’ 이 한마디 하고 거리로 현장으로 보내셨는데 글쎄, 그 짧은 경험이 오늘 상을 만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엄동설한으로 고생하시는 사진부 선배들께 다시 한 번 감사 말씀드립니다. 또 부족한 후배 위해서 힘써주시고 응원해주신 우리 심인성 편집국장, 류지복 부국장, 정윤섭 정치부장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12월3일 밤에 만사 제쳐두고 국회로 달려와 밤새 현장을 지켰던 국회 출입처 기자들과 이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지역 취재보도부문을 수상한 TBC 박가영·김남용 기자. /한국기자협회

<혈세 쏟은 DTL, 알고 보니 ‘의원님’ 왕국>
-TBC 박가영·김남용 기자 / 수상 소감 박가영 기자


“어제 대구에서 올라왔는데 이렇게 좋은 상 받게 돼 너무 영광입니다. 사실 올라오기 전에 이 보도를 하고 왔었는데요. 엄중한 시국에 이런 보도를 지역에서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보도는 DTL이라는 택시 근로자 복지센터가 혈세가 투입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한 국회의원에 의해 사유화되고 있다는 것을 낱낱이 파헤쳤는데요. 불편한 질문을 하면서 보도를 계속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을 쭉 따라오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제 보도를 지지해 주신 보도국 식구들 너무 감사드리고요. 아직 이 보도는 미완의 보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현장에 돌아가서도 계속 불편한 질문하고 치열하게 취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역 경제보도부문

지역 경제보도부문을 수상한 부산일보 김백상·김준용·손혜림 기자. /한국기자협회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부산일보 김백상·김준용·손혜림 기자 / 수상 소감 김백상 기자


“제가 제일 멀리서 온 것 같은데요. 다들 그렇겠지만 평소에 기후 문제에 관심이 좀 있어서 기사를 언제 쓰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경제부에 가서 또 녹색 채권 관련된 기사를 쓰면서 기업 문제를 언급하게 돼서 아, 뜻이 있으면 언제든지 기사를 쓸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사실 이 자리에 선 게 아마 2008년도, 3년차 기자 때 처음 서봤는데 올해로 20년차라 이제 이 자리에 다시는 안 오겠구나, 마지막이다 이런 생각으로 딱 왔습니다. 그런데 와서 보니 울산MBC 저보다 훨씬 선배님도 계시고 해서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또 수상작들 보니까 어떤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시는 분도 있고 역사 속에서 의미를 찾은 수상작도 있고 부조리를 들춰낸 보도도 있고 또 미래를 생각해 보는 그런 기사도 있었습니다. 특히 늘 중요하지만 약자들, 그런 분들의 아픔을 그리는 그런 기사랑 같이 수상을 하게 돼 너무 영광입니다. 고 김애린 기자를 비롯해 여러분과 같이 뜻깊은 장소에서 같이 수상하게 돼 너무 감사합니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을 수상한 울산MBC 설태주·전상범 기자. /한국기자협회

<바실라>
-울산MBC 설태주·전상범 기자 / 수상 소감 설태주 기자


“한 번도 호명되기 어려운데 두 번이나 호명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번 아이템 같은 경우는 선배 기자 한 분께서 ‘이슬람 기록을 보면 옛날에 신라 때 페르시아와 교류했던 기록이 있다’ 이런 말씀을 토대로 이제 시작을 하게 됐고요. 그래서 경주에 있는 수많은 외래 문물들, 이 유물들이 어디서 왔고 이슬람 기록에는 그 당시 신라와 어떤 교류가 있었는지 토대로 해서 11개 나라를 1년 내내 돌아다녔던 프로그램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언젠가 죽기 전에 실크로드를 한번 가봐야겠다 했는데, 일로 이렇게 갔다 와서 너무나 뜻깊었던 프로그램이고요. 또 이렇게 큰 상까지 주셔서 너무나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런 자리에 오는 게 저는 너무나 행복한데요. 저희와 같은 기획이라든지 또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이런 취재를 한 여러분들과 함께해 너무나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특별상

특별상을 수상한 故 김애린 기자. 김 기자의 동생 김세형씨가 대신 상을 수상했다. /한국기자협회

<달팽이 붕어빵>
-KBS광주 故 김애린 기자 / 수상 소감 故 김애린 기자 동생 김세형


“우선 누나가 이 상 받을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고요. 오늘 오지는 못하셨는데 저희 엄마랑 아빠 그리고 가족 분들도 이 수상 소식을 듣고 되게 기뻐하셨습니다. 우리 누나가 어렸을 때부터 상 받는 걸 되게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집에 가면은 뭐 메달부터 해가지고 상패가 많은데 누나가 이거 보면서 되게 좋아할 것 같습니다. 지금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누나가 지금까지 기사를 쓰거나 보도를 하면은 집에 이제 한 번씩 와가지고 저한테 뭐 이런 일이 있었다, 가족들이랑 이렇게 대화를 하곤 하는데 이 달팽이 붕어빵에 대해서는 제가 자세히 누나한테 들은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누나가 그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렇게 일이 돼가지고. 아무튼 저는 누나가 이렇게 보도하고 취재하고 이런 거를 요 며칠 밤사이에 잠이 잘 안 와서 보곤 했었는데요. 근데 참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뭐 어떻게 위로가 되는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는데 그런 발자취들이 참 멋있고 존경스럽더라고요.

여기 계신 많은 기자 분들 그리고 언론인 분들 이번 제주항공 참사 좀 관심 있게 잘 봐주셨으면 좋겠고, 그리고 이번 일 있을 때 KBS광주본부 누나 선후배 분들, 동기 분들, 그리고 KBS 여러 각국에서 많이 도움을 주셔가지고 그분들한테 정말 감사인사 드리고 싶고요.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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