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뉴스, 정답은 없어…좋은 콘텐츠·플랫폼 다변화 노력

[방송사 디지털전략] ⑥특별 좌담<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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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소비경로가 모바일로 빠르게 변하면서 언론사들이 저마다 온라인뉴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최근 온라인 부문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방송사 간부를 초대해 각 사의 디지털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성후 기자협회보 편집국장의 사회로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3층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좌담회에는 강성웅 YTN 편집부국장, 도성해 CBS 뉴미디어부장, 심석태 SBS 뉴미디어 실장, 장혜수 JTBC 디지털뉴스룸 부장이 참석했다.

사회=각 방송사 디지털 전략을 소개해달라.
도성해 CBS 뉴미디어부장=노컷뉴스는 2000년대 초반 라디오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온라인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모바일로 이동될 때 기존 플랫폼에 안주했던 게 패착의 원인이 됐다. 이후 다른 매체가 잘 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다가 지난해부터 ‘뒤늦게라도 뛰어들자’, ‘모바일퍼스트를 하자’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모바일에 맞는 문법을 공부하자는 게 우리의 전략이었다. 콘텐츠를 각 플랫폼에 맞게 재구성하고 팀을 세분화해서 세대별로 콘텐츠를 타겟화하는 방법이다. 10~20대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별도의 ‘씨리얼’팀을 구성하는 등 세밀화된 콘텐츠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3층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방송사 디지털 전략’ 좌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심석태 SBS 뉴미디어실장, 강성웅 YTN 편집부국장, 도성해 CBS 뉴미디어부장, 장혜수 JTBC 디지털뉴스룸 부장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강아영 기자)

강성웅 YTN 편집부국장=우리는 가장 잘하는 걸 하자는 게 전략이다. 우리가 잘하는 것은 뉴스이다. 숙명적으로 뉴스 회사이기 때문에 뉴스로부터 출발한다. 디지털 시대도 마찬가지로 뉴스는 여전히 중요한 콘텐츠고 강력한 콘텐츠이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말 좋은 뉴스를 골라 남에게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 그렇게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20년 이상 세운 뉴스에 대한 브랜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맞는 길을 찾은 것이고, 이 방식으로 이 시대를 돌파할 것이다.


장혜수 JTBC 디지털뉴스룸 부장=우리의 전략과 목표는 오디언스(수용자)의 확대로 압축된다. 먼저 선두 매체가 어떻게 디지털을 운영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SBS는 어떻게 스브스뉴스나 비디오머그를 키웠고, YTN은 제보를 통해 어떻게 팬을 끌어당겼는지 지켜봤다. 이들을 따라해보니, 점차적으로 우리만의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JTBC는 후발주자다보니 최대한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유리했다. 손석희 사장이 오고 포털생중계를 하자고 제안을 하면서 오디언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또 전통적 뉴스에서 다루지 못하는 콘텐츠를 온라인 틈새에서 활용하는 방식으로 오디언스를 확대하는 전략도 사용하고 있다.


심석태 SBS 뉴미디어 실장=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한 건 아니다. 기존의 뉴스를 얼마나 디지털라이징해서 부가가치를 키워나갈 거냐를 고민하고, 후배들이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실험해보고 하다가 안되는 게 있으면 버리는 방식으로 왔다. 처음에는 국내보다는 해외 매체를 벤치마킹했는데, 국내에도 점점 치고 올라오는 매체들이 생기면서 최근에는 YTN 등을 모니터하고 하고 있다. 차고 넘치는 매체 속에서 SBS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페이스북을 통한 온라인 뉴스 유통이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페이스북이 지배적인 창구가 될 거라고 보는가.
도성해=현재 모바일뉴스 이용 패턴을 보면 페이스북은 5~6% 정도로, 아직까지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나 중요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포털에 노출되지 않았음에도 트래픽이 급상승하는 콘텐츠가 늘고 있는데 유입 경로를 분석해보면 노컷뉴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공유돼 급속히 퍼져나간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페이스북 문법에 맞게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페이스북 라이브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댓글 등 다른 콘텐츠보다 인터랙션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라이브 기획 및 제작 전담자를 배치했고, 자막 설명을 보강하는 등 관련 장비도 충원할 계획이다.



강성웅=페이스북 자체가 이상향이기 때문에 가는 게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는 유용한 하나의 새로운 플랫폼이기 때문에 활용하는 의미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하나의 플랫폼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데, 페이스북 등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면 그만큼 다변화된 환경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페이스북은 포털과 달리 심도 있는 댓글이나 공유 등으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우리가 궁금한 걸 올리면 거기서 답을 얻는 방식이다.


장혜수=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통해 기사 노출을 제어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포털에 비해서는 자유로운 게 사실이다. 언론사에서 원하는 것을 언제든 올리고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뉴스룸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내보내는 방법도 고민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에서 푸시의 형태로 할 수 있는 게 라이브이기 때문이다.


심석태=페이스북 그 자체가 수익모델은 아니지만 실험하는 데 유익한 건 사실이다. 편집 자율성을 언론사에서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자주 올릴지 직접 링크를 할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 이용하고 있는지, 이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에 대한 타겟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포털도 이와 같은 데이터 피드백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1400만명이다. 우리 메인페이지 팬수가 77만명인데, 서브까지 합해봤자 얼마 되지 않는다. 그만큼 페이스북 시장은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사회=페이스북 때문에 자사의 홈페이지나 뉴스앱 등으로 들어오는 직접 접속 비율은 떨어지지 않나.
장혜수=우리는 특이하게도 앱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직접 찾아와서 뉴스를 보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어플 다운로드 뉴스카테고리 중에서 JTBC뉴스룸이 맨 위에 링크돼있다. 뉴스앱은 오디오서비스가 되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 또 푹(pooq) 등 플랫폼 서비스를 다변화한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강성웅=이미 오래전부터 네이버에 의존하면서 앱은 죽어가는 판이 굳어졌다. 기사를 이제 네이버에서 봤다고 하지, YTN에서 봤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돌파구라고 한다면 브랜드가 될 것이다. 콘텐츠제공자에 정체성이 있다면 유지하거나, 아주 영리하게 무게를 실어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심석태=앱 이용자의 절대 숫자가 적다고 하더라도 충성도가 대단한 만큼 지속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헤비유저이기 때문에 한번 앱으로 들어온 사람은 보통 수십건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일반 독자의 5~10배의 효과다.

사회=동영상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며 제작 다툼도 치열하다. 영상 차별화 전략은.
강성웅=뉴스전문채널로서 다른 곳보다 뉴스 자료가 많아 가공할 여지가 있다. 즉 뉴스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볼륨 때문에 메리트가 있고, 여기에 사람들이 뉴스에 참여하는 참여적 저널리즘을 도입해 성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장혜수=우리는 개인 창작자들이 만든 영상을 참고하고 있다. 전통뉴스와 달리 일탈적인 서비스를 하니까 반응이 뜨겁다.


도성해=4억~5억원 정도 투입해서 영상을 제작하는 스마트뉴스팀을 결성했다. 전담 작가와 VJ, 그래픽 감독 등의 전문 인력을 뽑아 여러 가지 실험을 했는데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 숙련된 노하우와 콘텐츠가 쌓여야 하는 것 같다. 최근 1~2년 새 페이스북과 결합하며 타겟화를 통해 영상콘텐츠가 성장하고 있다.


심석태=우리는 엄청난 노하우라기보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 한두 명이 먼저 제안을 하는 방식으로 동영상 제작을 하고 있다. 이들이 아이디어를 냈을 때 시스템적으로 하게 해주냐에 승패가 갈린다고 생각한다.

사회=내부 기자들의 디지털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심석태=뉴미디어의 중요성은 알지만 조직 전체가 대부분 8뉴스에 집중돼 있다. 젊은 기자들의 경우 이제 막 방송리포트를 제작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방송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강성웅=모바일 뉴스의 중요성은 상당수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있다. 다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회사 경영진이 방향을 잘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모바일 분야에 통찰력이 있고 업무적인 유능함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좋은 인재’를 디지털에 배치하고, 장단기 전략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디지털부서는 대개 인턴이나 자회사 계약직 직원 등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도성해=앞으로 해소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연속성과 자산 보유를 위해서라도 뉴미디어형 직군을 신설하고 근무를 유연하게 보장해주는 등 안정적인 제작환경을 위한 공론화의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혜수=내부적으로 숙련된 인재를 내보내면 손해인 만큼 계약직 인력을 최대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심석태=어려운 문제이다. 아직 디지털업무의 특성상 뉴미디어에서 디자이너가 필요할지 개발자가 필요할지 판단이 안 나는 상황이라 정규 채용을 밀고나가기에는 겁이 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방송 보도국에서도 점차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되고 있는 만큼 디지털도 점차적으로 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강성웅=디지털부서에서 인턴 등을 선호하는 이유는 광고 수입이 신문이나 방송보다 적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부서가 앞으로 기존 비즈니스를 대체할 만큼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지도 불투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디지털 분야가 중요하다고 모두들 말은 하지만 아직 권한은 전통적인 기존 부서가 많이 가지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좋은 인재 없이는 좋은 결과도 없다는 것이다.

사회=앞으로 수익모델 창출 등 계획은.
도성해=직접 수익은 없다. 하지만 인지도를 통해 부가적인 광고가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기존의 정체성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나가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서비스로 200억~300억원을 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버티컬 콘텐츠를 통해, 타겟팅을 통해 전체적으로 덩치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조금씩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심석태=닭을 잘 키워서 알을 낳게 할거냐, 배불리 지금 먹을 것이냐의 문제이다. 방송사 매출 전체에서 뉴미디어 광고라는 건 눈곱만큼의 수준이라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콘텐츠 협찬이나 일종의 네이티브 광고와 같은 제안이 오면 기사로서 판단해서 괜찮으면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하지 않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온라인 광고시장은 아직까지 기형적인 수수료 비율 등 룰이 형성돼있지 않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 형성을 위해서는 룰 형성부터 바꿔나가야 할 것 같다.


장혜수=영향력을 넓히면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디지털뉴스룸에서 우리 팀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게 진지하고 중요한 주제를 경쾌하고 가볍게 다뤄보자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즉 보도국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가 형식만 다를 뿐 내용은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익도 보도국과 함께 고민을 해 나가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강성웅=지금으로서는 일단 무조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반드시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더 즉흥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범람하고 인기를 끄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우리의 콘텐츠를 더 많은 고객들이 볼 수 있게 하려면 앞으로 많은 것을 버려야 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저널리즘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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