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딛고 일어선 CBS노컷뉴스…융합을 꿈꾸다

[방송사 디지털전략] ⑤CBS
온라인 시장 두각 나타내다가
모바일 대응 실패하며 하락세
기획력, SNS와 결합하며 폭발
온라인기사 1일 평균 600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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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온라인뉴스 시장을 사로잡았던 CBS노컷뉴스가 한동안 주춤하다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2400명에 불과했던 페이스북의 팬수는 1년 만에 15만명 돌파를 앞두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CBS는 지난해 11월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영상을 가장 빠르게 보도해 741만의 도달수를 기록했고, 이후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 행사 당시 어린이 합창단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886만명에 도달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추위에 떠는 어린이합창단의 보도는 아동인권을 이슈화해 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올 1월 한국기자협회의 취재보도부문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실패는 성공의 디딤돌
황무지나 다름없던 환경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비결은 무엇일까. CBS는 거듭된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한다. 지난 2003년 꾸려진 노컷뉴스는 초창기만해도 속보 위주의 콘텐츠로 온라인뉴스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모바일 대응에 실패하며 하락세를 걷게 됐다.


▲CBS 뉴미디어부서는 노컷뉴스팀과 SNS팀, 스마트뉴스팀 등 총 30여명의 인력으로 이뤄져 있다. 사진은 뉴미디어부서 사무실 모습.

최철 뉴미디어부 SNS팀장은 “본격적으로 다시 해보자는 움직임을 보인 건 지난해 1월부터였다. 잘나가고 있는 타 매체 온라인 부서를 돌며 발품팔이를 해가며 배웠다”며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CBS의 뉴미디어 인력은 필드 경험이 있는 보도국 인력 4명을 포함해 3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뉴미디어부서는 또 기사를 온라인으로 재가공해 유통하는 노컷뉴스팀과 페이스북 등을 담당하는 SNS팀, 영상을 다루는 스마트뉴스팀 등 3팀으로 나뉜다.


이들은 지난한 과정 속에서도 협력을 통해 콘텐츠의 성공을 이끌었다. 도성해 뉴미디어부장은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게 아니다”라며 “오랜 기간 실패를 거듭하며 쌓아온 모바일 기획능력이 SNS플랫폼과 결합하면서 폭발력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DNA 가진 보도국 기자들
CBS는 보도국 인력이 적극적으로 온라인 기사 생산에 참여한다. 기자들이 뉴미디어 부서에 직접 찾아와 “네이버나 SNS에 빨리 노출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동영상이나 사진 등의 자료를 첨부해 기사를 송고하는 경우도 많다. 현장을 챙기느라 바쁜데 디지털퍼스트 기사까지 쓰는 건 업무 과다라며 반발하는 타 언론사와는 대비된 모습이다.


도 부장은 “온라인 시장에 일찍 뛰어들어 이미 오랜 기간 반발의 아픔을 겪고 지나갔기 때문에 기자들의 인식 변화가 이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들이 리포트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온라인 기사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하루 평균 600건에 달한다”며 “온라인 기사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현장 기자들이 더 기사를 잘 쓰려고 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BS 대표 영상콘텐츠인 ‘콕! 뉴스’.

기자들의 협업에 힘입어 CBS는 ‘콕! 뉴스’와 ‘33 영상’, ‘역사 강의’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어떤 사안에 대해서 기자가 직접 출연해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주는 ‘콕! 뉴스’는 젊은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최 팀장은 “지면에 늘어놨을 때는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영상으로 설명하듯이 요점만 설명하니 SNS에서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청에서 교육자료로 쓰겠다고 연락이 올 정도로 콘텐츠의 질이 뛰어나다”며 “칼럼이나 라디오콘텐츠를 SNS에 맞게 재활용한 것도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10대 마음 사로잡은 ‘씨리얼’
CBS는 서브브랜드의 육성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6월 페이스북에 새롭게 런칭한 ‘씨리얼’은 현재 3만6000명 이상의 팬수를 보유, 노컷뉴스보다도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씨비에스의 리얼이다’ ‘가볍게 떠먹는 씨리얼’ 등의 의미를 표방하고 있는 씨리얼은 10대, 20대를 타깃으로 가볍고 현장감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노컷뉴스 페이지는 20대후반에서 30대초반까지의 팬이 가장 많아요. 씨리얼보다 무겁거든요. 노컷뉴스에서 잡지 못하는 층, 그 빈 공간을 메우고 있는 게 씨리얼이죠.”


지금의 씨리얼이 있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초창기에는 8명의 대학생들이 팀을 이뤄 자율적으로 만드는 방식이었는데,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외인부대’로 치부하며 실패작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올 초 씨리얼팀이 뉴미디어 부서 내 SNS팀으로 흡수되며 체계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자 점차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동영상 코너 ‘100초 정치수업’.

특히 ‘100초 정치수업’이라는 페이스북 동영상 코너는 10대, 20대들에게 정치 이슈를 쉽게 풀어줌으로써 이목을 끌고 있다. 젊은 층이 정치에 관심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린 것이다. 최 팀장은 “타사 온라인 기자들이 씨리얼이 어디 소속이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할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소개했다.

융합 콘텐츠·지방 페이스북 육성 목표
CBS는 10개 지역사의 페이스북 브랜드를 육성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처음 도입된 청주뉴스 페이스북 페이지는 현재 5500여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으로서는 눈여겨볼 만한 성장이다.


“지역 페이스북이 2만~3만명이 되면 지역판도가 바뀔 거에요. 지역의 페이스북 활성화는 CBS가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주뉴스 페이지는 연말까지 1만명을 목표로 키워 서울과의 공유도 넓혀나갈 계획이에요.”


이제 도약의 발걸음을 내딛은 CBS로서는 앞으로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다. 특히 디지털 인력 충원 문제가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본사에서는 신규채용을 통해 콘텐츠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영상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그래픽, PD 전문 인력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보도국 기자뿐만 아니라 아나운서나 기술직 등 모든 직군의 끼를 활용해 융합 콘텐츠를 만드는 게 목표에요. 청각장애인도 볼 수 있도록 기술이 융합된 뉴스, 그리고 해외 교포들을 위한 콘텐츠 등을 만들어 뉴스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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