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돈에 가까워질 때
프로야구는 지난해 개막 전후로 여러 악재가 겹쳤다.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조기 탈락했고, 서준원(전 롯데 자이언츠)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 조사를 받았다.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은 FA(자유계약)를 앞둔 박동원(현 LG 트윈스)에게 수차례 뒷돈을 요구한 것이 밝혀져 해임됐고, 이천웅(전 LG 트윈스)은 불법 온라인 도박 의혹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임원 횡령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온갖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으나 프로야구는 5년 만에 800만 관중(평균 관중 1만125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라는 말
지난 1월24일, 미국국방부의 군수품을 싣고 아덴만에서 홍해로 향하던 미국 선적 컨테이너선 2척이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미 해군의 호위를 받아 항해 중이었지만 후티는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 이후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선언한 후티가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의 30%가 지나는 요충지인 홍해 항로를 공격하면서 아시아와 북유럽 사이 운송비는 3달 만에 5배 가까이 폭등했다. 폭등한 운송비는 물가에 반영된다.막강한 화력을 보유한 미국과 영국이 공습으로 보복에 나섰지만 후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이어
여성 손실 보전할 저출생 대책, 언제쯤 나올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자녀를 낳는 것은 개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기쁨보다는 부담이 확실히 더 커보인다. 이미 삶이 팍팍한 이들은 나 살기도 바빠서 아이 낳을 엄두를 못 내고, 그럭저럭 성공의 궤도에 오른 이들은 고지가 눈앞인데 여기서 멈출 수 없어서 출산을 미루거나 기피한다. 돈이 없으면 없어서, 있으면 그걸 지켜야 해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정한다.지금의 초저출생 현상은 웬만해선 출산하지 않는 편이 삶의 질로 보나 생존율로 보나 이롭기에 나타난 진화론적 결과다. 출산의 주체인 여성 입장에서 특히 그렇다. 가정을 갖고 아이를 낳는
美서 펼쳐진 기술 '고려거란전쟁' 승리하려면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 박람회(CES2024) 현장을 찾았다. 라스베이거스의 이국적 풍경 속 CES 현장은 이질적이게도 인기 사극 고려거란전쟁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전체 3500개 참여 기업 중 가장 많은 1100개 사가 참여한 중국은 국내 기업을 사방에서 둘러싸고 신제품을 포화처럼 쏟아냈다. 한국 기업들은 위축되지 않고 초격차 기술력을 무기로 수성전에 나섰다.지난해 코로나19 봉쇄와 미중 갈등 격화로 대거 불참했던 중국 기업들은 올해 지난 1년간 수련에 매진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세계 최초를 강조한 신제품들을
노동부 눈에만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나요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노동개혁 과제로 꼽았다. 대기업공공부문정규직 부문과 중소기업비정규직 부문 간 임금복지, 고용안정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접근법은 제각각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중구조 개선 방법 중 하나로 원하청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모델을 조선석유화학자동차 업계로 확산시켰다고 설명한다. 이 상생모델은 법적 강제나 재정투입만으로는 이
다함께 기후 기자가 되자
지구종말 예고, 고온화 현상 시작됐다.1990년, 한 뉴스통신사의 특파원이 단 제목이다. 머리에 종말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걸었다. 34년이 지났고, 아직은 종말이 아니다. 그러나 종말보다 무서운 것은 종말로 가는 길이며, 그 길을 이미 안다는 것이다.오래전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뻔질나게 들었다. 어린시절을 떠올려보면, 촌구석 내 고향에도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이 소개됐다. 수업을 듣고는 우유갑을 모으는 등의 일련의 활동을 하곤 했는데, 지구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겠다는 활동이었다.기후변화는 환경보전과 더불어 식상한 주제로 꼽
고대에도 '그들(They·제3의 성)'은 있었다
나를 군주(Lord)라 부르지 말고, 숙녀(Lady)라고 불러 다오.고대 로마제국의 제23대 황제 엘라가발루스(204~222)는 부하들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기 218년에 집권해 222년 암살당하기 전까지 짧은 기간 황제로 집권했던 엘라가발루스는 현존하는 다양한 기록물에서 자신을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남아 있다. 남성 노예와 결혼한 뒤 아내 역할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대 한 의사에게 여성의 질을 만들어 달라고 간청했다고도 한다. 엘라가발루스를 형상화한 조각상과 그의 모습을 담은 동전엔…
아이의 달리기가 어른의 기부가 되는 날
2021년 12월 한겨레신문 지면에 아이의 달리기가 기부가 될 때라는 스포츠 칼럼을 썼었다. 미국에 잠시 머물 동안 아이들 초등학교에서 있던 기부 관련 행사를 소개한 글이었다.펀 런(Fun Run)으로 명명된 이 행사는 학년별로 작은 운동장을 다 함께 달리는데 아이가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부모가 1달러씩 기부하는 식이었다. 아이들은 정해진 바퀴 수를 모두 채우면 지역 기업 등에서 기부 받은 작은 선물을 받았다. 최대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운동장 35바퀴였으니까 부모의 기부액도 아이 한 명 당 35달러가 최고였다. 아이 건강을 위한…
키신저와 미국 외교
1969년, 작은 키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하버드대 교수 헨리 키신저가 미국 닉슨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등장했다. 이후 그의 손을 거친 미국의 대외 정책들은 사실상 지금의 국제 질서를 만들어냈다. 키신저는 베트남전 종전 협상을 마무리했고,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이끌어냈다. 중국과 불편한 사이였던 소련은 중국과 미국이 관계 개선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후 미중 관계에서 자극받은 소련은 미국과 데탕트라고 불리는 관계 개선에 돌입했고 냉전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중국을 움직여 미중소 3국
'질문하는 법'이 중요해진 AI시대 저널리즘
인공지능과 데이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통해 인류가 살아온 세상을 학습하고 인간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데이터를 활용해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인공지능과의 첫 만남은 묘한 설렘과 긴장감을 가져왔다. 저널리즘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을 거 같기도 하면서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함께 들었다.실제로 챗GPT에게 고위공직자 데이터를 던져주고 농지를 가장 많이 가진 상위 10명을 뽑아달라고 하니 데이터 정제부터 분석까지 막힘없이 결과를 내놓았다. 직접 분석해 봐도 결과는 똑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