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의 피해자들
최근 한국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은 후 친구가 후식은 파리바게뜨에서 먹자고 했다. 파리바게뜨 점주가 지인인데 갑자기 매출이 떨어져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다. 가보니 역시 매장에 손님이 없고 곧 영업 마감 시간인데 많은 빵이 남아 있었다. 점주는 케이크와 커피를 주문한 우리를 보고 힘없이 웃어줬다.SPC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진 사고를 계기로 시작한 SPC 상품 불매운동의 영향이다. 한산한 파리바게뜨 매장을 보고 점주는 무슨 죄냐고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가맹점…
뉴스레터와 페이월이 실패하는 이유
말콤 글래드웰 같은 스타 작가들을 앞세워 야심차게 출범했던 메타(페이스북 운영사)의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 불리틴(Bulletin)이 1년 반 만에 문을 닫기로 했다. 이 분야의 원조 스타 서비스인 서브스택은 구독자 100만명을 넘기며 승승장구한다는 소식을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 감원에 돌입했다고 한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디지털 경제뉴스 매체 쿼츠는 3년 만에 디지털 유료 구독(페이월)을 폐기하고 무료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유료 구독 모델을 완전 폐기하고 광고 모델로 회귀하는 셈이다. 최근 쏟
2022 '댓글' 교육과정
교육부는 2022 개정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8월30일 국민 참여 소통 누리집을 개설하고 15일간 의견을 수렴하였다. 누리집은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과 교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지침 등을 제공하고 국민의 판단을 돕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교육부는 수렴된 의견을 교육과정 개발진에게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국민 참여 방식이 최선이었을지 의문이 남는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댓글 등의 방식으로 표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
언론은 그들을 외면했지만
우리는 부품처럼 사용되다가 어느날 갑자기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교체됩니다., 법원에서 근로자 지위가 인정된 후 정규직 노동조합에 찾아가 노조 가입 절차를 문의했더니 우리는 아직 프리랜서라서 가입이 안 된다고 거절당했어요., (비정규직들이 법률 대응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생겨서인지) 갑자기 멀쩡히 출근하던 회사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라더군요. 괴롭혀서 내보낼 생각일까요?며칠 전 국회에서 열린 방송 비정규직 토론회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무려 6명에 이르는 현장 노동자들이 증언을 위해 참석한 것. 토론자로 참석했던…
국가발전과 최태원 회장, 그리고 SBS
볼만한 게 없는지 탐색하면서 TV 리모컨을 열심히 누르다가, 익숙하지만 낯선 얼굴을 목격하고 엄지손가락 운동을 멈췄다. 예능 속 유명 연예인들과 나란히 앉아 토크를 주고받던 사람. 출연자들은 그를 단장님이라 부르며 여느 방송인 대하듯 했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방송인 전현무, 가수 이찬원 등 방송에서 흔히 보는 인물들과 MC석에 앉아있던 사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해당 방송은 SBS 예능 프로그램 식자회담으로, 최 회장은 식자단장이란 역할로 출연해 진행을 맡았다. 주제는 국가발전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한식의 세계화였는데 내
재난을 취재하는 자세
소설 어머니를 쓴 막심 고리끼는 구소련 사회과 교과서 서문에서 소련식 사회주의의 대표적 성과를 중앙아시아의 시르다리야강과 아무다리야강의 물줄기를 돌려서 키질쿰 사막을 개간한 농업혁명으로 꼽았다. 소련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대 흉년과 기근을 겪었고, 굶어 죽는 사람이 즐비했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비약적인 농업생산력이 굶주림과 추위를 극복해준 것은 맞다. 그러나 개간 후유증으로 아랄호가 사라져가고, 호수변 주민은 환경오염으로 새로운 풍토병에 노출되어 고통을 받게 될 것을 고리끼는 몰랐을 것이다. 매번 자연은 인간이…
산불, 더위, 홍수, 태풍 그리고 언론
겨우내 추운 나날 지나고 새싹 돋아날 무렵, 봄날의 햇살이 주는 따스함보다 기록적인 산불 소식이 더 익숙하다. 이번 여름엔 평년보다 훨씬 더 일찍 찾아온 열대야 그리고 평년보다 훨씬 늦은 장마가 있었다. 그렇게 수도권엔 을축년 대홍수에 버금가는 큰 홍수가 났다. 그다음은 태풍이다. 악명 높은 루사, 매미보다도 더 큰 위력을 가진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닥쳤다.자연재난이 닥칠 때마다 온종일 방송 뉴스를 가득 메우고, 일간지 헤드라인까지 가득 채운다. 그러나 대부분 보도에선 근본 해결책에 대한 접근이 없어 다소 공허함을 남긴다. 뉴스는
'개발'하고 싶을 때만 써먹는 '청년', '반지하'
이번 여름, 폭우로 인해 반지하에 거주하던 주거취약계층, 장애인, 빈곤층, 노동자가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기후위기 재난으로 열악한 주거에 살던 사람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것에 정부는 그 책임을 통감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언론 등이 보다 다양한 대안과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시킬 때였다. 그러나 카메라의 초점은 또다시 주택 가격을 향하고, 부동산 시장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어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기사가 냉큼 쏟아진다. 그 많은 언론이 주목하는 집이란, 여전히 자산 증식 수단이다.최근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주택 재개발 2
K-POP이 대단하다고 새삼 느낀 순간
나는 주로 일본 매체에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관한 기사를 쓰고 있는데 가끔 K-POP 관련 원고 의뢰를 받을 때도 있다. 아무래도 수요가 많은 건 영화나 드라마보다 K-POP이다. 최근 아이돌 그룹 NCT127 유타(나카모토 유타)에 관한 원고 의뢰가 들어왔다.세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일본인 20명에 관한 기획 기사라고 한다. 20명 중 1명으로 유타가 뽑힌 것이다. 나는 K-POP 아이돌로 데뷔한 일본인이 꽤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중 누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여러 분야의 20명에 들어간 유타가 어
디지털 구독료 하락에 대처하는 자세
국내 언론들의 디지털 전환은 왜 더딜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매출과 수익 축소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미국의 관련 자료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미국 전역의 대도시 지역일간지 20개를 표본 조사한 텍사스대학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발발 후 9개월(2019년 대비 2020년 3분기 현재) 동안 인쇄 신문 구독자는 평균 21% 줄고, 디지털 구독자는 64% 늘었다. 문제는 구독료다. 이들의 디지털 구독료(무제한으로 기사를 볼 수 있는 올 액세스 상품 기준)는 연평균 165달러(약 22만원). 연평균 인쇄판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