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뢰 회복 '구체적 쇄신책' 내놔야
한겨레 윤리는 어디에서 실패했나. 한겨레가 지난달 27일 편집국 간부와 김만배씨 돈거래 의혹 진상조사위원회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신문사 외부위원 4명과 내부위원 9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이 두 달 가까이 사내외 인사 52명에 대해 대면서면전화 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80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금전거래의 구체적 내용과 내부 관계자의 사전인지 뒤 묵인, 언론 보도 직후 위기 대응, 보도에 미친 영향을 총체적으로 조사한 내용이 들어있다. 돈거래 간부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 왜 윤리의식이 무뎌졌는지 살폈다는 점에서
방통위 정치적 독립, 정치권 인식부터 변해야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과정 중 점수조작 혐의로 방송통신위원회 담당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방통위가 2008년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검찰은 당시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TV조선이 재승인 기준 점수를 넘었는데도 이를 인지한 방통위 담당 국장과 과장이 심사위원장에게 점수표의 수정을 요구했고 심사위원장은 심사위원들에게 점수를 수정하도록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적책임공정성 등 항목의 점수를 의도적으로 기준점 절반에 못미치는 과락이 되도록 낮춰 다시 제출하도록 했고 그래서 조건부 승인이 났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언론 자유가 과할 정도"라는 총리의 적반하장
지난 2021년 6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다라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보편적 가치인 자유를 역설하며 어떤 사람의 자유가 유린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후 대통령의 각종 연설에는 자유가 빠지지 않고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하지만 우리는 최근 잇따른 대통령 관련 보도에 있어 표현의 자유가 대통령의 말과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비속어 보도에 대통령실은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는…
직장 내 괴롭힘 만연한 언론계 조직문화, 변화해야
최근 퇴사한 4년 차 연합뉴스 기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고발하는 사내 글을 남겨 화제가 됐다. 기자는 폭언, 욕설, 인격모독. 전근대적 직장 내 괴롭힘 문화가 우리 회사에는 지금도 만연하다며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먹으며 다니는 동료들이 있고, 괴롭힘으로 우울증을 진단받았다거나 진지한 자살 충동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여럿에게 들었다고 썼다. 이 회사는 더는 좋은 회사가 아니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었다. 연합뉴스 내부를 향한 일침이었지만 다른 언론사 소속 기자들도 상당히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우리 회사 이야기인 줄 알았다는 자조적 반응이…
언론 전방위 압박, 대통령실까지 나서나
경찰이 지난달 26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시민언론 민들레를 6시간 넘게 압수수색했다. 민들레 직원과 민들레 대표이사에게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받는 혐의(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가 적용됐다. 희생자 명단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취재윤리 위반 논란과 별개로 공권력을 동원해 민들레를 압수수색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언론의 취재와 보도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언론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과 무
윤리 불감증이 낳은 '김만배 돈거래 사태'
주요 종합일간지 간부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 김만배씨와 수억원대의 수상한 돈거래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20년간 법조 출입기자였던 김씨와 친분이 있는 한겨레와 한국일보 간부,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김씨와 거액의 돈거래를 한 검찰 조사 내용이 언론 보도로 드러난 것이다. 2021년 가짜 수산업자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고급 골프채를 받고, 고가의 외제승용차를 무상이용하는 등 언론인 3명이 최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등 언론계가 사회적 지탄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발생한 유사한…
'소통령'이 보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3월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밝히며 제왕적 권력을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을 벗어나 늘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 다짐은 지켜지고 있는가. MBC 전용기 탑승 배제와 출근길 문답 중단, 신년 기자회견 없는 신년사 발표를 보면 제왕적 대통령으로 한발 더 다가간 듯 보인다.대통령실 이전을 설명하며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했던 말은 지금 대통령의 상태를 적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며 대통령실 1층 로비에 설치한 가벽은 상징적이다. 불통의 대통령을 드러내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언론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영향력 감소 우려와 함께 광고에 의존한 수익구조의 한계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 게 이미 십수 년 전이다. 시대정신에 맞는 언론의 역할을 재정비하기도 전에 구성원 이탈이 이어졌고 기렉시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기성 언론은 신뢰도를, 기자들은 윤리의식에 대한 의심을 받기도 한다.여기에 경기침체까지 더해 역대급 위기가 예고된 2023년 새해, 좋은 저널리즘을 위해 의기투합한 기자들의 소식이 전해졌다. 현업에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 후에, 주말에 모여 머리
2023년 윤석열 정부에 바란다
과이불개(過而不改). 교수신문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잘못을 하고서 고치지 않는다란 뜻으로,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에서 가져온 말이라고 한다. 원문은 잘못을 하고서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게 잘못이다로 풀이된다. 잘못을 하는 것 자체보다도, 잘못을 했다는 것을 알고서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라는 의미일 터다. 2022년 세밑 한국에, 안타깝지만, 안성맞춤인 말이다. 공사다망한 대통령실에서 악의적 편집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는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집권당 진영을 떠나 올해의 사자성어가 정권에 우호적이었던 적은 없음을…
지원조례 폐지, 김어준 하차… TBS 쇄신 계기로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TBS에 300억원 이상의 예산 지원을 폐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조례안 추진의 빌미가 됐던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도 올해 연말까지만 방송을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TBS 이사회가 조례안 폐지에 대해 행정소송을 낸다고 하지만 큰 흐름이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정 프로그램의 정치적 공정성 논란으로 촉발된 TBS 사태가 발전적 대안 없이 이처럼 서울시의 지원조례 폐지, 간판 진행자 하차라는 방식으로 귀결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경위야 어찌됐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