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정치심의' 제동, 무겁게 받아들여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에 내린 과징금 결정이 법원에서 잇따라 효력 정지됐다. 방심위가 지난해 11월 KBS, MBC, YTN, JTBC 보도 6건에 대해 긴급심의를 진행해 총액 1억4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는데 모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방송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고, 효력 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방심위의 ‘긴급성’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김유진 방심위원에 대한 해촉이 부당하다는 법원 결정에 이어 방심위의 무리한 심의 의결이 또 입길에 올랐다.


심각한 점은 심의 대상이 진영 논리에 따라 차별적으로 선정, 정권에 불리한 방송 보도가 주로 제재를 받는데 방심위의 심의 기능이 정치적 갈등을 확산하는 통로가 돼가는 현실이다. 편파적 ‘정치 심의’를 끊지 않고는 방송심의에 대한 불공정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정당이 민원을 제기해 심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국민의힘은 정권 교체 뒤인 2022년 무려 1369건의 민원을 제출했다. 2017년 803건, 2019년 547건, 2021년 504건에서 급증했다. 윤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 프로그램들이 타깃이 됐다. 민주당 집권 때도 방심위의 정치 심의 과정은 비슷했다. 2015년에서 2020년까지 방송 심의 의결 현황을 보면 TV조선이 355회로 다른 방송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권 비판 방송 찍어내기가 권력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방심위 의사 결정 구조를 ‘6:3 자판기위원회’라고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듯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쪽 결론이 어차피 채택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근본적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과 국회 추천 몫으로 방심위원을 꾸리다보니 정치에 종속될 수밖에 없어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루기보다 힘의 우위를 앞세워 전횡을 저지르기 쉬운 구조적 취약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권이 바뀌면 방심위원을 자기사람으로 앉혀 눈엣가시 언론을 제재하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류희림 방심위원장 체제에서는 ‘청부 민원’ 의혹까지 불거져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마저 잃어가고 있다.


방심위가 이런 지경에 이른 데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책임도 크다. 방통위가 방심위의 불공정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방통위는 지난 21일 2024년도 업무계획에서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때 허위·기만·왜곡 방송으로 심의규정을 반복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 감점 등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방심위의 편파 심의에 대한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방통위가 꺼낸 ‘공정성 심사’ 강화가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올해 재허가·재승인 대상은 YTN·연합뉴스TV·채널A·KBS1·MBC다. 제 눈의 들보를 보지 않고, 남의 티끌을 꺼낸다는 방통위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5인 위원으로 구성되는 방통위는 수개월째 위원장과 부위원장 2인으로 운영되고 있고, 윤 대통령은 야당 추천 방통위원 임명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정권 유불리로 방심위와 방통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말조차 공허하다. 정파성에 매몰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두 조직을 개혁하지 않고는 답이 없다. 모두 알고 있지만, 누구도 행동하지 않는 씁쓸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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