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30) 머리 위로 폭격기가 지날 때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난데없는 전투기 소음에 놀라 하늘을 올려다봤다. 조기경보기 한 대와 F-35 전투기들이 나란히 편대비행을 하고 있었다. 평소 서울 하늘에서 보기 힘든 군용기인 데다가 불안정한 국제정세에 북한이 또 도발이라도 했나 하는 불안감이 잠깐 뇌리를 스쳤다.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아덱스ADEX)를 앞두고 사전 연습 비행을 하고 있던 것임을 이내
[뷰파인더 너머] (129) 금메달의 순간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꺅!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대한민국!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 한국 대 중국 결승 경기장에 태극기를 든 대한민국 응원단의 함성이 울려 펴집니다.저는 최근 22박 23일간 중국 항저우로 아시안게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펜싱 경기장이었는데요. 펜싱은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뷰파인더 너머] (128) 프레임 밖 유권자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날, 방화1동 투표소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투표소 취재는 시민이 주인공인 몇 안 되는 사진 취재 현장이다. 사진기자들은 유력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담듯 유권자의 행동 하나하나를 상세하게 사진으로 담는다. 투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신분 확인 후 투표용지를 받는 전경, 기표소에 들어간 모습들,
[뷰파인더 너머] (127) 만나야 하지만 만나지 못한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이념이라는 보이지도 않는 존재가 억지로 갈라놓은 핏줄은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다. 자연의 섭리라면 차라리 이해라도 한다. 그리움이 켜켜이 쌓여 무던함과 무뎌짐으로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감정들이 70여년의 세월을 지났다. 이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살아가는 인생의 종착점을 바라보면서 가족을, 식구를 만나고자 하는 마음 또한 현실의 팍팍함에
[뷰파인더 너머] (126) 우리 아빠는 '슈퍼맨'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아빠들이 공연을 구경하고 싶은 자녀를 위해 목말을 태운 채 힘겹게 서 있습니다. 아빠들의 뒷모습이 마치 목말 오래버티기 게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회사에 다니는 아빠들은 주중 5일간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면 쉴 틈도 없이 아이들을 위해 무한 도우미로 변신합니다.코로나19로 인해 마음껏 뛰어놀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가족 문화
[뷰파인더 너머] (125) 그 여름이 간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여름이 지나간다. 불어나는 물에, 누군가가 휘두르는 날카로운 무언가에 사람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날 선 전화와 문자에 스스로 생을 저버리는 이도 있었다.이슈는 또 다른 이슈로 덮어지고, 때아닌 이념논쟁이 얼굴을 감췄다가 내민다. 유난히 뜨겁고 축축하고 예민했던 그 계절이 겨우 지나간다.망원한강공원 나들이 인파
[뷰파인더 너머] (124) 49일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한 교사의 죽음 후 49일이 흘렀다. 한 달 반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세상은 교단의 죽음을 세 번 더 목격했다. 여태 시선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보지 못했을까. 들쳐본 적 없기에 드러나지 않았던 걸까. 쏟아지는 부고들 앞에서, 이 죽음들이 연결돼있는 것일까 질문한다.어떤 죽음은 말을 한다고 했다. 유서가 없어도 그
[뷰파인더 너머] (123) 조심히 잘 다녀와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요즘 저의 인사는 조심히 잘 다녀와입니다. 흉기 난동, 살인 예고. 흉악범죄가 연일 뉴스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요즘처럼 집 밖을 나가는 게 불안한 날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8월 초, 분당 지하철역 흉기 난동 사건 발생 직후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 예고 현장에 취재를 가게 됐습니다.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안전을…
[뷰파인더 너머] (122) "아따, 쌔빠닥 까지 얼얼허요"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언어는 그 사람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말투와 억양, 발음 속도까지 말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화가 나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발음 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감정까지 표현하는 게 언어다. 그동안 우리 언론은 표준어만 고집해 왔다. 국가가 못을 박아버린 틀에 갇힌 언어만을 쓰도록 강제했다.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
[뷰파인더 너머] (121) '펄펄' 끓는 36도 폭염에 동물도 힘들어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가마솥 더위에 지친 불곰이 그늘 밑에서 큰 대(大)자로 누워 쭉 뻗어있습니다. 36도까지 치솟은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올해 역대급 폭염에 사람들도 숨이 턱 막히는데 하물며 동물은 어떻겠습니까.더위로 명성 높은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동물들은 내리쬐는 뙤약볕 속에서 폭염과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호랑이와 불곰처럼 덩치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