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드는 언론과 옳은 언론
“경제학자인 내가 봐도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더라.”한 경제학 교수는 정부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파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말에 기자에게 황당해했다. 당시 진보성향 언론과 보수성향 언론이 각기 일본 철도 민영화 실태를 조명한 기사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진보언론은 일본 국철이 27년 전 철도민영화를 통해 7개 회사로 분리된 뒤 대도시노선을 확보한 회사와 그 외 지역을 확보한 회사 사이에 양극화 심화, 극심한 인력감축과 시설 노후화로 인한 안전사고 빈발 등 폐해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언론은 이용객이 증
바람 잘 날 없었던 2013년 문화계
올해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게 남다르게 기대되는 게 있다면,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삼은 첫 번째 정부라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7월 관련 시행법을 개정하면서까지 ‘문화융성위원회’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전행정부 장관, 교육부 장관 등 장관 3명을 포함시켜 대통령 산하 정책자문위원회로 출범시켰다. 문화라는 거대 담론이 행정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냐의 이론적 갑론을박은 차치하고서라도 역대 어느 정권보다 문화에 관심과 의욕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을 언급하
한국기자협회부터 밀양에 관심 가져야
한국기자협회와 그 구성원이 밀양 초고압 송전탑 건축 문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궁금증이 제가 생각하기에는 합당합니다. 왜냐하면 한국기자협회와 그 구성원들이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는 바람에 많은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밀양 76만5000볼트 초고압 송전철탑이 현안이 된 지는 8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안에 대해 나름대로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지는 2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지난 6년 세월 동안 대한민국 기자들과 보도매체는 밀양에 대해 무관심했습니다.기자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보도했다면 밀양은 이런
이청준과 이승우의 어떤 인연
얼마전 이청준(1939~2008)의 5주기를 맞아 전남 장흥 진목마을을 다녀왔다. 장흥은 이청준의 고향이지만, 올해 동인문학상을 받은 작가 이승우(54)의 고향이기도 하다. 평생을 존경한 선배였지만, 말 한마디 제대로 못붙여 봤다는 게 이 소심한 후배의 고백이다. 이승우를 ‘작가’로 이끈 책은 이청준의 단편 ‘나무 위에서 잠자기’. 여성지의 별책부록으로 나온 이 소설을 처음 읽으며 ‘고등학생 이승우’는 어떤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소설 쓰는 재미를 준 작품
제조업 성공 DNA가 금융서도 통할까
“잘하는 사람은 뭘 시켜도 잘해.” VS “맞지 않는 일을 시키니 잘할 수가 있나.”어떤 게 맞는 말일까.2일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있었다. 8명의 부사장이 새로 사장으로 승진했고 8명의 사장이 보직을 바꿨다. 국내 최고의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그룹 인사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유독 눈에 띄는 인사가 있었다. 바로 삼성의 주요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사장이었다.삼성생명에는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이 옮겨갔다. 자산과 인력 모든 면에서 훨씬 큰 회사로 옮
수동적 신뢰외교에 갇힌 박근혜 정부
동북아시아 정세가 또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의 힘이 격렬하게 맞부딪히고 있다. 19세기 말의 국제 정세를 연상시킨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이런 정세 속에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거나 안이한 판단을 하게 되면 언제든 비극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야말로 눈을 부릅뜨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격랑을 헤쳐나가는 방법으로 ‘신뢰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개인들이 공존하기 위해 상호신뢰
사법부의 ‘엉뚱한 소통’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원의 최대 화두는 ‘소통’이다. 법원장들의 취임식마다 ‘소통’이라는 문구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최근 서울법원종합청사를 비롯해 대법원 등에서 열린 다양한 문화행사 역시 ‘소통’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들이다. ‘캠퍼스 열린 법정’이라는 이름으로 재판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찾아가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실제 재판을 진행하고 질의응답의 시간을 갖는 것 역시 대법원장이 강조하는 ‘소통’의 일환으로 볼
15년 만에 재발한 ‘재벌총수 리스크’
14일 열리는 전경련의 올해 마지막 회장단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썰렁할 전망이다. 상당수 그룹 총수들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참석이 어려워 ‘반쪽회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SK와 한화는 총수가 배임 또는 횡령 혐의로 재판 중이다. 동양의 총수는 사기성 기업어음 및 회사채 발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포스코 회장은 정부의 사퇴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STX의 총수는 경영실패로 쫓겨났다. 금호아시아나는 4년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다. 한진·두산·동부·동국제강…
엘리트 예술에서 생활 예술로
전시 기간이 워낙 길어서 넋 놓고 있다가 마지막 주에 이르자 회사에 휴가를 내고 부랴부랴 대구에 내려갔다. 땡땡이 호박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여류 작가 쿠사마 야요이 전시를 보기 위해서다. 금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생존 작가 중 한 명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100점이 넘는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는 소식은 미술계에선 제법 신선한 충격이었다. 입장권은 5000원이었지만 차비까지 감안하면 10만원 가까이 내고 본 가장 비싼 전시. 그러나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깊은 감동을 받고 왔다.유복하지만 불화한 가정에서 태어난 쿠사마 야요이는 성
김두관 균등 지원은 안 되고 홍준표 차등 지원은 괜찮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전임 김두관 도지사의 핵심 공약 사업 ‘모자이크 프로젝트’를 반 쪽 낸 때는 올해 3월 20일이었다. 모자이크 프로젝트란 경남 지역 18개 시·군 모두에 대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4년 동안 200억원을 ‘종잣돈’으로 균등하게 지원하는 사업이다.모든 시·군에 똑같이 200억원을 지원하는 까닭은 이랬다. “으뜸도시인 창원이든 아니면 인구가 가장 적은 의령이든 지역마다 발전이 덜 된 지역은 있게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