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76년 만에 되찾은 웃음, 원폭 피해자 2·3세대 지원 이끌어내다
경기도가 원폭피해자 지원 대상을 3세대까지 확장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하던 날, 박상복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장은 운수대통(運數大通)을 언급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본보 경기ON팀의 심층보도에 이어 경기도의 후속 대책 소식을 접한 원폭피해자들이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던 모습은 잊지 못할 기억이다. 원폭피해 1세대들의 유지를 잇고자 칼바람 부는 폐건물 속 협회 사무실을 지키는 후손의 외로운 투쟁을 지켜봤기에 이번 성과는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대한민국은 76년 전 일본에 강제 징용돼 직접 원폭 피해를 입은 1
[이달의 기자상] 노래하라! 저항하라!… 항일음악 6000곡 대발굴
우리가 항일음악을 연주해서 다른 지역으로 전파하는 것 자체가 독립운동이라고 봅니다.항일음악으로 직접 학교 종소리를 만든 경남 밀양 미리벌초등학교 6학년 석하랑 학생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다큐 제작 내내 가장 큰 의문 부호였던 과연 한일병탄 이후 백 년이 지난 지금, 여기, 우리의 아이들이 항일음악의 가치와 의의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었습니다. 항일음악 6000곡 대발굴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지만, 그 가치를 현 세대가 제대로 공유하지 못한다면 그 큰 울림이 반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빛바랜 종이에
[이달의 기자상] '구하라 시리즈' - 빈곤 동네와 주거 빈곤 아동
대구엔 재개발,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신축 동네는 젊은 층이 모여들고 온갖 시설들이 즐비 하다. 반면 개발에서 소외된 동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아이들보다 반려견이 많고 골목 곳곳엔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노후화된 임대 아파트가 있는 동네의 경우 노인과 술에만 의존한 40~50대들이 많다. 그들은 삶의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기보단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불만이 없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이 지점에 귀를 기울였다. 구청, 복지관을 통한 섭외 대신 현장과 부닥치기로 했다. 임대아파트 정자에 앉아 주민들과 서슴없
세계 'LG 취업청탁 리스트' 보도, 대기업 채용비리 끈질기게 파헤쳐
제37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총 9개 부문 61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7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일부 출품작은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 끝에 탈락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14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세계일보의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공정이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자칫 묻힐 수 있었던 대기업의 채용 비리 문제를 경찰의 내사, 검찰의 기소, 법원 공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긴 호흡으로 끈질기게 파헤침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이 돋보였다. 경찰의 언론플레이 가능성에 대한 일부 의견이 있었으나
[이달의 기자상] LG 취업청탁 리스트 입수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모두 맘 먹기에 달렸더라. 아들(고교생)이 취업절벽을 걱정할 때면 희망을 잃지 말자고 응원했다. 이 땅의 모든 부모가 그럴 것이다. LG 채용비리 사건은 그래서 죄질이 몹시 좋지 않다. 국민 대부분은 LG 정도면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공정한 룰을 갖췄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재계에서 이미지가 가장 좋은 기업이기도 하다.그래도 대기업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요. 지난 2019년 겨울, LG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제보를 접하고 소름이 끼쳤다. 비자금 조성, 배임, 횡령, 단가 후려치기, 갑질…
[이달의 기자상] 외국인 탈세 의심거래 224조
단지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을 당한 아버지는 여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 상황의 그릇됨을 끝까지 물었던 것은 그의 친구였던 기자뿐이었다. 기자가 된 딸에게 아버지는 문제가 있는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이 기자의 일이라는 조언을 건넸다.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 외국인 TRS(총수익스와프) 탈세 의심거래 보도는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 4월, 탈세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던 CFD(차액결제거래)가 과세 대상이 됐다. 보완점을 살피던 중 CFD보다 폭이 더 넓은 상품인 TRS로 시선을 옮겼다. 취재 과정에서 외
[이달의 기자상] 젠더 데이터, 빈칸을 채우자
보이지 않는 것을 점검하는 일은 가능한가. 젠더 데이터, 빈칸을 채우자 5회 기획 기사를 준비했던 지난 6월, 이 질문에 수시로 붙잡혔다. 이번 취재는 확실히 그간의 작업과 달랐다. 비판이 아니라 발견에 가까웠다. 비판의 대상은 이미 존재하지만, 발견의 대상은 내가 찾아내야만 존재한다. 여성이 처한 현실을 읽어내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아직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 겉으론 매끈해 보이지만 은밀한 차별을 품고 있는 데이터를 발견해 독자 앞에 펼쳐놓아야 했다.시작은 출산(전후)휴가 사용률이었다. 임신한 여성 노동자에게 출산휴가는 당연한 권
[이달의 기자상] 장애 교원 부족 실태
장애인과 교사, 두 단어를 쉽게 조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장애인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모습을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이도 마찬가지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실제로 장애 교원은 적습니다. 약 5000명. 법적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3.4%지만, 장애 교원 5000명으로 이 비율을 채우기는 불가능합니다. 교육 당국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단 느낌이 강했습니다. 교육청은 임용시험에 지원하는 장애인이 적다, 교대와 사범대는 장애인 지
[이달의 기자상] 우리 앞바다에 쓰레기 쓰나미가 온다
인천경기는 바다와 친숙한 지역이다. 인천경기를 둘러싸고 있는 서해 경기만이 있기 때문이다. 인접해있는 바다를 이용한 항만 등 해양산업이 발달해있는 만큼 인천경기 지역에 있어 해양쓰레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경인일보 기획취재팀이 해양쓰레기를 대주제로 잡은 이유였다.인천경기 앞바다는 '육상기인', '해상기인', '해외기인' 등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발생원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해양쓰레기 문제를 다룬 기사들은 많았지만, 인천경기 앞바다를 특정해 집중적으로 현장을 찾아 그 실태를 총
[이달의 기자상] 부산시민공원 기름 오염 정화 부실
외할머니는 생전에 조선 놈들 욕을 많이도 하셨다. 정확히는 가난했던 시절에 대한 넌더리였다. 우리 조선 놈들 정말 못 살았다. 자존심 구기는 일도 먹고 살려고 하는 수 없이 전부 했다며 옛 시절 생각에 치를 떨곤 했다.이 레퍼토리에는 항상 미군이 언급됐다. 하야리아 부대 입초를 서고 있는 미군에게 동네 꼬마들이 다가가 기브 미 쪼꼬레뜨하면, 군인들이 씩 웃으며 미리 준비한 초콜릿을 나눠줬다는 바로 그 이야기다. 부대 주변에 형성된 판자촌과 기지촌, 미군 식료품을 얻어다 팔던 것이 이름의 기원이라는 국제시장까지 욕의 대상이었다. 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