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엔 재개발,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신축 동네는 젊은 층이 모여들고 온갖 시설들이 즐비 하다. 반면 개발에서 소외된 동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아이들보다 반려견이 많고 골목 곳곳엔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노후화된 임대 아파트가 있는 동네의 경우 노인과 술에만 의존한 40~50대들이 많다. 그들은 삶의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기보단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불만이 없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이 지점에 귀를 기울였다. 구청, 복지관을 통한 섭외 대신 현장과 부닥치기로 했다. 임대아파트 정자에 앉아 주민들과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눴고 근처 분식집에서 주민과 함께 밥을 먹었다. 또 동네의 대문, 전봇대에 붙여진 스티커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더 눈에 띈 건 아동들이었다. 무너져 내린 천장, 뜯겨버린 바닥, 구멍 뚫린 벽에서 나오는 바퀴벌레… 최소주거기준을 갖추지 못한 집에서 아이들은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형제들과 자리싸움을 하며 자랐다. 태어날 때부터 그곳이 당연한 ‘집’의 모습이 돼버린 그들에겐 자기 방이 없는 것 빼곤 불편한 게 없었다. 더욱 답답했던 건 그들을 돕는 게 자기 소관이 아니라는 대구시의 행정이었다.
보도 후 변화는 조금씩 일어났다. 누군가는 빈곤층을 돕겠다며 무료 봉사를 자처했고 또 누군가는 도움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할 순 없었다. 실태 조사를 위한 예산 증액을 하겠다던 대구시의 약속엔 연이은 취재에 ‘하는 수 없이’라는 감정이 녹아들어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지난 5개월간의 대장정에 마침표가 찍힌 이즈음. 대구시, 또 대구 시민들이 꼭 이 말을 새겼으면 좋겠다. ‘불만이 없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변화를 위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