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폴리널리스트 문제, 정말 해결책 없나?
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폴리널리스트 논란이 벌어졌다. 제법 알려진 언론인 여럿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미 익숙한 풍경이기 때문인지, 그렇게 큰 화제가 되지도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덤덤하게 넘어가도 되는 걸까?공직선거법은 정식으로 등록된 언론사에서 편집, 제작, 취재, 보도 업무를 하던 언론인의 출마를 공직자와 같이 규제한다. 지역구 후보가 되려면 선거일 90일 전까지, 비례대표 후보가 되려면 30일 전까지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규제는 원래 공무원과 공공기관 고위직이 대상이다. 그런데…
정책적 전환기에 역할을 하지 못한 언론
5년여 전에 기자를 그만둔 이후에 사회 정책을 공부하면서 2015년 7월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기존 단일급여체계에서 맞춤형 급여체계로 전환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은희박윤영김우현의 연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개정과정 연구: 맞춤형급여를 중심으로(2021)를 보면 맞춤형 급여체계로의 개편이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었고, 제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송파 세 모녀 사건이었다고 한다.왜 기자 때 이토록 중요한 제도적 전환을 알지 못했을까. 송파 세 모녀 사건은 기억하면서 대안으로 제시된 제도는 왜 인지하지도 못한 걸까. 변명하자면 20
취재는 퍼즐 맞추기가 아니다
발달장애자녀가 특수교사에게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 부모는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이후 부모가 증거 수집을 위해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서 수업 내용을 몰래 녹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법정에선 2시간 40분에 달하는 녹음파일이 전체 재생됐다. 수업시간을 녹음했다던 파일 대부분은 무음이었고, 기소된 사건 관련한 내용은 전체 다 합해 5분 남짓했다.한 장애부모는 장시간 무음에 대해 지적하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그러나 한 특수교사는 그 시간을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
권력의 언론 분할통치와 방심위
자유당 계열 정당의 집권체제에서는 기존 제도를 활용하여 비교적 손쉽게 장악할 수 있는 공영매체와 정치경제적 거래를 통해 포섭할 수 있는 기타 언론을 구분하고, 자원의 불균등한 배분을 통해 성장시킬 우호적 언론과 약화시킬 비우호적 언론을 철저히 갈라 분할통치하는 전략을 세워 일말의 주저도 없이 실천에 옮겼다.한국언론정보학회 소속 5인의 언론학자가 2022년에 출간한 언론 자유의 역설과 저널리즘의 딜레마에 나오는 구절이다(26쪽). 여기서 언급된 집권체제가 활용하는 기존 제도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다.이
'괴물은 누구게' 놀이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저는 어리석은 사람이었습니다! 영화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을 본 한 지인의 첫 마디는 이랬다. 다수의 영화 평론가는 감독과 작가가 이 영화를 3부로 기획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1부와 2부에서 괴물을 찾는 데에 몰두하던 관객들(괴물이 바뀌는 경험을 하기도)이 3부를 통해 자신의 편견(선입견고정관념)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영리한 구성이라는 얘기다. 괴물은 이를 통해 나 또한 여러 관계와 놓인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 괴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회가 쉽게 내뱉는 보편성이라는 이름의 전형적인 시각이…
성소수자 보도, 어떻게 할 것인가
미디어 재현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점차로 저널리즘의 중요한 규준이 되어가면서, 서구 언론사와 관련 공적 기관들은 성소수자, 장애인, 선주민 등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별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호주언론평의회(Australian Press Council)가 2019년 성소수자를 위한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고 영국의 언론인노동조합(National Union of Journalists)에서도 2021년 NUJ guidelines on LGBT+ reporting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성
포털 뉴스와 기술 규제
만약 사회적으로 중요성을 가지는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면, 정부와 규제 기관의 주목을 받게 된다. 과거에도 인터넷에는 혐오표현이 있었으나, 이러한 주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당시 기술은 규모가 작은 산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후 기술 기업이 모든 사람을 연결하며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이후 기술은 규제 대상 산업이 되었다. 하지만 기술 기업을 어떻게 규제할지 문제란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면, 자동차 기업에게 차를 더 안전하게 만들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사고를 없애라고 할 수는 없다.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갔다올게'라는 흔한 말
별은 알고 있다(권오연 감독)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공동체 상영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 다큐는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가 만든 영화다. 이태원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영화 제작진과 유족들은 전국을 돌며 상영회에 참석하고 있다. 청주에서는 오송참사시민대책위가 19일에 공동체 상영회를 열었다. 나는 오송대책위 소속으로 관객과의 대화 사회를 맡아 미리 영화를 보고 함께 나눌 이야기를 정리했다. 여러 행사를 진행해왔지만 이번에는 참 쉽지 않다.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 한복판에서 159명이 세상을 떠났다. 가까운 사람에게…
언제까지 받아쓸 것인가?
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언론은 서서히 침몰하는 대형 여객선을 지켜보면서도 해경이 불러주는 구조상황만 받아썼다. 국가는 전국에 있는 해난구조전문가를 모두 진도 앞바다에 투입하여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듯했다. 최소한 언론에 보도된 해경 발표는 그랬다. 그러나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8시간 동안 대통령은 TV화면에서 사라졌다. 대통령의 사라진 8시간을 감추기 위해 청와대는 거짓말을 늘어놓았고, 언론은 충실히 받아 썼다.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는 동안, 언
다시 생각하는 '언론의 품격'과 사적 영역 보도
연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언론윤리 차원에서 참으로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배우 이선균씨의 육성 보도나 남현희씨나 황의조 선수 사건 등 선정적 보도가 쏟아졌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언론의 품격이라는 것이 떠올랐다.언론과 품격이라는 말이 연결될 수 있을지 의아한 이도 있을 것 같다. 딱 10년 전에 한국 언론의 품격이라는 책을 쓸 때도 그랬다. 운 좋게 훌륭한 분들 틈에 끼어서 언론법제 부분을 쓸 기회가 있었는데, 제목을 놓고 같은 논란이 있었다. 책을 기획한 관훈클럽 집행부는 없는 품격이라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