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민의 반영되는 정치체제 작동에 기여해야
7일 오전 8시 즈음 자유한국당(180만38명)과 더불어민주당(31만408명) 정당해산청원 참여인원이 2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정당이 민의를 반영하는 채널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 규모가 ‘역대급’이고 참여인원의 크기가 정당에 따라 큰 격차를 보여 그런지 지상파방송, 종이신문, 인터넷언론은 너나할 것 없이 사설과 의견기사 그리고 사실보도를 통해 관련소식을 다룬다. 그런데 보도내용이 영 마뜩잖다. 청원인 숫자, 예상되는 청와대 답변, 정당 청원에 대한 보수언론의
기자의 윤리, 기자의 범죄
기자에게는 어느 정도의 윤리의식 혹은 도덕성이 필요할까. 윤리의식의 절대적인 양을 측정할 수는 없으니 질문을 좀 다듬어보자. 기자에게는 ‘보통 사람들’ ‘독자들’보다 더 높은 윤리의식이나 도덕성이 필요할까. 기자의 윤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보편적인 윤리의식이 있는가 하면, 취재와 보도를 하면서 지켜야 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윤리가 있다. 둘은 분리될 수도 있고, 때로는 하나일 수도 있다. 기자들이 취재나 보도를 하면서 금품을 받아선 안 되고, ‘취재 편의’라는 명목으로 합당하지 않은 대우를 요구하거나 받아서도…
‘사주 저널리즘’이라는 내부 유착
지난 14일 배우 윤지오씨의 ‘13번째 증언’ 북콘서트가 열렸다. 윤씨는 홍선근 머니투데이그룹전략협의회 회장이 자신에게 꽃다발을 보낸 적이 있다면서 주소를 알고 있는 게 스토킹으로 느껴져 두려웠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증언했다. 그에게 머니투데이 계열사 기자들이 계속 질문을 던졌다. “집으로 꽃다발이 배달됐다고 하는데 꽃다발도 조씨가 배달한 걸로 오해하는 거 아닌가?” “홍 회장에게 명함 받았던 자리 자체가 법적으로, 도의적으로 문제 될 만한 자리였나?” 머니투데이 계열사인 뉴시스 기자는 윤씨를 비난하는 칼럼을 썼다가 지웠고, 머니투데
알고리즘과 적대감
일반적으로 사람은 불완전하지만, 기계는 정확하다. 컴퓨팅 기술의 발전과 데이터의 폭증으로 인해 기계의 정확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날씨, 주가 등 어떠한 결과를 예측해야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보다는 기계의 판단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할 때 기계는 사람보다 확실히 우월하다. 이러한 기계의 판단은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처리하는 명령어들의 집합인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진다. 내비게이션의 길안내 알고리즘은 처음 가보는 길임에도 가장 빠른 길을 찾아 알려준다. 어쩔 때 보면 나는 내비게이션의 지시에 따라 운전
아파야 기자다
“그렇게 해서 저의 동갑내기…”지난 4일 손석희 앵커는 JTBC ‘뉴스룸’의 앵커브리핑 마지막 문장 앞에서 한동안 뒷말을 잇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25초의 긴 침묵이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줬다. 간신히 “노회찬에게 이제야 비로소 작별을 고하려 합니다”라고 끝을 맺었다.손석희와 노회찬은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여러 번 만났고, 마음 속으론 친구 같았을 지도 모른다.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와 관련된 앵커 브리핑에서 손석희는 노회찬을 회상하며, 자신의 ‘아픔’을 침묵으로 전달했다.1994년 성수대교 참사…
언론·사회가 ‘낙태죄 폐지’를 조명하는 방식
지난달 30일, 팟캐스트 말하는 몸 녹음에 참여했다. 록산 게이의 ‘헝거’에서 원하는 부분을 낭독하고 자신의 몸에 대한 경험을 나누는 작업이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자신의 몸을 가부장제가 승인한 방식으로만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단죄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 가임기 여성이 결혼해서 출산하지 않거나, 스스로 임신을 중단하고자 하는 경우 말이다. 전자가 인구절벽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 당하고 비난 받는다면 후자는 명료하게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그날은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가 열렸고, 잇따른 영유아 유기 소식이…
왜곡된 제목 편집관행과 저널리즘 신뢰 퇴행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외신 기사를 인용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기사의 제목에 등장한 ‘수석대변인’은 취재원이 언급한 단어가 아니었다. 근거 없는 주관적 해석을 제목으로 삼아 논란이 되고 있다.기사의 제목은 기자와 데스크 간 협업의 결과물이다. 이들의 협업은 뉴스 생산 관행과 기자의 역할이라는 맥락 안에서 발생한다. 먼저, 제목 유형만으로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추론한다면 기자는 단순전달자일 가능성이 높다. 거의 모든 영역의 뉴스에서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부호로 처리해 제목에 배치하는 편
불편해져라, 민감해져라
‘미투’가 뜨거운 이슈였던 지난해, 기획시리즈의 하나로 ‘남성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만들었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한국 남성들이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담은 글이었다. 그 뒤 1년, 더 나아진 사회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 대신 버닝썬과 연예인들의 불법촬영이 사회를 달군다. 버닝썬 클럽 사건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술집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그런 일을 당한다니. 하지만 이 뉴스의 ‘밸류’를 평가하는 데에서 확실히 여성과 남성의 체감도는 다른 것 같다.언론은 어떤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매
기자를 기자라 부르지 않는 나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TV를 지켜보다가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의 질문에 내 귀를 의심했다. “북한 지도자가 언제 또 회담장에 나와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지 아직까지 알 수 없다고 했는데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해서 더 신속하게 움직이도록 할 생각입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답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현재 굉장히 강력한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더 필요하지 않고 북한 주민들도 생계는 이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더 부끄럽게 느낀 것은 다음 날 동아일보 기사였다. ‘아이돌급 외모로 인기…트럼
뉴스 구독 모델의 목표
나는 미디어 연구자다. 연구자로서 다양한 미디어들을 연구하려면 직접 경험을 해야 한다. 또한, 제값 주고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나부터 제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월 1만5000원. 실시간 TV 시청을 위해 IPTV를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까지 결합상품으로 월 3만7200원. 여기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최신 영화 등 VOD 비용으로 1만원 가량이 더해진다. 나는 잘 듣지 않지만 고등학생 딸을 위해 무제한 내려 받기가 가능한 음원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 월 1만1900원. 놓친 TV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