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무단침입' 서슴지 않은 한국전력
전남 구례군 산골마을 한 농민의 제보가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전력이 불시에 찾아와 5년 동안 사용했던 저온 창고에 농사용 전기 위약사항이 발견됐다며 위약금을 청구한 겁니다. 처음엔 단순 의혹 제기로만 그칠 수 있었습니다. 유사 사례를 찾으려 일주일 동안 마을 일대를 돌아다니고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기 위해 450페이지에 달하는 약관을 전부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단속의 과정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묻지마 단속, 무단침입, 고무줄 위약금 등은 모두 규정에 위반되는 사항이었습니다. 광주MBC 취재팀은 사실의 조각들을 하나
[이달의 기자상] 난방비 더 써도 더 추운 '단열 빈곤층'
지난 1월25일. 서울의 체감온도는 영하 25도, 역대급 한파였습니다. 이날은 난방비 폭탄 고지서 배달이 미리 예견된 날이기도 했습니다.추위와 난방비 폭탄의 여파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스케치 사진을 취재하고자 했습니다. 쪽방촌에서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지내는 한 노인의 사진과 반팔 티셔츠를 입고 생활하는 아파트 주민의 사진이 떠올랐습니다.두 이미지의 격차를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파트와 쪽방촌의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을 기획했습니다. 온도를 색으로 나타내는 열화상 카메라가 격차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SBS '신종 병역비리' 보도, 짧은 언론공지 문자 놓치지 않은 감각 돋보여
제38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68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6편 중 3편이 지역 기획보도 부문에서 나와 지역 기자들의 밀도 있는 취재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취재보도 1부문에는 11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SBS의 신종 병역비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검찰의 짧은 언론 공지 문자를 놓치지 않고 집중 취재한 기자들의 감각이 돋보였다. 병역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고 엄중한 사안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병역비리가 이 보도를 통해 다시 이슈가 되면서
[이달의 기자상] 신종 병역비리
병역 면탈 브로커 A를 병역법 위반죄로 구속기소. 지난해 12월, 병역비리와 관련해 수사기관서 처음 공개한 사실입니다. 병역비리는 통상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왜곡된 진단 결과가 나오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멀쩡한 어깨를 망가뜨리거나 소변에 혈액과 약물을 섞는 경우, 혹은 정신 병력을 위장하는 게 대표적입니다.이번엔 달랐습니다. 병역 면탈 브로커 A씨는 부정기적인 발작이 일어날 수 있는 신경질환, 뇌전증을 이용했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뇌전증이라는 단어 하나로 시작해 이 사안을 파헤쳤습니다. 변호사, 행정사, 의사, 국회의원실 등
[이달의 기자상] 탄소 도시, 서울
31%와 3.4%. 런던과 서울의 탄소 감축률입니다. 1990년에 비해 2019년에 얼만큼 탄소를 줄였는지 나타냅니다. 런던은 3122만톤, 서울은 4597만톤을 배출했습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뉴욕은 2019년에 최고점(2005년) 대비 29.1%를 줄여 5491만톤을 배출했습니다. 서울은 최고점(2007년)에 비해 8.2%밖에 줄이지 못했습니다.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도시 탄소중립을 취재하며 알게 된 서울의 현주소입니다. 20년 전부터 힘쓴 해외와 달리, 서울은 2005년에 감축 약속을 하고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에도
[이달의 기자상] 혐오발전소, 댓글창
158명의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 댓글 10개 중 6개가 혐오 감정이 담긴 혐오 댓글이었습니다. 초유의 비극적 재난, 사회적 참사가 벌어졌지만 국민 대다수가 보는 뉴스 포털 댓글창에는 농도 짙은 혐오 감정이 쏟아졌습니다.이런 댓글은 누가 쓰지? 이번 기획의 출발점이었습니다. 21세기 여론이라 불리는 댓글이지만 주변에서 내가 댓글러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댓글창에 혐오와 차별의 표현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댓글은 수준 이하의 사람이 작성하는 것이
[이달의 기자상] 여음(餘音) 아직, 남겨진 소리
27년 카메라기자로 생활하던 나에게 다큐 제작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다. 섭외와 글 쓰는 법, 회사에 올려야 할 각종 문서들, 처음 접해보는 혼자만의 사투가 벌어졌다. 괜히 한다고 해서 이런 후회를 하루에도 몇 번은 했다. 그래도 홍두희 국장님과 함께여서 많은 위안을 얻고 시작했다.석탄과 카지노로 대변되는 정선의 또 하나의 힘은 소리에 있다. 아리랑 하면 진도와 밀양을 떠올리겠지만 투박하면서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정선 아리랑이야말로 정선이 지닌 최고의 문화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지자체에서 여러 사업을 통해 홍보
[이달의 기자상] 新문화지리지 2022 부산의 재발견
부산일보의 新문화지리지-2022 부산 재발견 시리즈는 두 번의 도전 끝에 이룬 수상이어서 더 기쁩니다. 2009년 新문화지리지-2009 부산 재발견을 연재할 때만 해도 언제고 마음만 먹으면 수정 증보판을 낼 수 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13년 만에야 지킬 수 있었습니다.시리즈 보도를 위해 꾸린 부산일보 특별취재팀은 정말이지 특별합니다. 신문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잘 알 겁니다. 편집국과 비편집국, 부서와 부서 간 칸막이가 얼마나 높은지를. 특별취재팀은 그것을 과감히 넘어섰습니다. 사내 기자상도 함께 수상하면서 받은
[이달의 기자상] 부산 영화숙·재생원 인권유린 피해 추적
초년병 시절 부산 사하구를 출입했던 기자는 늘 땟거리로 골머리를 앓았다. 아들 고생이 눈에 밟혔던 어머니가 어느 날은 영화소를 취재해 보라며 제보해왔다. 사하구 신평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어머니는 당시 살던 집 근처에 영화소라는 부랑아 시설이 있었다고 했다. 그곳 어린이들은 모두 강제로 끌려온 것으로, 얼굴이나 팔에 멍이 든 아이가 많아 맞기도 많이 맞았을 거라고 했다.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엄마, 말만 가지고 50년 전 일을 어떻게 취재하노?5년이 지나 손석주씨를 만났다. 그는 사하구 장림동 소재 부랑인 시설 재생원으로 억
한겨레 '참사가 앗아간 가족…', 새 기술 도입으로 사진보도 영역 넓혀…
제38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84편이 출품됐고 이 중 5개 부문에서 수상작이 1편씩 나왔다. 취재보도 1부문(정치사회)에는 11개 부문 가운데 평소처럼 가장 많은 21편이 출품됐지만 이례적으로 수상작이 없었다.경제보도부문에서는 연합인포맥스의 흥국생명,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시장 신뢰 하락 보도가 선정됐다. 흥국생명이 5년 전 글로벌 시장에서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연합인포맥스 보도 이후 채권시장은 요동을 쳤다. 평판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