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국민청원, 언론이 해야 할 3가지
미성년자 등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 영상을 찍게 하고 유통시킨 ‘텔레그램 n번방’ 핵심인 ‘박사방’을 운영한 20대 남성이 체포, 구속됐다. 한겨레가 지난해 11월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탐사 보도를 한 지 4개월만이다. 국민일보가 ‘n번방 추적기’를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다시 환기한 지 채 10일이 되지 않아서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시민들의 분노로 들끓고 있다. ‘n번방’ 운영자와 26만여명으로 추정되는 가입자 신원을 공개하라는 두 청원에 40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신원을 낱낱이 밝혀 악의 고리를 끊자는 성난 여론이다.…
무책임한 경기방송 폐업 결정
경기 지역 유일의 지상파방송사인 ‘KFM 경기방송’이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1997년 지상파 민영 방송사로 출범한 지 23년 만이다. 주주총회가 열렸던 지난 16일 경기방송은 입장문을 통해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주축이 된 사상 초유의 언론탄압이 이어지면서 기존 예산들이 줄줄이 중단, 삭감됨으로 인해 기하급수적인 매출의 급감이 뒤따랐고, 올해도 주요 예산들이 큰 폭으로 삭감 및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또 “잦은 헤게모니 싸움에 패권다툼 양상의 내분 등을 십수 년 간 겪으면서 사실상 정상적 방송언론으로서의 기능은 완전 상실됐다”고…
코로나19 취재진 안전대책 시급하다
최근 모 정부청사에선 출입기자 중 한 명이 폐렴증세로 입원하자 이틀간 기자실을 폐쇄하고 방역하는 일이 있었다. 지나가다 기침하는 행인과 마주치기만 해도 깜짝 놀라는 ‘이 시국’이니 혹시 코로나19에 감염된 게 아닌가, 의심됐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코로나19가 아니어서 해프닝에 그쳤지만 동료 기자들과 당국자들은 하루 이틀 동안 불안에 떨어야했다. 만약 확진 판정이 났다면 기자실은 물론이고 옆에 붙어있는 대변인실과 지하 구내식당, 매점이 모두 폐쇄됐을 거다. 본의 아니게 해당 부처 업무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을 수도 있다. 기자의 주된
선 넘은 조선일보의 코로나 보도
고대부터 역병이 돌거나 홍수가 나는 등 재난이 생기면 사람들은 왕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에볼라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과 아프리카 간 비행기 운항을 금지시키고 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의료진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도 막아야 한다”며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비난했다. 그랬던 트럼프에게 6년이 흐른 지금 ‘코로나19’ 방역 문제가 재선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염병이 퍼지면 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
코로나19 보도, 과도한 정치공세 삼가야
미래통합당의 한 예비후보가 코로나19를 “문재인 폐렴”이라고 불렀다. 4월 총선에서 대구 동구갑 선거구에 출마한 그는 지난 20일 “문재인 폐렴 대구시민 다죽인다”는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을 벌였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표를 얻어보겠다는 얄팍한 계산도 한심하지만, 언론인 출신임을 당당히 앞세우면서 이런 극단적 언행을 대놓고 일삼다니 씁쓸할 뿐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언론 보도나 소셜미디어상에 도는 말 중에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와 같은 말들이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대구…
민주당,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 온갖 정치구호가 넘실댄다.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이다. 하지만 9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이런 풍경을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선거일 전 180일부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 등을 게시하지 못하게 한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고 이때부터 인터넷 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이 허용됐다. 19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둔 2011년 12월29일의 일이다. 이번엔 신문 지면이 문제가 됐다.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기고한 임
또 청와대 직행, 기자인 게 부끄럽다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의 각사 책상은 가로 약 90cm 정도로 비좁다. 다닥다닥 붙은 독서실 같은 이 기자실은 정권 비판의 최전선이다. 바로 그곳이 참여정부 시절, 강민석 당시 중앙일보 기자의 자리였다. 기자실에서 나와 약 20보 걸어가면 ‘닫혔음’이라는 팻말을 목도하게 된다. 이 팻말과 기자실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줄담배를 피우던 강민석 당시 기자의 모습을 후배들은 기억한다. 그런 그가 이젠 ‘닫혔음’ 팻말의 다른 저편에 서는 것을 택했다. 지난 2일 중앙일보에 사표를 제출한 뒤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6일, 청와대 대변인
반중정서 부추긴 신종 코로나 보도
1923년 9월1일 일본 도쿄 일대 관동지방에서 발생해 15만명이 사망한 관동대지진은 그 자체로 비극적 대재난이었지만, 재난이 민족차별과 결합하면 폭력과 광기로 돌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당시 지진 직후 극심한 피해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일본 신문들은 ‘조선인들의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보도했는데 이는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헛소문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결국 6000명이 넘는 무고한 조선인들은 분노한 일본인 자경단의 손에…
혐오표현 퇴출 위해 언론이 힘 모을 때
언론계 현업단체가 날로 심해지고 있는 미디어 속 혐오표현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나섰다.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도한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선언’에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인터넷기자협회·한국PD연합회·한국아나운서연합회·한국방송작가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 등 국내 미디어를 대표하는 9개 단체가 참여한 것이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미디어 종사자들은 막중한 저널리즘의 책무와 윤리의식 아래 혐오표현, 나아가 어떠한 증오와 폭력의 선동에도 반대한다”며 앞으로 관련 보도 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정치인과 더불
‘열린 편집회의’로 투명성 강화 출발하자
모든 기업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갖지만 언론사, 특히 한국 언론사의 위계구조는 폐쇄적이고 수직적이기로 유명하다. 수많은 단점을 가진 이 구조는, 그러나 나름의 연원을 갖고 있다. 언론이란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종합예술’이며 기자 개인의 노력 못지않게 다수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한 언론사에 속한 기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그들이 생산해낸 기사는 체계적으로 정리돼 독자 또는 시청자에게 전달된다. 이 과정을 지휘하는 위계구조의 최정점엔 편집회의가 있다.오랜 기간, 어쩌면 언론사가 탄생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