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회복, 구체적이고 투명한 준칙서 시작하자
“만약 세상이 완벽하다면, BBC의 편집 가이드라인은 단 한 문장으로 구성될 것이다. 최상의 판단을 내려 알아서 하라!”2010년 당시 마크 톰슨 BBC 사장이 편집 가이드라인 서문에 쓴 내용이다. 당연하지만 세상은 완벽하지 않고 언론도 완벽하지 않다. 능숙한 기자라도 수많은 사실의 조각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노련한 기자들도 때로는 악의를 품은 제보자의 말에 속아 넘어간다. BBC는 기자들이 윤리적 위험에 빠지거나 오보의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편집 가이드라인’이라는 난간을 만들었다. 한국 언론도 나름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
무엇을 위한 '소유·경영 분리'인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지난 7일부터 릴레이 집회를 시작했다. SBS 대주주인 태영그룹 윤석민 회장이 협의 테이블에 나올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는 이른바 ‘끝장 집회’다. 윤석민 회장 측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내세워 노조와 단독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갈등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BS 노사가 사장 임명동의제 시행 등을 담은 10·13 합의를 맺었던 건 2017년이다. 사장 임명동의제 도입은 국내 방송사 가운데 SBS가 처음이었다. 당시 합의는 윤세영 전 SBS미디어그룹 회장이 사임하면서 선
MBN 대주주, 구성원에 귀기울여라
지난 7월24일 종편 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N 경영진들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됐다. 시청자와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건 MBN 노조와 MBN 기자협회, MBN PD협회 등 구성원들이었다. 구성원들의 통렬한 반성은 언론사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정작 이 사태를 초래한 경영진은 염치와 담을 쌓은 모양이다. MBN이 내세우는 공정과 신뢰는 불법 경영진들로 인해 와르르 무너졌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경영진은 찾아볼 수 없다. ‘미안하다’ ‘달라지겠다
기자협회보 2000호 발행에 부쳐
1964년 8월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3개월 후인 11월10일 창간한 기자협회보가 오늘 2000번째 신문을 발행했다. 기자협회보가 56년 동안 부침과 영욕을 겪으며 한국언론의 살아있는 역사를 기록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정의롭고 용기 있는 일선 기자들 덕분이었다. 기자협회보는 반세기 넘게 기자사회 대화의 광장이자 좋은 저널리즘의 공론장, 미디어산업의 흐름을 통찰하는 마당이었다. 지금은 쉽게 짐작이 가지 않지만 군사정권 시절의 언론 환경은 참담했다. 언론은 할 말을 하지 못했고, 기자는 기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권력에 불리한 기사는
언론에 묻는다, 팩트입니까
팩트입니까. 언론에 묻고 싶다. 편견이 사실을 훼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내 편인지, 네 편인지 가르는 진영 논리가 언론을 선전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 진보언론을 자처한 언론은 ‘어용 언론’ 소리를 듣고 있고, 보수언론은 정권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팩트보다 정치적 주장에 경도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이 심화되고 있다. 그 밑바닥엔 팬덤 정치가 있다. 팬덤을 잘 활용하면 시청률이 치솟고, 배반하면 독자 이탈이 쇄도한다.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순간 매서운 보복이 뒤따른다. 내 편은 옳고, 네 편은 그르다는 흑백 논리에…
코로나 시대, 이전의 취재 관행 벗어나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만명을 넘었다. 언론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을 자가격리 대상으로 만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모 정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취재 기자의 확진 판정으로 지도부 전원이 자가 격리되고 국회가 ‘셧다운’ 되기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야 피해를 입은 게 먼저라 하겠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보자면 존재 자체만으로 민폐인 것이다. 그리하여 취재 방식도 덩달아 바뀌었다. 재택근무나 화상 회의가 도입됐다. 온라인으로 부처 정책 브리핑을 시청하고, 집에서 전화로 취재된 기사들은 그 자리에서 송고됐다.
청주방송 대주주의 뜬금없는 남 탓
“청주방송 노조가 이재학 PD 사망에 책임이 있다.” CJB청주방송 대주주인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의 발언이다. 이재학 PD 사망 사건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인정하고 합의한 지 한 달도 안 돼 나온 말이다. 이 회장은 언론을 통해 “노조도, 그 누구도 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지난 6월 발표된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주장이다. 진상조사위는 이 PD의 사망 원인이 회사의 부당해고와 회사 측의 소송 방해 행위 때문이라고 밝혔다.
계속되는 젠더 보도 참사, 더 많은 고민 필요
최근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편집국 내부에서 일어난 갈등이 언론계의 주목을 받았다.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 지난달 29일 온라인으로 쓴 ‘박재동 화백에 대한 가짜 미투 의혹’ 기사와 지난 6일 서울신문 지면에 게재된 곽병찬 논설고문의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는 칼럼이 갈등의 시작점이다. 두 기사는 모두 성범죄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표현이 많고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편집국 보도 방침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부의 비판에 직면했다.성범죄 등 성과 관련된 사건을 선정적으로 재현해 피해자를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
'원피스' 아닌 '일하는 모습'에 주목하라
지난주 가장 주목받은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류호정 정의당 의원일 것이다. 지난 4일, 류 의원이 붉은색 패턴 원피스에 운동화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어두운 계열 정장 차림 일색의 국회 본회의장에서 류 의원은 단연 눈에 띄었다. 원피스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려라” “바캉스 갔냐”는 힐난성 반응부터 “술집여자 같다” “티켓다방 생각난다”며 류 의원을 성적 대상화해 성희롱하는 발언까지 쏟아졌다. 류 의원의 ‘원피스’에 쏠린 세간의 관심에 언론도 적극 부응했다. 초
정부, 서울신문 지분 팔아 돈 벌 셈인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조합원 415명을 대상으로 기획재정부 지분 인수에 동의하는지 묻는 투표를 30일까지 진행한다. 투표 결과, 과반이 동의하면 사주조합은 기재부와 지분 인수 협상에 돌입한다. 서울신문 1대 주주인 기재부의 지분율은 7월1일 현재 30.49%다. 기재부 소유 지분은 액면가로 126억원, 자산가치를 반영하면 270억원 정도라고 사주조합은 밝히고 있다. 기재부 지분 인수엔 거금이 필요하고, 조합원 개인들이 부담을 지는 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기획재정부 국고국장과 출자관리과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