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방송 대주주의 뜬금없는 남 탓
“청주방송 노조가 이재학 PD 사망에 책임이 있다.” CJB청주방송 대주주인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의 발언이다. 이재학 PD 사망 사건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인정하고 합의한 지 한 달도 안 돼 나온 말이다. 이 회장은 언론을 통해 “노조도, 그 누구도 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지난 6월 발표된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주장이다. 진상조사위는 이 PD의 사망 원인이 회사의 부당해고와 회사 측의 소송 방해 행위 때문이라고 밝혔다.
계속되는 젠더 보도 참사, 더 많은 고민 필요
최근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편집국 내부에서 일어난 갈등이 언론계의 주목을 받았다.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 지난달 29일 온라인으로 쓴 ‘박재동 화백에 대한 가짜 미투 의혹’ 기사와 지난 6일 서울신문 지면에 게재된 곽병찬 논설고문의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는 칼럼이 갈등의 시작점이다. 두 기사는 모두 성범죄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표현이 많고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편집국 보도 방침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부의 비판에 직면했다.성범죄 등 성과 관련된 사건을 선정적으로 재현해 피해자를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
'원피스' 아닌 '일하는 모습'에 주목하라
지난주 가장 주목받은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류호정 정의당 의원일 것이다. 지난 4일, 류 의원이 붉은색 패턴 원피스에 운동화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어두운 계열 정장 차림 일색의 국회 본회의장에서 류 의원은 단연 눈에 띄었다. 원피스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려라” “바캉스 갔냐”는 힐난성 반응부터 “술집여자 같다” “티켓다방 생각난다”며 류 의원을 성적 대상화해 성희롱하는 발언까지 쏟아졌다. 류 의원의 ‘원피스’에 쏠린 세간의 관심에 언론도 적극 부응했다. 초
정부, 서울신문 지분 팔아 돈 벌 셈인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조합원 415명을 대상으로 기획재정부 지분 인수에 동의하는지 묻는 투표를 30일까지 진행한다. 투표 결과, 과반이 동의하면 사주조합은 기재부와 지분 인수 협상에 돌입한다. 서울신문 1대 주주인 기재부의 지분율은 7월1일 현재 30.49%다. 기재부 소유 지분은 액면가로 126억원, 자산가치를 반영하면 270억원 정도라고 사주조합은 밝히고 있다. 기재부 지분 인수엔 거금이 필요하고, 조합원 개인들이 부담을 지는 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기획재정부 국고국장과 출자관리과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전직 채널A 기자 구속, 검언유착 관행 반성 계기로
법원이 지난 17일 ‘검언 유착 의혹’의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언론 자유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권력형 비리 의혹을 취재하던 언론인이 구속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전 기자는 친여권 인사 연루 소문이 돌던 금융 사기 사건인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면서 검찰 고위 인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이 전 기자를 구속하면서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
'후레자식' 모욕, 이해찬 대표가 직접 사과하라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극단적 선택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충격파 속에서도 사회 구성원 각자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함은 상식이다. 기자의 소임 중 하나가 진실을 위한 성역 없는 질문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생각은 다른 듯 하다. 그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대병원 박 시장 빈소에서 기자에게 “후레자식 같으니”라는 욕설을 했다. 박 시장의 급작스러운 죽음의 원인으로 보도된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묻는 질문을 받은 뒤였다. 이해찬 대표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이 대표는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KBS 경영혁신, 비효율부터 과감히 제거해야
KBS가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시되었지만 핵심은 ‘비효율 제거’와 ‘수신료 인상’ 두 가지다. 둘은 적자에 허덕이는 KBS에게 당면한 과제이자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해묵은 문제다. 곪을수록 치료가 어려워지는 상처처럼, 두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이 어려워진다. 또 수신료 인상의 전제로 항상 비효율 제거가 따라붙었을 정도로 두 사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KBS는 다시 문제만큼이나 익숙한 답안을 손에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비효율의 상당 부분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30년 전만 해
'받아쓰기'에 매몰된 볼턴 회고록 보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이 예상대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짧으면 몇 년, 길면 한 세대가 지나야 공개되곤 했던 백악관 웨스트윙의 의사결정 과정을 ‘폭로’ 형식으로 기술한 책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미국 국내적으론 당장 11월 초로 다가온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다른 나라들로서도 수퍼파워 미국이 트럼프 시대 들어 좌충우돌했던 모습을 내부자 시각을 빌어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존 볼턴’이란 인물이 누구인지부터 짚어보자. 네오콘의 주축인 그
지독한 뉴스 편식, 언론의 책임도 따져봐야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겠다.” 프랑스의 미식가로 알려진 장 브리야사바랭(1755〜1826)이 한 말이다. 한국의 상황을 반영해 변주해보면 “당신이 어떤 신문을 보는지 말하라.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겠다” 쯤이 되지 않을까. 이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님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얘기다. 주목할 만한 조사 항목이 있다.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와 ‘특별한 관점이 없는 뉴스’,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 가운데 어느 것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신중해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언론의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정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 11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정 의원에게 묻는다. “악의적 보도”란 무엇인가. 정 의원이 정의하는 “악의적 보도”의 정의가 궁금하다. ‘악의적’이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봤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남을 해치려 하거나 미워하는 악한 마음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