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특위, 포괄적 언론개혁의 마중물 돼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지난달 29일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고 국회에 언론미디어 특별위원회(언론특위)를 구성한 뒤 연말까지 추가논의를 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이 고의·중과실에 따른 허위보도에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키면서 촉발된 논쟁도 일단 냉각기를 맞게 된 셈이다.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빚어질 혼란을 생각하면 정치권이 숙려기간을 갖기로 합의한 건 당연한 수순이다.


여당은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불신을 불쏘시개 삼아 언론중재법안 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결국 불발됐다. 법안이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여당은 배상 액수를 낮추고 법원에 판단을 미루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논란의 핵심인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과 허위·추정 조항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법안 논의를 위해 9월 한 달 간 운영됐던 여야 8인 협의체를 여당이 법안 통과를 위한 요식 행위로 여긴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야당 역시 반대로 일관했을 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교하고 세밀한 법안 마련과 논의과정의 민주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입법취지가 타당해도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새로 구성될 언론특위가 집중해야 할 일은 언론에 피해를 입은 시민에 대한 실질적 구제안 마련이다. 동시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묘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야 모두 기존 입장을 고집하지 않고 원점에서부터 지혜를 짜내야 가능한 일이다.


멀리 지난 6월부터 이어져 온 언론중재법 논란이 남긴 문제 중 하나는 마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언론개혁의 요체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알려지게 된 점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특위에서 언론중재법을 비롯해 신문법·방송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함께 논의하기로 한 여야 합의를 환영한다.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언론개혁의 주요 의제들이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이처럼 포괄적으로 언론개혁 법안을 논의하기로 한 취지에 대해 우리는 실효성 있는 언론개혁을 추동하기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언론중재법 논의가 지지자 규합을 위한 ‘정치게임’으로 변질되면서 쏟아졌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출구전략’으로 이런 합의를 했다면 더 큰 비판이 쏟아질 것이라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하기 바란다.


언론특위의 세부의제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1인 미디어 규제, 국민들의 뉴스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는 포털사이트 규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보도와 성숙한 저널리즘 환경조성을 위한 대안들로 어느 한 가지 시급하지 않은 과제가 없다. 걱정되는 점은 언론특위에 주어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국이 대선국면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폭발성이 강한 여러 언론개혁 방안을 연말까지 모두 논의하겠다는 계획은 구두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논의에 최대한 속도를 내되 특위를 상설화해 최소한 21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운영을 이어가는 것이 언론개혁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논의의 우선순위를 정해 연말까지 특정 의제에 대한 유의미한 결과물을 도출한 뒤 이를 마중물로 다른 개혁 입법을 추동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언론특위가 언론단체, 시민사회, 학계, 법조계 등 폭넓은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기구로 운영돼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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