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종속된 저널리즘… 괴물 되진 말아야
지난 11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네이버 뉴스 소비 현황을 분석한 기사가 언론계의 화제다. 상위 10개 언론사가 네이버 ‘많이 본 뉴스’의 약 70%를 차지했으며 그중에서도 40%는 중앙일보·조선일보·연합뉴스 등 3사가 독점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현재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뉴스홈에 뉴스를 공급하고 있는 매체는 76곳이며 검색 제휴를 맺은 곳은 500여 곳에 이른다. 수백 개 매체가 매일 수십만 건의 기사를 쏟아내는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이토록 높은 점유율이라니. 상위권을 차지한 언론사들은 승자가 된 느낌을 받을 만도 하다. 일
지역언론 종사자의 분투만 요구해선 안 된다
‘지역신문, 지역의 명품이 되다’는 주제로 2020 지역신문 컨퍼런스가 지난 6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예심을 통과한 일간지 15개사, 주간지 12개사 등이 참여해 지역언론의 경험과 성과를 공유했다. 지역민과 지역공동체를 위한 기획 보도, 지역밀착형 디지털 콘텐츠 실험 사례가 눈에 띄었다. 강원도민일보는 비무장지대 마을의 역사를 끈질기게 추적한 기획연재물 ‘DMZ 사라진 마을을 찾아서’를 발표해 대상을 받았고, MBC강원영동은 크로스미디어 실험 ‘하우투’와 ‘청춘 스마트 클래쓰’를 통해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는 콘텐츠가 가능하다는
방송 중단 위기 MBN, 쇄신할 적기다
MBN이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매일 방송을 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선 폐쇄 못지않은 무거운 처벌이다. 직원들은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언론단체는 승인 취소에 미치지 못한 봐주기 제재라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신뢰가 바탕이 되는 언론기관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엄중한 처벌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에선 차명주주 의혹을 오래전에 제기했지만 계속 뭉개왔던 방통위가 현 사태를 부른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재승인 심사가 코앞이다. 곪을 대로 곪은 뒤에야 처방약을 내린 지금, 늦었지만 대충
언론이 만든 '백신 공포'
증상이 비슷한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의 동시 유행을 의미하는 이른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방역당국이 고투하는 가운데 지난 열흘 가까이 독감백신의 접종여부를 놓고 한바탕 논란이 벌어졌다. 지난 16일 인천에 사는 17세 고교생이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게 사태의 발단이다. 이 고교생의 사인과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국적으로 독감 접종 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런 보도가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감과 혼란을 야기한 점은 분명하다.물론 독감 유행이 임박한 시기에 백신 접종…
신뢰 회복, 구체적이고 투명한 준칙서 시작하자
“만약 세상이 완벽하다면, BBC의 편집 가이드라인은 단 한 문장으로 구성될 것이다. 최상의 판단을 내려 알아서 하라!”2010년 당시 마크 톰슨 BBC 사장이 편집 가이드라인 서문에 쓴 내용이다. 당연하지만 세상은 완벽하지 않고 언론도 완벽하지 않다. 능숙한 기자라도 수많은 사실의 조각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노련한 기자들도 때로는 악의를 품은 제보자의 말에 속아 넘어간다. BBC는 기자들이 윤리적 위험에 빠지거나 오보의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편집 가이드라인’이라는 난간을 만들었다. 한국 언론도 나름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
무엇을 위한 '소유·경영 분리'인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지난 7일부터 릴레이 집회를 시작했다. SBS 대주주인 태영그룹 윤석민 회장이 협의 테이블에 나올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는 이른바 ‘끝장 집회’다. 윤석민 회장 측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내세워 노조와 단독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갈등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BS 노사가 사장 임명동의제 시행 등을 담은 10·13 합의를 맺었던 건 2017년이다. 사장 임명동의제 도입은 국내 방송사 가운데 SBS가 처음이었다. 당시 합의는 윤세영 전 SBS미디어그룹 회장이 사임하면서 선
MBN 대주주, 구성원에 귀기울여라
지난 7월24일 종편 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N 경영진들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됐다. 시청자와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건 MBN 노조와 MBN 기자협회, MBN PD협회 등 구성원들이었다. 구성원들의 통렬한 반성은 언론사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정작 이 사태를 초래한 경영진은 염치와 담을 쌓은 모양이다. MBN이 내세우는 공정과 신뢰는 불법 경영진들로 인해 와르르 무너졌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경영진은 찾아볼 수 없다. ‘미안하다’ ‘달라지겠다
기자협회보 2000호 발행에 부쳐
1964년 8월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3개월 후인 11월10일 창간한 기자협회보가 오늘 2000번째 신문을 발행했다. 기자협회보가 56년 동안 부침과 영욕을 겪으며 한국언론의 살아있는 역사를 기록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정의롭고 용기 있는 일선 기자들 덕분이었다. 기자협회보는 반세기 넘게 기자사회 대화의 광장이자 좋은 저널리즘의 공론장, 미디어산업의 흐름을 통찰하는 마당이었다. 지금은 쉽게 짐작이 가지 않지만 군사정권 시절의 언론 환경은 참담했다. 언론은 할 말을 하지 못했고, 기자는 기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권력에 불리한 기사는
언론에 묻는다, 팩트입니까
팩트입니까. 언론에 묻고 싶다. 편견이 사실을 훼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내 편인지, 네 편인지 가르는 진영 논리가 언론을 선전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 진보언론을 자처한 언론은 ‘어용 언론’ 소리를 듣고 있고, 보수언론은 정권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팩트보다 정치적 주장에 경도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이 심화되고 있다. 그 밑바닥엔 팬덤 정치가 있다. 팬덤을 잘 활용하면 시청률이 치솟고, 배반하면 독자 이탈이 쇄도한다.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순간 매서운 보복이 뒤따른다. 내 편은 옳고, 네 편은 그르다는 흑백 논리에…
코로나 시대, 이전의 취재 관행 벗어나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만명을 넘었다. 언론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을 자가격리 대상으로 만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모 정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취재 기자의 확진 판정으로 지도부 전원이 자가 격리되고 국회가 ‘셧다운’ 되기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야 피해를 입은 게 먼저라 하겠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보자면 존재 자체만으로 민폐인 것이다. 그리하여 취재 방식도 덩달아 바뀌었다. 재택근무나 화상 회의가 도입됐다. 온라인으로 부처 정책 브리핑을 시청하고, 집에서 전화로 취재된 기사들은 그 자리에서 송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