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전세사기 '빌라왕' 배후 규명 및 추적
KBS 전세 사기 특별취재팀의 빌라왕(악성임대인) 보도는 빌라왕 배후 조직의 실체를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규명했습니다. 배후 조직 내부자 단독 인터뷰와 조직 총책인 신모씨의 SNS 대화록 입수를 통해 가능했는데, KBS 보도 뒤 신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신씨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 범정부 종합 대책에 KBS가 배후 조직의 핵심 수익원으로 지목한 감정가 부풀리기(이른바, 업 감정) 방지 대책을 대거 포함 시켰습니다. 지난해 12월29일에 첫 보도가 나간 뒤 2월 초까지 관련 보도가 이어졌으니…
[이달의 기자상] 한파에 지구대서 쫒겨난 할머니
경찰이 조금만, 아주 조금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추위에 떨다 몸을 녹이러 찾아간 지구대에서 쫓겨난 할머니의 긴 한숨 속에 섞여 나온 말입니다. 억울하게 쫓겨나 한파에 내몰렸지만, 할머니가 원한 건 해당 경찰관의 처벌도 징계도 아닌 경찰의 작은 변화였습니다. 인권 경찰을 바라는 거창한 바람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할머니가 쫓겨난 날은 전국에 한파가 몰아쳐 따뜻한 남쪽 부산도 영하권 날씨였습니다. 만약 할머니가 그날 저체온증으로 불의의 사고라도 당했다면 어땠을까요? 할머니의 이전 행적을 역추적해도 지구대 경찰관들이 한 부적절한 행동은
[이달의 기자상] '삼성-TSMC 경쟁력 비교' 시리즈
반도체는 대중지에 쓰기 쉽지 않은 주제입니다. 일단 용어부터가 어려운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품이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습니다.그런 주제로 총 7회에 걸쳐 종합면에 삼성-TSMC 경쟁력 비교라는 시리즈를 연재했고, 이달의 기자상까지 받게 됐습니다. 반도체가 사람들의 밥상머리 주제로 내려왔음을 실감합니다.이번 기획은 일종의 위기감에서 비롯됐습니다. 전 세계가 무섭게 뛰는데 반도체는 당연히 한국이 1등 아냐? 대기업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란 한국 사회의 태평한 자부심이 아찔했습니다. 올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이달의 기자상] 2023 공장을 떠나다
애초 우리에게 주어졌던 질문, 한국의 불평등과 불안은 어디서 비롯했는가는 너무 추상적이고 거대한 것이어서 종일, 매일 짓눌린 기분이었습니다. 어떻게든 가련한 기자들에게 손 내밀어 주고 싶어 하셨던 훌륭한 선생님들 덕분에 일하는 평범한 사람의 가치를 배제해 온 성장의 궤적 때문이라는 역시 어려운 답을 구해 놓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또 고민은 시작됐습니다. 이런 얘기를 기사로 쓸 수 있을까? 그렇게 취재의 꽤 긴 시간을 우리는 불행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는 데 쓰고 말았습니다.그리고 우리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1987년…
[이달의 기자상] '무단침입' 서슴지 않은 한국전력
전남 구례군 산골마을 한 농민의 제보가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전력이 불시에 찾아와 5년 동안 사용했던 저온 창고에 농사용 전기 위약사항이 발견됐다며 위약금을 청구한 겁니다. 처음엔 단순 의혹 제기로만 그칠 수 있었습니다. 유사 사례를 찾으려 일주일 동안 마을 일대를 돌아다니고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기 위해 450페이지에 달하는 약관을 전부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단속의 과정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묻지마 단속, 무단침입, 고무줄 위약금 등은 모두 규정에 위반되는 사항이었습니다. 광주MBC 취재팀은 사실의 조각들을 하나
[이달의 기자상] 난방비 더 써도 더 추운 '단열 빈곤층'
지난 1월25일. 서울의 체감온도는 영하 25도, 역대급 한파였습니다. 이날은 난방비 폭탄 고지서 배달이 미리 예견된 날이기도 했습니다.추위와 난방비 폭탄의 여파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스케치 사진을 취재하고자 했습니다. 쪽방촌에서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지내는 한 노인의 사진과 반팔 티셔츠를 입고 생활하는 아파트 주민의 사진이 떠올랐습니다.두 이미지의 격차를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파트와 쪽방촌의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을 기획했습니다. 온도를 색으로 나타내는 열화상 카메라가 격차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SBS '신종 병역비리' 보도, 짧은 언론공지 문자 놓치지 않은 감각 돋보여
제38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68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6편 중 3편이 지역 기획보도 부문에서 나와 지역 기자들의 밀도 있는 취재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취재보도 1부문에는 11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SBS의 신종 병역비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검찰의 짧은 언론 공지 문자를 놓치지 않고 집중 취재한 기자들의 감각이 돋보였다. 병역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고 엄중한 사안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병역비리가 이 보도를 통해 다시 이슈가 되면서
[이달의 기자상] 신종 병역비리
병역 면탈 브로커 A를 병역법 위반죄로 구속기소. 지난해 12월, 병역비리와 관련해 수사기관서 처음 공개한 사실입니다. 병역비리는 통상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왜곡된 진단 결과가 나오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멀쩡한 어깨를 망가뜨리거나 소변에 혈액과 약물을 섞는 경우, 혹은 정신 병력을 위장하는 게 대표적입니다.이번엔 달랐습니다. 병역 면탈 브로커 A씨는 부정기적인 발작이 일어날 수 있는 신경질환, 뇌전증을 이용했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뇌전증이라는 단어 하나로 시작해 이 사안을 파헤쳤습니다. 변호사, 행정사, 의사, 국회의원실 등
[이달의 기자상] 탄소 도시, 서울
31%와 3.4%. 런던과 서울의 탄소 감축률입니다. 1990년에 비해 2019년에 얼만큼 탄소를 줄였는지 나타냅니다. 런던은 3122만톤, 서울은 4597만톤을 배출했습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뉴욕은 2019년에 최고점(2005년) 대비 29.1%를 줄여 5491만톤을 배출했습니다. 서울은 최고점(2007년)에 비해 8.2%밖에 줄이지 못했습니다.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도시 탄소중립을 취재하며 알게 된 서울의 현주소입니다. 20년 전부터 힘쓴 해외와 달리, 서울은 2005년에 감축 약속을 하고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에도
[이달의 기자상] 혐오발전소, 댓글창
158명의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 댓글 10개 중 6개가 혐오 감정이 담긴 혐오 댓글이었습니다. 초유의 비극적 재난, 사회적 참사가 벌어졌지만 국민 대다수가 보는 뉴스 포털 댓글창에는 농도 짙은 혐오 감정이 쏟아졌습니다.이런 댓글은 누가 쓰지? 이번 기획의 출발점이었습니다. 21세기 여론이라 불리는 댓글이지만 주변에서 내가 댓글러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댓글창에 혐오와 차별의 표현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댓글은 수준 이하의 사람이 작성하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