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청탁금지법을 적용하자
나는 만 20년 동안 언론계에 있었다. 포털의 뉴스서비스 역사와 대략 비슷한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포털과 언론, 정치권이 벌인 난장판을 기억하고 있다. 포털규제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그 난장의 역사를 다시 한번 짚어본다.2007년 이명박 대선캠프의 진성호 뉴미디어 팀장은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봐야 한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불렀다. 2012년 새누리당은 부정적인 여당 기사에만 볼드체로 표시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2013년 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은 대형포털을 언론의 범주에 넣어 뉴스 편집권을 제한하거나 언론사에 전적
직업윤리 상실의 시대
정치 참여 선언도 하지 않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이 사퇴했다고 하는데, 황당하다. 그 주인공이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라는 사실은 이 블랙코미디의 대미를 장식한다.이제 직업윤리의 상실은 한국형 정치드라마의 필수요소가 되었는데, 언론이 약방의 감초로 매 순간 등장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검찰총장이 검수완박을 핑계로 직을 던지고 대선 출마를 간보기하는 현실은 직업윤리의 파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의 정치적 사퇴를 범이 내려온다에 빗대며 포장하기 바빴던 보수언론은 마찬가지로 현직을 던지고 캠프로 직행하는 논설위원의 사
기후 정상회담 보도가 아쉬운 이유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DDP)에서 진행된 P4G 서울 정상회의가 끝났다. 국내에서 처음 진행된 환경 관련 다자 정상회담이었던 만큼, 주요 언론사에서 기사들이 쏟아졌다. 언론에서 기후변화 소식을 많이 다뤄줬으니 그걸로 된 걸까.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1년차인 2021년은 기후외교에서 주요한 해다. 1년 내내 굵직한 기후 외교회담들이 포진돼있다. 그 중간에 위치한 P4G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6년간 멈춰있는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상향될 것이란 희망 섞인 기대도 나왔다. 그도 그럴
'좋은 언론'과 '좋아하는 언론' 사이
수습기간을 막 지난 졸업생이 찾아와 공들인 기사와 트래픽이 터질 기사 사이에서 무엇을 써야할지 매일 고민한다고 하소연했다. 며칠씩 발품 팔아 취재한 기사의 조회수는 낮은데,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제목 일부 바꾸고 조금 살붙여 기사를 쓰면 트래픽이 터질 것을 아는 상황에서, 많이 읽을 기사를 쓰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 신입 기자의 고민은 그만의 것이 아니다. 한 가족의 비극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강 대학생 사건이 그다지도 자주 기사가 된 이유를 기자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공들인 기사와 트래픽이 터지는 기사 사이에서의
워싱턴포스트를 보며…
매일 신문을 보면서 주목할 기사에 형광펜을 긋는다. 그런데 지난5월13일치4매정도짧은기사에형광펜노란색이가득했다.워싱턴포스트의첫여성편집국장기사(중앙일보 김선미 기자)였다. 눈길이머문곳이많았다.1.1월말부터새편집국장을물색했다: 5월11일발표했다. 국장찾기에석달이상을들였다.한국언론사들은 암묵적으로정해놓기도하지만,때론1~2주일만에후닥닥해치우는경우도많다.비교됐다.2.샐리버즈비(55)신임워싱턴포스트편집국장은직전까지 AP통신편집국장이었다:우리와는채용시스템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지만, 다른언론사현직국장도 후보로 둔다는 게 인상적이었다.3.버즈비는
전혀 새롭지 않은 청년들
젊은 피의 등장. Z세대가 온다. 90년대생이 온다. 뭐가 이렇게 오기만 하는지. 미디어에선 청년이 자주 나타난다. 개념 없고, 자기중심적이고, 역사의식도 부족한 SNS 중독자의 모습과 우리 회사에, 우리 정치에 새바람을 가지고 올 감각적인 일꾼의 모습으로. 최근엔 표심 분석을 위해 그 이름도 알쏭달쏭한 이대남과 이대녀로 정치인들의 반짝 관심사가 되었다.오기만 하는 청년의 얼굴은 쉴 새 없이 바뀐다. 그렇다면 바로 옆에 있는 청년의 얼굴은 어떨까. 통계로 확인해봤다.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2020년 응급실 내원 자살 시도자 현황을 분
문화예술에 등장하는 성소수자, 변화의 징조?
지난해 일본에서는 한국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다음으로 이태원 클라쓰가 인기를 얻었다. 이태원 클라쓰에선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가 운영하는 포차 단밤 요리사로 트랜스젠더 마현이(이주영)가 등장하는데, 그는 드라마 속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하고 주목을 받았다. 이것이 계기가 됐는지 일본 친구들한테 한국에서 LGBT에 대한 관심은 어떠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생각해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한국 언론을 보면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라는 말은
미디어 산업의 혼종 혁신 역사
최초로 산업화된 매스 미디어는 영화였다. 미국 최초의 영화 제작자였던 토마스 에디슨이 세운 영화사는 1910년대까지 미국 영화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퉜다. 하지만 할리우드를 꽃피운 것은 영화 산업 아웃사이더였다. 모피 사업으로 큰 돈을 번 아돌프 주커(Adolph Zuckor)는 희가극을 공연하는 극장을 운영했다. 당시 태동하던 영화를 상영하면서 그는 관객들의 선호와 공급되는 영화간 괴리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소유 극장 4곳을 팔아버리고 3년간 전국을 돌며 영화 관객의 반응을 관찰했다. 일종의 관객 데이터를 수집한 것이
김의겸의 공영포털이 안되는 이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정부주도의 공공포털(공영포털 혹은 열린뉴스포털)을 최근 제안했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 제3의 포털뉴스사이트를 만들고 학계시민단체언론사로 구성된 편집위원회가 양질의 뉴스를 노출시키자는 제안이다. 공영포털에 들어오는 언론사에는 정부광고를 우선집행하는 유인책도 내놓았다. 김 의원은 현재의 포털은 일종의 정치적 포르노에 비유할 수 있다. 가학성과 선정성, 패륜적 조롱에 타락했고, 질낮은 기사가 모이고 고여 악취를 풍긴다고 말했다. 비유가 심하긴 하지만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 대안이 정부주도 포털이라는 게 당
정치와 언론의 합작품이 낳은 슬픈 풍경
진영논리라고들 하는데, 아예 진영이 없이 살 수는 없다. 우리가 세상의 원리를 다 알지 못하는데 세상만사 모든 것을 어떻게 혼자서만 판단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세상이 진영논리라고 부르는 것의 문제는 진영과 그것에 속한 이들의 어떤 특정한 측면이다. 그리고 그것의 핵심은 반대할 대상을 정해놓고 반대를 위해 모든 것을 동원하는, 총력전의 정치에 있다.김어준씨와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다. 보수야당은 거의 모든 논리를 동원해 김어준씨의 퇴출을 주장한다.실제 저널리즘의 기준으로 볼 때 김어준씨의 활동은 문제가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