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림 선수를 둘러싼 보도
이번 도쿄 올림픽 때 주목을 받은 선수 중 한 사람은 유도 73kg급 안창림 선수다. 동메달을 땄을 때 한국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때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온 말은 일본 귀화 거부라는 말이었다. 안창림 선수는 재일코리안 3세로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가 대학 시절에 한국에 건너와서 한국 대표 선수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유망주였기에 귀화를 권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거절하고 한국행을 택했다고 한다.일본 출신 선수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건 반가운 일이긴 하다. 그런데 일본 귀화 거부 때문에 영웅처럼 보도되
뉴스레터의 깔때기 전략
언론사의 뉴스레터가 붐이다. 지난해 미국 언론사들의 71%가 이메일로 구독자들을 획득한다는 설문 조사를 봤는데,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닌 듯 하다. 이메일 뉴스레터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뉴스레터를 통해 기사 클릭을 유도하려는 영업과 독자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는 마케팅이다. 문제는 둘 다 뜬구름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뉴스레터가 돈이 되는 클릭 순증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뉴스레터에 직접 광고를 붙이는 모델도, 기사 클릭수를 높여 디지털 광고 수입을 높이는 방식도, 지금 같은 디지털 무료 뉴스 환경에서는 성
돈 받고 쓴 제품기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연합뉴스 기사가 오늘(8일)부터 포털에서 사라진다. 지난달 말 네이버카카오의 뉴스 제휴제재를 담당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휴평가위)는 기사형 광고를 포털에 송출한 연합뉴스에 대해 32일 포털 송출 중단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연합뉴스는 즉각 재심의를 신청했고 제휴평가위는 사상 처음으로 재심의를 받아들였다. 일부 위원은 이번 재심의 결정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이미 수면 위로 올라왔으니 언론계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언론계에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홍보대행사 직원이 직접 기사를 쓰
징벌적 손해배상과 정부 여당의 정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 개정안은 여의도 정치의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되었다. 여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전에 밀린 숙제를 끝마쳐 지지자들의 칭찬을 받고자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 법의 통과를 막는 일에 힘써 대여투쟁의 분위기를 되살리고 내분을 수습하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 이러다보니 거대정당의 이해관계 앞에 실제 이 법 개정안이 현실에서 어떤 피해를 어떻게 구제할 수 있는지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것 같다.여당은 야당과 언론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수용해 개정안의 미비점을 보완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
멸종을 중계하는 언론
북반구의 모든 대륙이 불에 타거나 물에 잠겼다.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시작된 폭염은 산불로 확산됐고, 7월엔 중국과 독일, 영국 등지에 내린 폭우로 수백 명이 사망했다. 7월 말 시작된 터키 산불과 함께 그리스와 이탈리아, 시베리아 등에서도 대규모 산불이 이어졌다. 며칠 전 터키에선 산불 진화가 끝나자마자 북부지역에 내린 홍수로 수십 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전례없는 재해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기후변화가 초래한 기상이변은 이제 언론사의 여름 계절성 기사 단골 소재로 자리잡았다. 갖은 피해들이 사진과 영상기사로 자극적으로…
'가짜뉴스'라는 여의봉
나는 정치권과 언론, 학계에서 가짜뉴스라는 말을 쓰는 것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실체는 다면적이고 모호함에도, 입에 착착 감기는 그 맛 때문에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도무지 다른 것으로 대체되지 않는 전염성과 선동성이 있다. 가짜뉴스를 규제해야 한다는 국민 설문조사를 한다면 결과가 찬성 100%에 가깝게 나온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짜뉴스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면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조차 저마다 다른 답을 내놓을 것이다.모호하지만 여의봉 같은 신통력을 발휘하는 가짜뉴스라는 단어를…
코카콜라와 한국언론
유명한 이야기. 펩시 챌린지 슬로건을 앞세운 펩시콜라가 1984년 슈퍼마켓 시장점유율에서 코카콜라를 2%포인트 앞섰다. 2차대전 직후 60%가 넘던 코카콜라 시장점유율은 25%까지 급락했다. 이에 코카콜라는 1985년, 단맛을 더한 뉴코크(New Coke)를 출시했다. 앞서 13개 도시 19만여명 소비자조사에서 60%가 기존 코카콜라보다 뉴코크를 택했다. 선풍적 인기를 누릴 줄 알았다. 그런데 출시 이틀 동안 3만1600통의 항의전화가 쏟아졌다. 항의단체까지 생겨 미 전역에서 코카콜라를 돌려달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결국 코카콜라는…
트랙 바깥의 비진학자
흔히 시험은 달리기 경기에 비유되곤 한다.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그 순위가 평생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게 걸린 경기로 말이다. 새로운 일을 구할 때도, 심지어 대학거부를 해도 학창시절에 몇 등급이었는지 질문을 받는다. 우리 사회는 어디서든 요구하는 학벌을 스펙이며 자격이라고 부르지만, 그 사회는 이미 학벌 중심 사회라 학벌 외에 다른 상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달리기 경기는 공정하지 않다. 애초에 달리는 개인들이 제각기 다른 환경과 자원을 가졌다. 누구는 달리기 연습에 매진할 수 있었지만 누구는 생계
한국과 일본의 '천황' 호칭
한국에서 가끔 일왕의 이름이 뭐였죠?라는 질문을 받는다. 바로 답할 수 없으면 일본인 맞아요?라고 의아한 표정을 하는데 사실 일본에서는 천황의 이름이 언론에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국언론에서는 아키히토 일왕 나루히토 일왕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주로 천황폐하(天皇陛下)라고 하고 어느 천황인지 구별이 필요할 때는 헤이세이 천항(平成天皇) 레이와 천황(令和天皇)처럼 연호를 붙이는 게 보통이다.그런데 내가 아사히신문 기자였던 당시 천황에 관한 기사를 쓰면 꼭 항의 전화를 받았다. 천황 폐하에 높임말을 안 썼다는 것이다. 내가 알아서
OTT 시대의 언론사
프레이밍 브리트니가 화제다. 미디어 폭력과 딸에 대한 아버지의 과도한 통제가 미국 팝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삶을 어떻게 왜곡시켰는지 고발한 다큐멘터리다. 제작사는 뉴욕타임스(NYT). 지난해부터 60분짜리 장편 다큐물을 The New York Times Presents(뉴욕타임스가 제공합니다)라는 시리즈 명 아래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이 작품은 그 6번째다. 감독인 사만다 스타크(Samantha Stark)는 다큐가 될 만한 NYT 기사를 골라 뉴스룸과 협업하는 사내 다큐 제작 책임자다. 탐사 보도 기반 다큐를 제작하는 경우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