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가 없는 나라?
민주화 이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에는 언제나 집권세력이 연루된 대형 부패 사건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고는 했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김현철씨 관련 의혹이 불거졌고, 김대중 대통령 역시 아들 사건 때문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정아씨와 관련된 사건에 연루됐다. 이명박 정부 막바지에는 대통령의 친형과 멘토가 구속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선실세 때문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됐다.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부패 스캔들에서 예외적으로 자유로운 것처럼 보인다. 임기 초에 청와대 정무수석이 뇌
남북미, '여우와 두루미의 대화' 끝내야
엇박자를 이어가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보면 여우와 두루미의 식사가 떠오른다.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단절된 남북, 북미 대화를 복원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은 일관되고 성실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코로나19 등 감염병 방역 협력, 관광분야 교류와 협력, 기후위기 공동대응 등의 카드를 제시하며 목이 쉴 정도로 대화 재개를 외쳐왔다. 한미 북핵 수석대표들 역시 서울과 워싱턴D.C를 오가며 보건, 방역, 식수, 위생 등 인도주의적 협력 분야를 우선순위에 놓고 대북 대화 재개를 시도 중이
여성이 보여주는 '거칠고 짜릿한' 승부의 세계
요즘 엄마의 최애 프로그램은 골 때리는 그녀들(SBS)이다. 이 프로그램이 그렇게 재밌대~라며 소개해줬더니 (진작) 재밌게 보고 있지~라고 답했던 엄마는, 각 선수들의 특징을 줄줄 읊으며 팀별로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꼽을 정도다. 지난 주말엔 본가에 가서 부모님과 골 때리는 그녀들을 함께 다시 봤는데, 이제는 엄마 나름의 해설을 덧붙이는 경지(?)가 됐다.골 때리는 그녀들 속 선수들은 여자가 축구는 무슨 따위의 편견을 거침없이 깨부순다. 쉰이 훌쩍 넘은 나이에 무릎에 물이 차고도 멋진 헤딩을 보여준 신효범, 상대가 찬 축구공에 두…
여론조사의,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조사를 위한
여론조사, 그거 맞아?기사 쓰는 기자조차 팩트라고 믿지 않는 숫자를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하는 아이러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잘 모르겠지만 일단 회사 이름을 걸고 조사도 하고, 조사했다 하면 톱에 배치한다. 그러면서도 여론조사에 대한 불안한 눈빛은 여전히 거두지 못한다.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그 정점을 찍는다. 2016년 4월, 20대 총선 일주일 전까지 발표된 여론조사만 보면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적어도 150석은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막상 투표함을 까보니 참패할 줄 알았던 더불어민주당이 한 석…
'재난 생존자'들의 멈춰버린 시간
최근 여름마다 기록적인 재난이 찾아왔다. 이번 여름도 예외는 아니다. 늦게 시작한 장마가 찔끔 끝나버렸고 이후 열돔 폭염이 이어졌다. 2018년 이후 3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에 온열질환 사망자도 나날이 늘었다. 폭염의 최대 고비는 넘겼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태풍의 시간이 남아있다.해마다 심해지는 재난 탓에 여름이 길게만 느껴진다. 요즘 태풍은 가을인 9월, 10월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름만 지난다고 재난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해마다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하면서 재난으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을 목격했다. 지난해 여
집이란 무엇인가
10년간을 이어온 영화 더 트립 시리즈가 트립 투 그리스(2020년)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아쉬움과 함께 왜 마지막 여행지가 그리스일까?라는 물음이 피어났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7관왕의 영국 국민배우 스티브 쿠건이 동갑내기 영국 코미디언 롭 브라이든과 함께 6일간의 미식여행을 떠나는 더 트립 시리즈는 2010년 트립 투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트립 투 이탈리아(2014년)를 거쳐 2017년 트립 투 스페인까지 이어졌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순으로 진행된 이들 여행의 마침표는 그리스에서 찍혔다.그리스를 고른…
"10년 부은 내 퇴직연금 계좌는 왜 이 모양인가"
얼마 전 퇴직연금 계좌를 열어봤더니 10년 넘게 부었는데 누적 수익률이 14%더라고. 물론 방치한 내 책임도 있지만, 연금 관리 회사는 그사이 연락 한 번 없었어. 수수료는 꼬박꼬박 떼가면서 말이지. 안 되겠다 싶어서, 유망하다는 펀드를 내가 직접 알아봐서 싹 갈아탔어.최근 만난 타 언론사 선배 기자 A가 열을 올렸다. 방치되고 있는 퇴직연금 기사를 줄기차게 써왔지만 기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상당수 언론사가 퇴직금제도에서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했음에도 무관심 속에 노후 자금을 원금보장형 저수익 상품에 묶어 두면서 퇴직연금이 노후 버팀목
노메달리스트에게도 박수를… 즐겨라, 코리아!
결국 하긴 한다. 2021년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재작년 하반기 파견이 확정된 출장이 2년 가까이 흐른 2021년 7월에야 현실이 됐다. 개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취재기자들은 올림픽 하긴 하는 거냐는 질문을 받고 나도 궁금해란 답변을 보내기 일쑤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편으로 약 2시간 30분 거리의 일본 도쿄행이 이토록 멀고 험난할 지 이 곳에 와 있는 어느 누가 알았으랴.19일 한국선수단 본진과 같은 비행기로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오전 11시15분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오전 8시부터 공
검찰의 마법은 부활할 것인가?
검찰은 5년마다 마법에 걸린다. 2007년 12월11일자 주간경향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대선이 있는 해마다 검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선거 결과를 좌우했던 관행을 지적한 것이었다. 실제로 검찰은 1997년, 2002년 그리고 2007년까지 세 번 연속해서 대선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했다.1997년 대선 직전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측이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다. 하지만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대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 수사를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대중 후보는 악재를 피할 수 있었고 결국 대선에서 승리
남북이 서로의 국호를 제대로 불러줄 때가 왔다
남북은 분단 이래 서로의 이름, 즉 국호(國號)를 제대로 불러준 적이 없다. 남쪽은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ROK), 북쪽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이라는 정식국호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상대방을 지칭할 때 이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서로를 적대시하고 깎아내리기에 급급했던 과거의 관행에 따라 남쪽에서는 한국-북한이라 부르고, 북쪽에서는 조선-남조선이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북한을 북한이라 부르려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을 남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