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해병대원 실종, 구명조끼 없이 수색
실종된 한 젊은 해병의 이름을 알게 된 건, 닷새째 경북 예천 수해 현장을 취재하던 날 아침이었습니다. 고(故) 채수근 상병. 전우를 잃었다는 충격이 가시지 않은 현장에서 들은 이름과 상황은 너무나 안타까운 동시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전우를 잃고 현장을 서성이던 해병들에게는 구명조끼도 안전로프도 없었습니다. 선명한 빨간 티셔츠와 벗겨진 장화, 슬픔과 충격에 빠진 젊은이들만 있을 뿐이었습니다.전우를 잃은 해병들은 망연자실한 채 전우가 사라진 흙탕물 속을 하염없이 바라봤습니다. 아들을 잃은 부모는 해병의 빨간 티셔츠를 부여잡고
[이달의 기자상] 슬기로운 물만골 탐구생활
부산 연제구 연산2동 황령산 기슭에는 물이 많은 골짜기라고 이름 붙은 물만골이 있다. 국제신문은 부산의 대표 빈민촌인 이곳에서 가난을 동정하거나 원주민의 생활상을 그저 흥밋거리로 다루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지금은 누가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고 있고, 왜 이들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지를 살펴보는 생활 취재를 두 달 동안 진행했다.취재진은 가난과 불편에 익숙한 주민의 체념과 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 저변의 혐오 정서를 목도했다. 특히 주민을 위한 교통안전 및 주거환경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기사에 대한 거칠고 공격적인 반응은
KBS 'GS건설 부실 시공' 보도, 철근 빼돌리는 건설사들 고질적 행태 고발
제394회 이달의 기자상은 9개 부문에 총 62편이 출품됐다. 이 중 5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경제보도부문에서 수상한 한겨레신문의 준공영제 삼킨 사모펀드 보도는 버스 회사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수익모델로 삼아 악용하는 구조를 포착해 폭로했다. 오래전부터 민간 자본이 각종 인프라 기반 시설에 지원되는 국가보조금을 악용하는 문제가 지적돼 왔지만 여전히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 기사로, 이달의 기자상 제정 취지에 맞는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버스 회사 직원들의 업무량이 폭증했다
[이달의 기자상] GS건설 부실 설계·시공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다.지난 4월 인천의 LH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주차장이 무너져내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곤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인명피해가 없어서도 다행이었지만, 크게 기사를 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랬던 거 같습니다. 마침 출입처를 옮긴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GS건설과 LH 등 다양한 출입처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편한 자리였는데 이상하게도 묘한 반발심 같은 게 들었습니다. 각자 유리한 입장만을 내세우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고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입니다.설계도와 초음파 사진 등을 입수해 취재를 이어갔습니
[이달의 기자상] 폐기물처리시설 '지하화'가 답인가
하남 유니온파크 견학 코스 이면에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인권과 건강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하 4층에서 불이라도 나면 피할 길조차 없었던 그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죽음 앞에 사는 노동자라 칭하기도 했습니다.2026년 수도권, 2030년부터 비수도권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전국 지자체들은 부랴부랴 신규 폐기물처리시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은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상에 타워와 편의시설을 겸비한 하남 유니온파크 사
[이달의 기자상] 성 착취물·지인 연락처 담보로 불법 추심
우연히 탄 택시, 탑승 손님이 기자란 사실을 안 기사님은 걱정거리를 늘어놨습니다. 코로나19로 실직한 20대 딸. 급전이 필요했지만 아빠에게 손 벌리기가 미안해 불법 사채를 썼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보며 방법이 없겠냐는 기사의 말은 어떻게 보면 지나칠법한 하소연이었습니다.하지만 딸을 만나봤습니다. 20만원. 소액 대출이었지만 여성에겐 소중한 돈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옥이 펼쳐졌습니다. 중개 플랫폼으로 돈은 쉽게 빌렸지만 연 3000% 사채의 늪에 빠졌습니다. 살인적인 이자에 돈을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들은 여성의 사진
[이달의 기자상] '일당 5억' 황제노역의 내막
대주그룹 부도로 15년째 소송을 하고 있다는 피해자들과의 첫 만남은 의심으로 시작됐습니다. 허재호 전 회장에게 일당 5억원의 노역을 선고한 13년 전 황제노역 판결 뒤 재판부 로비 의혹에 대한 이들의 주장은 믿기 힘들었습니다. 직접 허재호씨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진 말입니다. 허씨의 육성 통화 녹음을 기반으로 직접 허씨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녹취파일에는 허씨의 노역 일당 5억원 판결 경위에 대한 대화가 담겨있었습니다. 허씨는 자신의 사위인 김모 판사를 통해 A 전 부장판사에게 로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이 모아둔…
[이달의 기자상] 2022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동취재
국회의원 정치자금 분석. 새롭진 않은 취재 아이템입니다. 오마이뉴스만 하더라도 2016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 전체를 데이터화 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이를 분석,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른 언론사들도 같은 자료를 두고 보도를 하는 상황이라 소위 얘기가 된다는 아이템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론의 감시가 이어지니 과거처럼 정치자금으로 노래방을 간다거나 동창회비를 낸다거나 하는 의원이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손도 많이 가는 취재입니다. 선관위에 신청해서 받은 자료들은 PD
[이달의 기자상] 준공영제 버스 삼킨 사모펀드
1200원. 서울 시내버스 이용 금액입니다. 우리나라 시내버스는 요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품질도 우수합니다. 전용 차로를 타고 달리는 시내버스는 서민의 발이자, 모두가 평등하게 이용하는 필수 공공재입니다. 물론 우수한 공공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는 대가가 따릅니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버스 회사의 적자를 전액 보전해주고 적정 이윤까지 보장합니다. 탑승객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돈 안 되는 노선을 폐지하지 않도록, 지자체는 버스 회사에 수천억원의 재정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달의 기자상] 이주민 250만 시대, 스포츠로 경계를 넘다
스포츠팀에 온 지 약 6달이 됐을 때,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인 고 최숙현 선수가 팀 내 폭력을 못 이겨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론은 들끓었고, 언론도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이른바 최숙현법이 만들어졌고, 스포츠윤리센터가 탄생했습니다. 엘리트 중심 스포츠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스포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스포츠혁신위원회는 혁신안을 내놨고, 권고에 따라 스포츠기본법도 만들었습니다.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여론 관심이 잦아들자 한국 스포츠는 다시 원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바꾸자며 만들었던 법과 제도에 대한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