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역언론에 필요한 건 '다른 시선'
올 초 MBC충북 시청자위원회 공모에 지원했다. 민언련에서 일하면서도 언론사 시청자위원회에는 속해본 적이 없었으므로 언론에 직접 의견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기대했다. 발표 결과를 전달받았는데, 결과는 탈락이었다. 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위원회 정원이 10명에 달했고, 선발 과정도 노사 동수의 합의로 구성하는 방식이었다.결정적으로 공모요강과 운영규정에 쓰인 시청자위원의 자격이나 책무 등 모든 것이 내가 업으로 삼아 늘 하는 일이었다. 오랜 시간 전국민언련네트워크의 여러 활동가들이 다양한 언론사에 시
누구를 위한 매장 폐쇄인가?
신문이라는 재래시장에서 좋은 상품을 만들어 고객을 많이 얻으면, 신문은 강력한 여론 영향력을 얻었고, 공장도 새로 짓고 직원들 자녀 학자금도 넉넉히 줄 수 있었다. 한때 그랬다. 디지털 시장에서 신문은 재래시장에서 얻었던 영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영향력을 얻으려면 차라리 유튜버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시장에서는 포털이라는 플랫폼이 규칙을 정한다. 신문이 직접 플랫폼을 구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오더라도 고객들은 울긋불긋 남 보기 민망한 세움 간판에 낚시하듯 현혹하는 줄 광고에 질려서 다시 오지 않는다.신문은
언론, 지하철이 멈추지 않게 하라
서울 지하철이 장애인들의 시위 속에 운행을 중단하는 일이 잦아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해소되지 못하고 사회적 염증으로 커져 버린 것이다. 갈등과 분열을 내재할 수밖에 없는 사건에 언론은 올바르지 못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청 코너에 장애인을 세우고 홍 코너에는 정치인, 비장애인, 서울교통공사를 번갈아 세워 갈등만 더 극적으로 중계하는 방식으로 언론은 본질을 누락하고 있다. 시위의 동기와 요구 사항, 그리고 시위를 진짜 멈출 수 있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현실적인 논의나 그 가능성과 진행 상
그 많은 보증금은 누가 다 먹었을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지만 세입자는 그럴 수 없다. 계약 전에 여기가 내 보증금을 떼어먹지 않을 안전한 집인지 확인하는 돌다리 두드려보기 과정을 한국의 주택임대차시장은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미납국세, 선순위 확정일자 등 추가로 알아야 하는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니, 이 집이 정말 안전한 집인지 알기 어렵다. 세입자 스스로 등기부등본을 보는 방법을 익혀본다고 해도, 반쪽짜리 해답에 불과한 이유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여 혹시 모를 보증금 미반환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언론에 별로 안 나오는 한일 문화인 교류
4월28일부터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기자회견에는 올해의 프로그래머 연상호 감독도 나왔다. 연상호 감독은 대히트 영화 부산행(2016)이나 작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지옥으로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감독이다.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5편의 영화를 선정할 수 있는 게스트 프로그래머다. 연 감독은 2편은 자신의 작품 중에서 선정해야 했다며 부산행과 장편 데뷔작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골랐고, 나머지 3편 중 2편은 일본영화를 선택했다.하나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1997)다. 봉준호 감독도 이 영화에 영향을 받았
저널리즘 수호의 역설
뉴스 산업에서 자본의 지배는 거악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미디어 혁신기에는 자본의 논리가 큰 역할을 했다. 미디어 산업은 돈과 콘텐츠의 논리 간 절묘한 균형을 맞추는 자가 승리해 온 분야였다. 과도한 자본 논리는 문화를 황폐화시켜 장기적 몰락을 불러오지만, 과도한 콘텐츠 논리도 살아남지 못했다.건설이나 치킨 프랜차이즈 같은 낯선 언론사주의 등장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월가의 지역 신문 습격 사건이 연일 논란이다. 2019년 현재 미국 신문사 4개 중 하나는 사모펀드 소유다. 2001년만 해도 5%에 불과했다.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자연환경에 대한 수업에 앞서 학교 선생님께서 심각한 표정으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셨다. 수박을 쥐가 갉아 먹은 것처럼 남극의 하늘 위에 붉게 구멍이 뚫려 있는 사진이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쓰는 냉장고 속의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하게 되면 태양 빛이 그대로 사람에 닿게 되어 피부암 같은 무시무시한 병에 걸려 죽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집에 가는 길에 신문지를 뒤집어쓰고 그늘로만 다녔던 기억이 난다. 하필 그해 심각한 폭염과 가뭄으로 길바닥이 펄펄 끓는듯했기에 나는 공포감에…
맥주 한 잔 하실래요?
필자의 노트북 바탕 화면에는 독특한 이름의 동영상 파일이 깔려 있다. 맥주 한 잔 하실래요.MPEG.이 글을 쓰는 오늘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인 2021년 3월19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역사적인 판정이 있었다. 수십 년간 창작자라는 도식에 갇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던 방송작가에 대하여 처음으로 프리랜서가 아니라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노동자라고 판단한 것.그날 방송작가 노동조합 전현직 임원들과 당사자들은 함께 숨을 죽이며 저녁 8시에 필자에게 자동 전송될 문자 메시지를 기다렸다. 마지막 고등법원 판결 이후 20년 만에 과연
윤석열 당선인은 최정자씨의 아들이다
대통령선거와 함께 분주했던 특별 모니터 기간도 끝났다. 대선을 앞두고 26개 언론시민단체가 꾸린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충북지부 소속으로 선거보도를 집중 모니터했다. 지난 2월7일부터 대선 직후까지 지역종합일간지 4곳과 지상파 방송 3사의 선거 관련 보도를 매일 살피고 주1회 모니터 보고서로 정리했다. 언론은 이번 선거를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정의했으나 민주주의의 꽃인 대통령선거가 최악으로 치달은 건 분명 언론의 탓도 크다. 선거보도를 살핀 결과, 전반적으로 기사에서 정책과 의제가 완전히 실종되고 유권자에게 도움 되지 않을 내용이 보도
협치를 위한 미디어정책 고민하자
모두 언론이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론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없는 사람들은 심지어 손봐주겠다거나 공정하기를 기대하는 헛짓거리를 그만하자고 한다. 실망만큼 오래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누구나 위기상황을 알지만, 해법을 찾기 어렵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미디어 혁신과 함께 미디어 개혁 이야기가 줄곧 나왔다. 한 유력후보는 전위대로 못된 짓을 하는 첨병 중의 첨병으로 말도 안 되는 허위보도를 일삼고, 국민을 속이고, 거짓 공작으로 세뇌하는 집단으로 언론인과 언론을 비난하기도 했다. 아무리 선거상황이라고 하지만 비난의 정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