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재현하는 자폐에 대한 단상
우영우 신드롬이다. 오징어게임을 비롯하여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인기를 끈 많은 드라마들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설정과 장면 묘사로 입방아에 오른 데 반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력과 더불어 여성 자폐성 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하고 부딪히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로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드라마 속 우영우는 이전에 미디어에서 재현한 자폐인이나 장애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단 나이부터 다른데, 이전에 자폐를 다룬 영화인 증인이나 말아톤의 주인공이 10대 여학생이나 20대 초반의 청년 모습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3주년에 보는 '우영우'
(*이 글에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요즘 평소에 잘 안 먹던 김밥을 자주 먹는다. 얼마 전에는 딸아이랑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단어 맞추기 놀이를 했다. 회전문을 보면 왈츠가 떠오른다. 이쯤 되면 드라마에 단단히 빠진 게 맞다.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자꾸 생각나는 드라마다.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자폐 변호사가 주인공인 점이나 모든 법률 분쟁은 해피엔드로 마무리되는 점 등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지점들이 존재하지만 많은 사람을 열광하게 하는 데는…
드라마 '우영우'에서 발견한 것
웰메이드 드라마라 부르는 건 섣부를까. 그러나 이렇게나 빠르게 대중의 눈을 사로잡은 드라마도 드문 건 사실이다.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지닌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이다. 단 4회 만에 자폐인 변호사 우영우를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새삼 미디어의 위력을 실감한다. 정말 오랜만에 OTT 서비스에서 방송 채널로 리모컨 설정을 바꾸고 본방사수를 했다. 단체 메신저 각 방과 오프라인 모임에서 감상 소
신문용지 갈등, 해법이 필요하다
오래된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 2010년 신문의 위기극복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는 구체적 실천 방안의 하나로 효율적인 신문고지 관리와 가격안정화를 제안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법은 찾지 못했다. 2021년도에 신문기업에서 사용한 신문용지는 총 41만8000톤이다. 신문용지는 품질과 구매량, 결제방식에 따라서 가격에 차이가 있지만 톤(롤)당 평균 75만원이었다. 어림잡아도 작년 1년간 신문업계가 지출한 비용은 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신문용지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신문제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는 '기후 장르'
기후 문제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강이 말라버리며 자원이 부족해지고 종말의 위기에 빠진 후손들이 엔트로피를 되돌리는 기술로 인버전(시간 역행)을 해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기후위기를 방관한 선조인 현대 문명을 침략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20년 블록버스터 작품 테넷의 스토리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놀란 감독이 과학 장르(Science Fiction) 영화의 대가인 만큼 그의 영화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다루기 좋은 소재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시간역행이나 엔트로피 등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기술을 대중에게 쉽고 흥미 있게 전달
전세사기
전세사기 피해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상해야 하는 사회문제다. 전세사기는 피해자 개인이 유달리 부주의하여 발생하는 게 아니다. 주택 임대차 시장 문화 자체가 전세사기 발생의 원인이지만, 이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방관했던 결과다.전세사기 유형을 들여다보면, 주택 임대차 관행의 허점을 파고드는 피해 사례가 대다수다. 전월세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대체로 모른다고 답한다. 실제로 많은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 그 틈을 파고들어 가짜 중개사, 나쁜…
영상물 출연의 어려움
나는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기자지만, 라디오에 고정 출연 중이고 가끔 TV 등 영상물에 출연할 때도 있다. 그런데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영상물이다. 기사는 편집자가 고치거나 의견을 줄 때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내가 확인하고 나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고정 출연 중인 라디오도 대본은 내가 쓰고 프로듀서의 의견을 들으면서 녹음한다.영상물이 어려운 건 내 의사와 다른 말이 내 대사로 된 대본으로 올 때가 있어서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한국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좌담회 같은 프로그램인데 대본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베스트 3를
칸의 쾌거, 넷플릭스의 배신, 그리고 서브스택의 선전을 해석하는 법
75회 칸 영화제 감독상(박찬욱)의 헤어질 결심과 남우주연상(송강호)의 브로커는 CJ EM이 투자와 배급을 맡았다. 하지만 지적재산권(IP)은 제작사와 공동 소유한다. 헤어질 결심의 제작사는 모호 필름. 박찬욱 감독이 대표로 있는 CJ EM 58% 지분의 자회사다. 브로커의 제작사인 영화사 집은 100%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다. 비경쟁부문에 초대돼 화제를 모은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JTBC 계열의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이 투자배급사다. 제작사는 카카오엔터가 81% 지분을 소유한 사나이픽처스다.칸의 쾌거에 얽혀 있는 C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그리고 매체
지난 4월22일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의 국어과 교육과정의 시안을 발표하는 이 토론회에서는 미디어 교육과 관련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을 볼 수 있었다. 국어과의 교수학습 내용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과 함께 매체를 공통 교육과정에 신설하는 방향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아직 연구진 수준에서 제시한 의견이지만 문자 교육 중심의 전통적인 국어 수업에서 한 발 나아가 다양한 시각 정보와 디지털 미디어를 읽고 쓰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제안에 많은 현장 교사
다시 회식할 자유는 주어졌지만
밤마다 술집이 문전성시다. 술집이 즐비한 골목들은 자정이 넘도록 불야성을 이룬다. 직장인들의 일정 관리 앱에는 미뤘던 술 약속, 회식 일정이 빼곡하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 이후 다시 인원, 시간에 제한없는 회식이 가능해졌다.업무 특성상 평소 자주 회식을 하던 주변 언론인들과 홍보실 담당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덕분에(?) 강제로 회식이 줄어들어 건강이 좋아졌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도 맘편히 밤늦게까지 술잔을 돌릴 수 있게 된 지금 상황을 짐짓 반가워하는 눈치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회식이 기다려지는 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