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변화 1년 후 확연해질 것"

전문기자제 정착... 평기자 인사는 8월
동아에 대한 비판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




  임채청 동아일보 신임 편집국장  
 
  ▲ 임채청 동아일보 신임 편집국장  
 
인터뷰/동아일보 임채청 편집국장



동아기자들의 총회 이후 지난달 18일 전격 기용된 임채청 편집국장(47). 그의 임명은 40대라는 점과 연공서열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언론계에 던지는 파장이 컸다.

그는 16일 취임이후 1개월만에 첫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사전에 “윗옷을 입어야 하지 않느냐. 입사 후 사진을 3번밖에 찍지 않았다”, “어려운 질문을 하지 말아 달라. 나는 말을 할 줄 모른다”고 일정한 경계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이 말한 내용을 메모장에 적기도 했다. 줄 담배를 피울 정도로 잠시 긴장한 듯도 했지만, 말을 할 때는 논리가 분명했다.





- 취임한지 벌써 1개월이 됐다. 소감을 말해 달라.



칼날 위에 선 기분이다. 처음 통보받고는 제발 비켜갔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상황이라면 나를 던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 언론계 안팎에서 동아의 변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어디서부터 변화를 시작할 것인가.



솔직히 업무상 비밀이다. 말하는 순간 구상은 사라진다. 변화는 마음속에 품고 해야 하는 것이다. 선언이나 말이 중요하지 않다. 편집국 동료의 마음을 사고, 의지를 북돋아야 한다. 편집국장 인준을 받고 3주 가까운 기간동안 선후배들의 많은 의견을 들었다. 앞으로 편집제작회의(부서 기자대표로 구성)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까 한다. 구성원 대다수가 공감하는 공통분모나 공통의 목적이 있다면 누가 선언하지 않아도 된다. 변화의 모습이 하루하루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지면의 변화가 축적돼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고 1년이 지나면 확연히 변화됐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갑자기 어느 날 모든 것을 뒤바꾸는 것은 실패한다.





- 국장 취임이후 가진 두 차례 인사는 혁신에 무게를 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영진의 간여는 없었는가.



전적으로 내 권한 내에서 했다. 다만 내가 몰랐던 부분 한, 두사람 정도만 빼고 말이다. 임명되자마자 경영진에게 물어 보았다. “복수 안으로 갈까요” 했더니 “무슨 말씀이냐, 단수안으로 하세요”라고 했다.



비상시 인사이기 때문에 간부인사는 많이 했다. 평기자 인사는 소폭에 그쳤다. 인사고과 철이 1월과 7월인데, 평기자 인사는 8월 정기인사 때 할 예정이다.





- 이제 부하직원 입장인 선배들과 호흡은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다. 임명되고 2~3주 지나니까 걱정했던 것 보다는 순조롭게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선배들도 현 상황의 엄중한 의미를 잘 인식하고 있다. 나 또한 선배들의 고민을 헤아리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선후배간에 뒤바뀐 문제점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자리가 문제가 아니고 역할이 문제이기에 자리가 어디냐는 과거처럼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부장, 국장 등 직책보다는 자기 지면, 자기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더 선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때문에 이번에 도입된 전문기자제도를 반드시 정착시킬 생각이다. 정년이후 70세까지 기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질 생각이다.





- 동아의 고질적인 문제는 기자들의 이직과 의사소통의 경직이었다. 해소방안은 무엇인가.



동아일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요즘 크든 작든 신문업계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당히 공통적인 현상이다. 종이신문의 위기의식,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 등이 그런 것을 만들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기자상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기자들 스스로 어떤 혼란스러운 대목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을 선배들도 변화하는 것에 맞춰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는데 좀 부족했다. 의사소통의 경직성은 입사 때부터 있었는데 이는 기자사회 전반에 있다. 업무량이 적었던 시절에는 기자들간 접촉이 많았다. 지금은 업무에 치이고 있다. 일반회사처럼 조직문화가 변하는데 신문사도 한 흐름 속에 있는 것 같다.





- 동아일보를 보면 여전히 보수강경 논조가 강한 것 같다. 물론 기사와 사설은 별개지만, 독자들은 ‘동아답지 못하다’는 끊임없이 지적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동아 85년 역사를 보면 물론 날마다 찍는 신문에 하루하루 편차와 굴곡이 없지 않다. 동아가 가끔 한, 두발 옆으로 비끼고 했지만 85년 동안 일관성 있게 언제나 제자리에 서있었다.



다만 시대가 바뀌었다. 우리를 규정짓는 사람들이 오히려 보는 시각과 서있는 위치가 달라져 있다. 동아는 항상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어떤 균형자 역할을 해오려고 했다.



권위주의 시절에는 권위주의 반대편에 서서 권위주의정권이나 지배세력으로부터 핍박받고 박해받는 사람들을 위해 나름대로 어느 언론보다 앞장섰다. 그러나 권위주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가 왔을 때 동아를 바라보는 시각은 거기에 약간 서로 상반된 주문과 기대가 있었다. 아마 그런 것들이 동아일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본다.





- 기자로서 가장 보람이 있을 때는 언제였는가.



나쁜 사람들의 나쁜 짓을 밝혀내서 사회적으로 응징 받게 할 때 보람이 있었다. 어떤 권력의 감춰진 치부를 드러내서 그게 시정될 때도 자긍심이 생겼다. 또한 불쌍한 사람의 애절한 사연을 소개해서 좌절하지 않고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때 보람이 있었다.





- 출퇴근 시간과 건강관리는.



보통 아침 7시에 나와 밤12시~새벽1시에 들어간다. 요즘은 여러 가지 현안이 많아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골프도 못하고... 그날 신문 잘 만들면 건강도 좋아지고 나쁘게 만들면 나빠지는 것 같다. 건강관리는 신문을 잘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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