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책임경영제 도입 등 개혁 지속"

KBS는 국책방송.. 예산 정부 지원 "당연"
정연주 사장,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




  KBS 정연주 사장  
 
  ▲ KBS 정연주 사장  
 
KBS 정연주 사장이 3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불법녹음’사태와 '대구총국 PD 공금유용파문' 등을 거치며 내부 구성원들과 정치권으로부터 사퇴압박을 받는 등 올해 들어 두 차례나 위기를 맞았던 정 사장은 3일 KBS 회의실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소회와 자신의 남은 임기동안 펼쳐나갈 개혁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정 사장은 “KBS는 털어서 먼지가 안나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KBS의 개혁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 KBS 사장 재임 2년의 감회를 밝혀 달라.



KBS 사장으로 재임해온 2년 동안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내부적으로는 팀제와 지역국 기능조정, 채용에서의 지방대 할당제 실시, 한국어 능력시험 도입, 연령제한 폐지, 장애인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 등 매우 보람 있는 일로 기억된다.



이 밖에 특파원 선발이나 각종 연수원 선발 때 여러 위원회를 구성해서 선발과정을 투명하게 한 것 등도 지난 2년 동안 펼친 가장 보람된 일이라 생각한다.



KBS 어린이 집 규모를 2배 확대함으로써 KBS 직원들이 미취학 자녀들을 아무 걱정 없이 어린이 집에 맡겨놓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든 점도 의미 있는 일로 기억된다.



- 정 사장이 취임한 이후 첫 번째 개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팀제 시행과 지역국 정책이 구성원들로부터 각종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이 같은 개혁과제의 완성을 위해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있나.



재정적으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해도 내부 개혁과 내부혁신은 결코 멈출 수가 없다.



지금은 지난해 팀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느냐가 핵심과제로 부각돼 있다. 이런 면에서 팀제 정착을 위한 성과보상체계 시행이 매우 핵심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물론 팀제에 이은 또다른 개혁 중 하나인 ‘성과보상체계’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노조의 협조를 얻어야 하기에 방법론에 대해 긴밀히 협의 중이다.



앞으로 KBS의 미래 과제는 재원을 안정적으로 공영화하는 것과 새로운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어떻게 효율적인 경영을 할 것인가라고 본다.



이런 면에서 현 경영진들은 방송에서는 공익기능을 강화하고 경영은 기업의 효율적 논리를 확대하는 등의 두 가지 핵심 테마를 갖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를 위해 지금 KBS는 지난해 팀제와 지역국 기능조정에 이어 제2의 개혁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매우 절실한 마음으로 의지를 갖고 진행 중이다. 어떻게 하면은 업무를 혁신할 것인지, 인력 자원과 재원, 조직운영 등의 여러 가지 면에서 변화와 혁신을 할 것인지에 대한 ‘토탈리뷰(Total review)’를 하고 있다. 관행적으로 하는 업무는 털어버릴 것이 없는 것인지, 심지어는 각 본부와 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소한 관행까지도 ‘토털리뷰’하고 있다.



또 다른 KBS의 개혁은 ‘자율책임경영제’ 도입에서 이뤄질 것이다. 앞으로는 본부와 센터, 지역총국별로 자율책임체제를 적극 도입함으로써 본부와 센터장에 대해서도 성과에 따라 차등적인 보상을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지역총국의 경우 독립채산제 시행도 검토 중이다.



‘자율책임경영제’ 도입으로 자율과 독립성을 부여하는 한편 한편으로는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자율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 밖에 사내에 흐트러진 기강도 다 잡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행 사규를 엄정하게 집행할 예정이다.



- KBS가 세계화를 위해 글로벌센터를 신설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는 세계화의 방안과 앞으로의 KBS의 세계화를 위한 방법 등은 무엇이 있나.



한류를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 인프라인 위성방송 ‘KBS WORLD’와 같은 채널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KBS는 미국과 중국, 일본을 거점으로 위성채널 확보를 통한 KBS 알리기에 열을 올려왔고 최근에는 유럽의 위성채널 확보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의 경우 2대 위성 방송사업자 중 하나인 에코스타의 1천2백만 시청자 세대 중 1단계로 오는 6월 1백20만 가구에 ‘KBS WORLD’가 공급될 예정이다. 내년 초에는 아마도 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세대로 KBS 방송이 확대될 것이다.



최근 에코스타 사장이 KBS를 방문해 획기적인 2단계 실천방안에 이야기를 나눴고 그 결과에 따라 미주 한인동포들뿐만 아니라 1천만 아시아계 미국인 등이 거주하는 세대에 KBS방송이 뿌리내릴 것이다.



- 1년여 남은 임기동안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인가.



아직 임기가 14개월이나 남았다. 아직 긴 시간이고 할 일이 많고 해낼 자신도 있다.



‘토탈리뷰’를 비롯한 2단계 사내 개혁, 수신료의 기본전제, 기본출발을 비롯해서 수입구조를 건강하게 바꾸는 일, 이 모든 개혁이 14개월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여러 가지 과제들, 특히 지난해 8월 9일 도입한 팀제 또한 취임한지 16개월 만에 해냈던 것들이다. 14개월 동안 얼마든지 해결해낼 자신이 있다.



- 성과급제 도입과 자율책임경영제 도입 등이 KBS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추진된다고 봐도 되나.



구조조정은 공기업의 공통된 과제다. 엄격한 의미에서 KBS의 퇴출구조는 막혀있다. 이 같은 퇴출구조 막힘 현상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장점은 정년보장으로 안정된 일을 할 수 있고 단점은 일부에서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단점을 메우기 위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 사람에 대해 새로운 평가보상시스템 도입으로 공정하게 평가, 그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잘하는 사람을 보상해주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책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에서 뒤떨어질 것이고 사규에서 정한 엄격한 규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새로운 평가보상제도에 의해 팀 제도를 보완하고 KBS 내부의 조직 문화와 체질을 개혁적인 조직으로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과는 별도로 ‘자율책임경영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적극적인 경쟁도입체제 도입되는 것이다. KBS의 미래 직제는 본부와 센터체제가 아닌 좀더 세분화된 센터 중심의 독자적인 자율책임 경영을 하는 시스템 정비다.

그런 형태가 다채널 다매체 시대에 적합한 구조라 생각한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이 되는 이런 시점, 다채널로 이뤄지는 이 시대에 KBS가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책임체제가 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막 노사관계가 건강하게 접어드는 형국이므로 앞으로 노조와 깊은 협의를 해서 그다음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그 때 말씀드릴 예정이다. 앞으로 노사간 협의, 합의를 통해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 경력기자제 도입 등 보도본부 내 기자 채용방식에 있어 일대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출입처 변경시 경찰이나 법조팀 등 이른바 피곤한 출입처에는 단 한명도 지원하려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를 극복해나갈 방안은 있나.



대구방송총국 라디오 PD 공금유용사건을 예로 들고 싶다. 그와 같이 훨씬 이전에 KBS에 낙하산 인사방식으로 들어온 사람도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노조를 비롯한 건강한 내부 구성원들은 비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들어온 과거의 아픔을 없애고자 공채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있어서 그 시대에 승자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느냐 좋은 인적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 일 것이다.



출입처 문제의 경우 앞으로 KBS가 추진하는 전문가제도와 CDP 경력관리시스템 정착으로 문제가 해결되리라 본다. 보도본부 기자들의 경우 일정한 기간동안 부서를 순회하도록 하고 일정한 기간이 되면 전문분야를 좁혀나가서 10년 정도 지나면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그런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 KBS 적자문제가 KBS 수신료 인상문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듯하다. 과다예산책정 등 언론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관련소문이 많은데 앞으로 KBS의 예산경영방침은 무엇인가.



나는 1년에 노트 3권 정도를 광고와 관련해서 쓴다. 지난해 기록한 광고예상액을 훑어보니 2년 째 오르지 않은 방송광고 단가와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잘못된 예측 등이 아마도 과다예산책정의 요인이었던 듯 싶다.



또 KBS 전체 예산의 66.1%가 경직성 경비다. 아무리 안 쓰려 해도 쓸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광고수수료, 세금공과금, 발송발전기금, 국악교향악단 운영, 시설유지비 등의 명목으로 66.1%는 필요한 금액이다. 나머지는 제작비다. 제작비 절감 가능 금액은 전체의 10% 정도다. 이 이상 깎으면 광고도 떨어지고 시청률도 떨어져 악순환이 된다.



KBS 현재의 수입이나 지출을 들여다보면 구조적인 한계에 왔다고 본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방송과 사회교육방송 등 국책방송에 대한 방송법이 규정한 정부 지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외국의 선례와 같이 국책방송에 있어 정부가 예산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아리랑방송과 같은 국책방송에 대해서는 방송발전기금으로 지원해주면서도 유독 KBS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 앞으로 직접 나서서 이런 부분에 있어 해결할 예정이다. 물론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비효율을 극복하는 노력을 보여줄 것이고 최근 사정을 겪으면서 KBS야 말로 ‘털어서 먼지가 안 나는 조직’이 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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