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정태기 사장 |
|
|
"창간기념일 맞춰 새로운 지면 선보일 것"
"건강한 토론만 있을 뿐 분파는 없어"
한겨레신문이 지난해 연말부터 혁신을 위한 내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결과 대표이사의 임기와 편집국장 선출방법 등 한겨레의 근간이었던 ‘리더십 창출’ 제도도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본보는 29일 오전 10시30분 한겨레 8층 사장실에서 변화의 중심에서 서있는 정태기 신임 사장을 만났다.
이날 정 사장은 향후 한겨레의 자립경영, 인사방향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등 자신에 찬 모습을 보였다. 반면 ‘분파주의’와 같이 민감한 질문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모습이었다.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겨레신문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 한국을 대표하는 진보적 정론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경영 측면에서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미디어기업으로 한겨레를 탈바꿈시키는 한편, 경영시스템을 공고히 구축해 구성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신문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전문 CEO 경력을 가진 사장님께 거는 기대가 큰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겨레 구성원들이 특히 주문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미디어 환경 변화라는 도전에 대해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응전해달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를 짧게 줄이면 혁신이 되겠지요.
특히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전개할 계획입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판매부수 증가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열독률과 구독률이 높아지게 되고 광고업계에서 바라보는 위상도 함께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주요 신문들과 협력해 유통망, 판매망 개선 등 마케팅 합리화를 모색, 이를 통해 신문 판매매출을 늘릴 계획입니다. 이것이 신문이 살 길이고 한겨레에 있어 절실한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한겨레와 제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겠습니다.
-사장님은 후보시절부터 지면을 비롯해 한겨레의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하셨습니다. 이와 관련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주요한 것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주십시오.
지난 3월5일 토론회에서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제가 확인한 내용은 구성원 모두가 한겨레 지면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토론회를 보면서 크게 안심이 됐습니다. 신임 편집위원장이 중심이 되어 5월15일 창간기념일에 선보일 새로운 한겨레 지면을 연구하고 있으며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내용에 있어선 퀄리티 페이퍼를 지향하면서 심층적이고 독자들의 가치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문을 만드는 게 기조입니다.
이와 함께 세대를 불문하고 디자인 감각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디자인 혁신에서부터 지면배치, 섹션구성 등에 변화를 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주관적으로 우리가 할 것이 아니라 다음달부터 각계각층의 기고를 받거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따라서 창간기념일을 통해 소개되는 결과물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지 완결편은 아닐 것입니다.
-신문시장의 축소로 온라인 매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뉴스부문)온라인 발전 방안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온·오프라인의 통합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종이 신문을 그대로 온라인에 옮겨 놓는다고 해서 인터넷미디어가 되지는 않습니다. 종이 신문보다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블로그 등 인터넷이 가진 쌍방향성을 구현해야 합니다.
또한 수익 모델을 찾는 것도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이 모든 것을 포괄해야한다는 점에서 포탈이라는 용어가 한겨레 인터넷미디어의 성격에 적합하다고 봅니다. 또한 향후 온라인 부문 투자에 있어서도 윤전기를 도입하는 것만큼의 공을 들일 예정입니다.
-한겨레 내부적으로도 ‘한겨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창간 주역으로서 ‘한겨레 정체성’이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겨레 정체성’이 고수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시대나 상황에 맞게 재정립돼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를 밝혀 주십시오.
진보적 정론을 지향하는 퀄리티 미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정체성은 창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진보라는 가치는 한겨레 창간 초기에는 민주화와 통일이라는 말로 압축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양화됐습니다. 녹색, 평등, 평화, 양성평등 등 진보의 전선이 복잡해진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한겨레의 정체성은 여전히 진보적 정론을 펴는 미디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자립경영일 것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가지고 계십니까.
한겨레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영향력에 걸맞는 평가를 받지 못해왔습니다. 5월15일 지면혁신을 통해 한겨레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다면 광고 등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에 걸맞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신문 부문에 버금가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지난해 연말부터 실시된 구조조정으로 적잖은 내홍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치유할 계획입니까.
한겨레 구성원들은 지난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아픔의 치유는 한겨레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언론으로 자리 잡고 경영을 안정화시키는 데서 시작될 것입니다. 한겨레 구성원들은 남은 사람으로서 책무를 다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픔의 치유는 한겨레를 정상의 언론으로 올려놓는데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 발전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분파주의’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분파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계십니까.
한겨레는 정치, 사회적으로 다양한 견해가 존재했던 1987년 창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창간에 참여한 사람들이 가진 견해의 스펙트럼도 다양했습니다. 그 차이가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격렬한 토론이 이뤄졌고, 그런 모습이 외부로는 집단사이의 갈등으로 비치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일입니다. 한겨레에 더 이상 그런 분파는 없습니다. 건강한 토론만이 있을 뿐입니다.
-편집국장 직선제가 폐지되면서 리더십의 ‘쏠림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편집국장(편집위원장)과 어떻게 의견조율을 해 나갈 계획입니까.
한겨레 창간 뒤 직선제부터 임명동의제까지 다양한 실험을 해왔습니다. 17년 동안 한번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편집권의 독립입니다.
그 원칙은 한겨레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켜질 것입니다. 임명동의제를 한다고 해서 리더십이 쏠린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한겨레 구성원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일각에선 조직의 고령화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후속 인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향후 인사에 대한 원칙이나 방향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십시오.
어느 회사든 공채 1기가 간부직으로 올라갔을 때 회사는 안정화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기가 회사에 입사한지도 17년이 됐는데 그동안 편집국에선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인사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이들이 빠른 시일 내에 간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편집국뿐 아니라 여러 부서에 배치시킬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연공서열이나 기수별로 적체된 분위기를 깰 예정입니다. 아울러 철저히 일 중심으로 사람을 배치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한겨레 구성원에 대해 희생만을 강요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습니까.
한겨레 구성원들은 회사를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희생해 왔습니다.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다시는 그런 아픔이 없도록 경영을 잘 해야겠지요.
-사장 취임 이전 오대산에서 야생화를 직접 재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요.
지금 농촌에는 고유의 품목들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수입품과 경쟁할 수 있는 여력이 없고 전국 고속도로도 전부 수입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야생화의 경우 종자를 가지고 한번 양산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계속 자라게 됩니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농민들 수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 제가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범을 보이면 누군가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대담·정리=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