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이 변화 시도할 때"
정흥보 MBC 보도본부장 인터뷰
차별화 중요하지만 '튀는' 주장은 안할 것
이종완 기자 korea@journalist.or.kr | 입력
2005.03.16 10: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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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흥보 MBC 보도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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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도본부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소감을 말해 달라.
최근 MBC가 주도하는 변화의 바람이 타 방송사는 물론 신문사, 일반 기업체들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다. 요즘 우리가 하는 일은 기존의 모든 걸 뒤집는게 아니고 잘못된 사고와 관행을 차례차례 바로잡아 나가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MBC의 탈바꿈이 변화에 둔감했던 한국 언론에 자극제가 돼서 선의의 경쟁 마당이 마련됐으면 한다. 지금은 종전의 노선, 이념, 공정성 논란의 차원을 넘어 방송의 미래, 프로그램의 미래를 위해 변화를 시도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바로 그 준비단계다.
지금 언론계는 MBC의 새로운 보도본부장이 내놓을 카드에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다. 새로운 변화가 예상되는 MBC 뉴스의 특징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생각하려고 한다. 신문뉴스에서도 보듯이 기본적으로 뉴스 콘텐츠의 70∼80%는 같다. 선진국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차별화를 위해 튀는 주장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사회가 종전의 획일, 단선, 정형화된 사회에서 다양하게 나아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시각을 담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서는 뉴스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이제부터 MBC는 ‘브랜드에 걸맞는 MBC만의 뉴스’를 만들어 갈 생각이다.
‘MBC만의 뉴스’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MBC뉴스는 전통적으로 ‘리버럴리즘(Liberalism)’이 가장 강했다. 소외계층에 눈길을 더 주어왔고 힘 있는 사람, 졸부를 견제하고 나아가 또 정권에 대한 비판, 감시를 강화했다.
이것이 ‘만나면 좋은 친구’라는 카피를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전통을 잘 살리면서 다채널 시대에 공중파 시청층의 욕구에 부응하는 뉴스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그것은 결국 뉴스의 형식과 질을 높이면서 미래의 좌표를 잡아 중심을 잘 잡는 뉴스일 것이다. 앞으로 MBC 뉴스는 그런 균형감을 밑거름으로 사안별 집중과 선택을 통해 ‘MBC뉴스를 보면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는 명성을 쌓아갈 작정이다.
봄철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MBC 뉴스개편의 폭과 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
4월 23일을 봄철 프로그램 개편일로 정하고 개편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개편에 있어 뉴스부분에서는 뉴스경쟁력 확보와 신뢰성 회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향해 보도부문과 소프트, 하드웨어 부문의 전면적인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시사프로그램의 공영성 강화와 주 5일제에 맞춘 뉴스의 특화, 보도에 있어 고급화를 위해 단순 사건, 사고뉴스의 배격, 선정성 최소화, 분석과 대안제시의 강화 등을 새로운 뉴스개편의 초석으로 삼을 예정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최근 최일구 주말뉴스 앵커의 후임으로 19일부터는 30대의 젊은 연보흠 기자를 앵커로 선정하게 됐고 주말뉴스를 주 5일제에 맞춘 특화시킨 뉴스로 리모델링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MBC 전체에 걸쳐 파격적인 인사가 소용돌이처럼 몰아쳤다. 보도본부도 이달 초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졌는데 어떠한 것에 주안점을 두었나.
대개 MBC의 경우 주총이 열리면 인사가 한 달 정도 걸렸다. 하지만 이번 최문순 사장이 들어선 이후 오랜 기간에 걸친 인사가 MBC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최대한 빠른 조직 내부 안정을 위해 주총하는 날 부장인사까지 마쳤다. 방송사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을 일궈낸 것이다. 보도본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달 초 보다 젊어진 부장급 인사를 토대로 빠르게 인사를 진행했고 다행히도 지금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MBC가 지향하는 젊은 뉴스, 생생한 현장의 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보도본부 조직의 운영도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조직의 혁신이나 변화를 생각하고 있나.
조직문제는 아주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섣불리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일 중심의 조직, 프로그램 중심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일하는 조직으로 대국소팀제를 추진하지만 보도조직의 특성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구성 인력의 연령이 높고 인사적체로 인해 활력, 역동성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활력있는 조직으로서의 전환을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최근 주총에서 지방사 사장으로 선배들이 많이 빠져나가 보도부문의 세대교체는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은 상태다.
앞으로는 명예롭게 일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경험 많은 선배들의 신바람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는 모두가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동료 및 선·후배들이 흔쾌히 협조해 주리라 믿는다.
하나 더 덧붙인다면 MBC는 다른 어떤 언론사 보다도 질풍노도 같은 80년대를 헤쳐 나온 원숙한 기자들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