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항구적 발전 위한 좌표 세울 것"
정남기 언론재단 이사장 인터뷰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 입력
2005.01.26 10: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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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남기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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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배제한 안배식 인사관행 척결
신문발전위 업무 중복 사전협의로 해결
5월 20일‘기자의 날’ 제정 제안
24일 오전 10시30분 언론재단 15층 이사장실에서 한국언론재단 정남기 신임 이사장을 만났다. 이날 정 이사장은 앞으로 설정될 신문발전위원회와의 관계설정을 비롯해 인사문제, 조직개편, 언론지원사업 등에 있어 개혁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반면 지역언론지원 방법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 이사장은 최근 기자사회의 분위기 침체를 의식한 듯 “신문의 날, 방송의 날은 있는데 정작 기자의 날은 없지 않느냐”며 “1980년 신군부 독재에 맞서 제작거부를 결의한 5월 20일을 ‘기자의 날’로 제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제4대 언론재단 이사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취임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내부적으로 언론재단의 존립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돼 있습니다. 물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산하기관으로서 안이하게 살아왔다는 내부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지난 19일 언론재단 이사장에 취임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언론재단이 항구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확실한 좌표를 세워놓는 것이 저의 최대 목표입니다.
-이사장 본인이 생각하시는 자신의 발탁 배경은 무엇입니까.
그 동안 언론재단 이사장은 상당히 정치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 역임해 온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제 경우는 매우 색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순수하게 언론에서만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언론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언론계 안팎에서 ‘실무형 이사장’을 요구하던 중 제가 적임자로 여겨졌기 때문에 발탁된 것 같습니다.
-임기 동안 역점을 두실 사안은?
언론재단이 그 동안 좋은 일을 많이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언론계 안팎으로 재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여러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언론재단을 바르게 알리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또한 언론재단의 본래 취지와 목적을 살리기 위해 연구 기능을 보강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언론전체가 직면한 공동위기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데 힘쓸 예정입니다.
-언론재단은 이번 이사장 선출과정에서 적잖은 내홍을 겪었습니다. 이젠 이런 문제를 치유하고 통합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갈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어떤 대책을 가지고 계십니까.
어느 조직이나 통합하는 과정에서 분파의 폐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 언론재단도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 때문에 향후 화합과 단결 그리고 새로운 조직문화를 창출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언론재단의 예산, 조직 등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시각을 여러 번 비춘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이 있으신지요.
앞으로 조직을 좀더 슬림화하고 생산적인 라인으로 만드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현재 언론재단 예산 대부분은 국고나 방송발전기금 또는 언론인기금에서부터 나오는 소중한 자금입니다. 이런 자금은 그야말로 언론발전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합니다. 혹여 이러한 자금을 사적으로 이용한다면 일벌백계할 것이고 이사장인 제가 먼저 솔선수범하겠습니다.
-언론재단은 언론회관, 언론연구원, 언론인금고 등 언론 3단체가 확대 통합되면서 설립됐습니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인사에서도 어느 단체 출신인가가 주요 고려대상이 돼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점은 조직의 효율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던 것도 사실인데요.
과거 능력과 상관없이 ‘안배식 인사’가 이뤄졌는데 이러한 인사는 앞으로 철저히 척결해 나갈 예정입니다. 향후 언론재단은 우리 언론발전을 위한 구심점으로 거듭나는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것입니다.
아울러 저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조직사업 전면 재검토’를 위해 TF팀을 구성하고 이 팀에서 만든 안을 바탕으로 부서간 갈등이나 반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조직운영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입니다.
-앞으로 언론재단 외에 별도의 ‘신문발전위원회’가 설립됩니다. 그러나 신문발전위가 맡게 될 업무는 현재 언론재단의 업무영역과 상당부분 중복됩니다. 이 때문에 언론재단의 위상변화가 예상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문법안대로 신문발전위원회의 독립적인 사무국에서 지원사업과 기금을 관리하게 된다면 언론재단 업무와 상당부분 중복됩니다. 이 때문에 저는 문화관광부에 업무 중복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저는 별도의 독립된 사무국이 생기더라도 중복업무는 없을 것으로 기대하며 서로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독자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설령 중복되는 업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신문발전위원회와 협의 및 협조, 위탁 등의 방법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문은 물론 언론계 전반에 걸쳐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언론재단이 해야 할 역할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언론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면 밝혀주십시오.
앞으로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개편될지 판단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그러나 언론재단은 새로운 미디어환경 속에서 기존의 매체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런 조사와 연구를 통해 앞으로 학술적 혹은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기자사회가 상당히 침체돼 있습니다. 평소 염두에 둔 개선 방안이 있으신지요.
올해 5·18행사 때는 80년 해직기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 동안 광주민주화운동을 떠올리면 보통 시민운동과 당시 취재했던 기자들이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전두환 신군부 정권에 저항해 전국의 기자들이 사전검열을 거부하고 제작거부를 결의한 날도 우리 언론사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80년 5월20일은 기자협회 모든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검열을 거부하고 제작거부를 결의한 매우 뜻 깊은 날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날을 ‘기자의 날’로 제정할 것을 제안하고 언론유관단체들과 함께 관련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 날은 기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신군부의 독재에 저항했던 역사적인 날로 후배 기자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론 다양성을 위해 지역언론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사장께서는 건전한 지역 언론 육성을 위해 제정된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이 제대로 가능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무상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부분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역신문대표나 학계,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함께 혜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원방법도 현재 정부가 구상하는 것과 지방언론 현실과는 상당히 괴리가 생각합니다. 이런 부문에 대해 언론재단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함께 고민해 나갈 것입니다.
-끝으로 언론계 선·후배, 동료들에게 하실 당부 말씀이 있으시다면.
80년 신군부 탄압 속에서도 언론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 기자들이 갖은 고통을 감내하면서 언론인의 사명과 긍지를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후배 언론인들은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쉽게 좌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자도 직업인으로서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무장해 본령을 다한다면 언론발전과 본인발전을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배 언론인들의 전통과 자부심은 어려움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환경이 어렵지 않고서는 민중의 고통과 어려움을 대변할 수 없습니다. 기자가 풍족한 생활만을 추구한다면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