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누에고치 소녀들

[제430회 이달의 기자상] 심각현 KBS대전 기자 /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심각현 KBS대전 기자.

이번 다큐는 우연히 접한 웹툰 한 편에서 시작됐습니다. 1932년 11월7일, 대전에서 일본 자본 군시제사(현 군제)를 상대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고,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10대 소녀공들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 자본에 맞서 조선인 최초로 승리까지 거둔, 잊혀서는 안 될 지역의 소중한 역사였습니다.


몇 주간 관련 자료를 모았지만 제대로 된 사료가 없어 포기하려던 찰나, 1996년 대전시 역사편찬위원회가 발표한 학술논문 한 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구자를 어렵게 만났지만, 그 논문 외에 이를 뒷받침할 증언도 기록도 국내엔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길은 늘 현장에 있었습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한 공장 터를 수없이 돌며 혹시나 살아 있을지 모를 소녀공 생존자와 후손을 찾았고, 모기업 군제가 있는 일본 교토의 문을 끈질기게 두드렸습니다.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던 옛 공장을 찾고, 일본 현지 연구자와도 만났습니다. 새로운 사실이 나올 때마다 국내 연구진과 교차 검증도 잊지 않았습니다. 흩어진 조각들이 하나로 모이며, 조선인 최초로 승리한 노동쟁의가 바로 군시제사 대전공장 파업이었고 그 중심에 소녀공들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잊힌 역사가 기억되는 역사로 바뀔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기록의 최전선에 선 언론인이 이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작에 함께해 준 친구들과 김형국 교수님, 유일한 생존자 이용우 할머니, 소녀공 출신 유일한 독립유공자 고 박재복 애국지사의 둘째 아들 이종재 선생님, 그리고 늘 힘이 돼준 나의 가족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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