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언론중재법 규제 범위는 좁히고 배상 엄격하게"

11일 청와대 영빈관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
여당 '징벌 손배' 추진에 "언론만 겨냥해선 안돼"

이재명 대통령이 언론중재법에 개정안에 대해 규제 범위는 최대한 좁히되 배상은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언론만이 아니라 유튜버 등을 대상으로도 법안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보도하다 오보할 수 있고, 오보하면 고치면 된다. 그게 상식”이라며 “일부러 그러는 것과 실수는 다르다. 법률가적 양심으로 보건대 중대한 과실을 징벌 배상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악의 등만 엄격하게 보고 배상액은 아주 크게 하자”며 “규제 범위는 최대한 좁히되 여기 들어오면 배상은 엄격하게 해서 고의, 악의적 (보도를) 못하게 하자. 형사처벌보다는 돈으로 물어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5일 발표한 언론중재법 개정 주요 내용에서 “악의를 따로 구별하지 않고, 고의 또는 중과실에 따른 책임 가중” 방침을 밝혔는데, 이 대통령은 이와 다른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데 이를 악용해 특권적 지위를 누리려는 아주 극히 소수의 사람과 집단이 있다”며 “미국에서도 한 언론사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다 930억원을 물어낸 일이 있었다. 표현의 자유를 엄격하게 보호하는 미국도 명백한 허위보도에 대해선 아주 고액의 배상을 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은 영향력이 크고 특별한 보호를 받으므로 책임도 똑같이 따르는 것이고, 그게 사회적 정의”라며 “저도 엄청나게 당했다. 멀쩡하게 직장 다니던 우리 아들을 화천대유에 취직했다고 대서특필해 아직도 직장을 못 얻고 있는데, 남의 인생을 망쳐 놨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론만 이러는 게 아니다. 유튜브에서도 일부러 가짜뉴스로 관심을 끈 다음 돈 버는 사람이 많은데 그걸 가만히 놔둬야 하느냐”며 “저는 당에 언론만을 타깃으로 하지 말라는 얘길 계속 하고 있다. 누구든 돈을 벌거나 악의를 가지고 일부러 가짜 정보를 만들거나 조작한다면 그건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론인들에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프레스 개글(비공식 브리핑)’ 현장에 여러분이 같이 있어 엄청나게 힘이 됐다”며 “우리가 집안에선 지지고 볶고 싸울 수 있지만 집안을 지키는 일에는 잠시의 갈등, 색깔의 차이는 접어두고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미정상회담에서 딱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감동이었다. 한 식구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생각을 연장시키면 좋겠다”며 “대한민국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너무 많고 정략적으로 다툴 여지도 많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함께 해야 할 일들, 공통의 과제는 함께 해결해줬으면 좋겠고, 대한민국이 살 만한 나라를 만드는 데 여러분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예정시간 1시간 넘겨 150분간 진행… 질문 22개 받아

이 대통령은 이날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약 150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취임 30일째이던 7월3일 첫 기자회견을 연 지 70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 중 취임 100일 만에 두 번째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회견엔 내외신 기자 152명이 참석했으며 형식은 이전 회견과 비슷하게 진행됐다. 기자단 배치 방식, 1.5m에 불과한 이 대통령과의 거리, 독립 언론들의 참여 등 지난 회견과 동일한 요소가 많았으며 사전 조율 없는 질의, 현장 추첨 및 지명으로 질문을 받는 형식도 그대로 가져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일본 외신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30일 회견에선 특정 분야로 질문이 몰리며 주요 의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만큼 이번엔 대통령실 기자단이 추린 핵심 질문에 이 대통령이 우선 답한 뒤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핵심 질문은 A와 B 두 가지로 가려진 채 준비됐으며, 이 대통령이 이 중 한 가지를 골라 답변하는 방식이었다.

앞서 첫 기자회견이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소개하는 자리였다면 이날 회견은 한층 구체화된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가 됐다. 회견은 ‘민생·경제’와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세 분야로 나눠 진행됐으며 질문한 기자는 총 19명이었다. 당초 회견은 90분으로 예정됐지만 이 대통령이 더 많은 질문을 받으면서 1시간가량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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