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KBS 감사, 박장범 사장 특별감사한다

감사실 인사 거부, 이중 보직자 문제 등

박찬욱 KBS 감사가 박장범 사장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박 사장의 감사실 부서장 인사 요청 거부 문제와 함께 감사실 이중 보직자 문제 등을 두고 감사를 실시할 예정인데, 자체 감사 이후엔 감사원 감사 청구와 사법당국 고발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박 감사는 KBS 이사회에 이번 특별감사에 대한 보고를 하기 위해 이사회 소집을 요청하기도 했다.

3월5일 국회 과방위 현안질의에 참석한 박찬욱 KBS 감사(오른쪽). 이날 박 감사는 전날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신임 KBS 감사 임명 의결은 위법하다며 임명처분 무효 확인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국회 영상 회의록 화면

6월9일 서울고등법원이 ‘2인 체제’ 방통위가 의결한 정지환 씨 KBS 감사 임명에 대해 효력정지 판결을 내리며 박 감사는 두 달여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박 감사에 따르면 복귀 직후부터 감사실 인사 교체를 네 차례 요구했으나 박장범 사장은 본안소송이 진행 중이라 정지환 감사의 직무 정지는 일시적인 것이고, 감사업무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현 부서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거부했다.

박 감사는 1일 사내게시판에 이 같은 상황을 전하며 특별감사 착수를 예고하는 글을 올렸는데 “감사실 내부는 정지환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꼼수이자 법원 결정을 무시한 ‘알 박기 인사’이자 ‘감사 따로 간부 따로’로 감사실 기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명백한 직권 남용이고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과 방송법상 감사직무 규정 등은 감사 업무의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박 감사는 사내 게시글에서 박 사장의 ‘감사업무의 일관성 유지’ 주장에 대해 “감사실 업무를 집행부인 사장이 판단하고 결정하겠다는 것은 법률과 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며 “사장이 감사의 인사권을 통제하고, 직무 수행을 방해하는 것은 이 모든 법률과 규정을 위반하는 심각한 독립성 침해 행위”라고 꼬집었다.

박 감사는 이번 인사 요청 거부와 함께 박민 전 사장 때 빚어졌던 감사실 이중 보직자 문제도 이번 특별감사에서 다루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2월 박민 사장 체제 KBS는 박 감사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감사실장을 비롯해 감사실 부서장 인사를 내어 논란이 됐었다. 그해 6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당시 KBS 감사실 직원 3명이 KBS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보직 및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해 이들 부서장들은 업무에 복귀했으나 사측이 인사를 냈던 기존 부서장들은 그대로 두며 당시 감사실엔 감사실장과 방송감사부장, 기술감사부장이 각각 2명씩 존재하는 촌극이 벌어진 바 있다.

박 감사는 사내게시글에서 “지난해 12월 취임한 박장범 사장 역시 감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로잡지 않고 방치했다가 정지환 감사가 오자 당일로 인사를 냈다”며 “3개월이나 방치한 인사를 이진숙 방통위가 새 감사를 임명하자 전광석화같이 곧바로 시행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11일 KBS 이사회는 정지환씨를 감사 후보자로 선정해 방통위에 임명제청한 바 있다. 감사 공모 당시부터 정씨가 보도국장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취재 요구 묵살’ ‘보복 인사’ 등으로 부적격 인사란 KBS 구성원의 비판이 나왔음에도 올 2월28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김태규 부위원장과 둘이서 정지환 신임 KBS 감사 임명 의결을 강행했다.

박장범 사장은 앞서 사장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장 취임 시 이중 보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취임 전 박 감사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도 해당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박 감사는 사규상 보직은 1명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을 들어 이중 보직자 문제가 회사에 재산상 손실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박 감사는 사내 게시글에서 “회사의 인사를 개인적 이해와 정략적 판단으로 해서는 안 된다. 법률과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독립성이 보장된 감사 업무를 방해하는 이유를 밝히겠다”며 “관련법과 규정에 따라 면밀히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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