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투표율 높은 원인이 계엄뿐?"… MBC '행정지도'

[6·3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국민의힘에 맞는 인터뷰도 했어야"…
"계엄 반대, 정당 유불리 상관있나" 논쟁

5월26일자 MBC '뉴스데스크'.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재외국민 투표율이 역대 가장 높았다는 MBC 보도에 대해 6·3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편파적이라고 평가했다. 비상계엄으로 투표에 관심이 높아졌다거나 계엄에 반대하는 취지의 인터뷰만 전하고 ‘이재명 대통령 독재’에 반대하는 등 국민의힘 기치에 맞는 인터뷰는 넣지 않아 균형을 잃었다는 것이다.

11일 선방위는 MBC ‘뉴스데스크’에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심의된 보도는 5월26일 저녁 방송된 <재외 선거, 역대 최고 투표율‥“이런 일 다신 없어야”>다. 안건은 보수 시민단체 대표 출신으로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칼럼을 써 비판받은 오정환 위원이 제안했다. 오 위원은 “이번 선거는 계엄 자체가 쟁점인데 MBC가 노골적으로 한 정당에 유리하게 보도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위원들은 기사 본문 중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이끈 건, 바로 계엄이었다”는 표현이 단정적이라며 문제로 지적했다. 윤소라 위원은 “이건 기자가 쓰면 안 되는 문장 아니냐. 밑도 끝도 없다”며 “사람을 선동할 때나 쓰는 말이다. 너무 이상하다”고 말했다. 한균태 위원장도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데 상당히 편파적인 유도성 발언을 했다”고 의견을 보탰다.

MBC는 재외 투표 마지막 날 풍경을 전하며 118개국에서 투표율 79.5%를 기록해 역대 가장 높았다고 보도했다. 위원들은 투표율이 높은 원인을 계엄에서만 찾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성 위원은 “대명천지에 대체 무슨 생각이냐”며 국민의힘 표어대로 이재명 독재나 ‘범죄자 대통령’을 막겠다는 인터뷰를 넣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송인덕 위원은 “계엄 때문에 치르는 조기 대선인데 계엄 표현이 왜 특정 정당에 불리하다는 것이냐”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정미정 위원도 “인터뷰 중 ‘비행기에서 계엄 소식 듣고 (투표장에) 왔습니다’는 내용이 대체 어떤 정당을 지지한다는 뜻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자신들도 계엄은 절대 옹호하지 않는다고 반복해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의 성격을 계엄에 대한 반발로만 규정하면 공정한 선거 보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의힘이 계엄과 선을 긋지 못한 만큼 계엄에 반대한다는 인터뷰만 기사에 담는다면 결과적으로 불공정한 보도가 된다는 것이다.

위원들은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표결에 부쳐 다수결로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위원 9명 중 한 위원장을 비롯한 5명은 행정지도의 두 가지 단계 중 더 낮은 ‘의견제시’를, 3명은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안건을 직접 제의한 오 위원은 의결에서 제외됐다. 이번 대선 선방위는 지난해 4·10 총선 때 구성된 선방위와 달리 법정 제재를 자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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