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TV 토론회 중 성폭력을 묘사한 발언에 대해 6·3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토론회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것으로 방송사는 개입할 여지가 적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4일 선방위는 21대 대선 3차 TV 토론회를 중계한 지상파 3사와 OBS, 종편 4사, YTN, 연합뉴스TV에 이같이 의결했다. 위원 9명 중 8명이 찬성했고 1명은 기권했다. 선방위에는 이들 방송사를 징계하라는 민원 800여 건이 접수됐다. 5월27일 토론회에서 이 전 후보가 질의를 빙자해 성폭력 발언을 했는데도 진행자가 이를 바로잡지 않아 ‘품위유지’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TV조선 뉴스센터장 출신인 김기성 위원은 “진행자가 후보 발언에 단순히 기계적 중립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문제 발언에 사과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중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인 송인덕 위원은 반대 의견을 냈다. 송 위원은 “그러면 좋겠지만 진행자에게 유연한 역할을 부여할지는 중앙토론위에서 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다른 위원들도 대체로 동의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TV 토론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계 전문가를 모아 꾸리는 중앙토론위에서 주관한다. 토론 방식과 주제 등은 중앙토론위가 결정하고 방송사는 중계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 차원에서 협조할 의무만 진다. 더욱이 진행자 역할도 후보별 발언 시간을 통제하는 정도로 한정돼 있다. 문제가 된 토론회도 MBC 아나운서가 사회자를 맡아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됐지만 방송사에 책임은 적다는 게 중론이었다.
선방위는 다만 중앙토론위에 재발 방지책을 찾아 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SBS 논설위원 출신인 이형근 위원은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패널을 구성했다면 우리가 적극적으로 심의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사회자 재량권을 확대해 달라는 차원이 아니라 후보자에게 유의사항을 사전에 강하게 고지해 달라는 등 선방위가 월권하지 않는 선에서 의견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이 TV 토론회를 주관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방송사가 직접 후보를 초청한다. 이에 따라 사회자에게도 토론의 공정성과 객관성 유지를 위한 폭넓은 재량을 허용한다. 지난해 대선 때는 ABC 방송사의 데이비드 뮤어 앵커의 적극적인 개입이 주목받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가 오하이오주의 한 도시에서는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며 혐오발언을 하자 뮤어는 사실이 아니라고 즉시 제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