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뉴스 내란프레임 갇혀"... MBC 내부 자성 목소리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자사 대선보도 중간평가
"아직도 '12월'에… 언제까지 '앵그리 뉴스'로 남을텐가"

MBC 뉴스가 12·3 비상계엄 이후 TV 시청률은 물론 유튜브 경쟁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약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란 프레임’에 갇혀 성장이 정체됐다는 내부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28일 발행한 노보에 ‘21대 대선 보도 중간평가’를 실어 이같이 밝혔다. 민실위는 〈MBC뉴스는 여전히 ‘12월’에 머물렀나〉란 제목의 메모에서 “압도적 시청률 1위를 구가하던 메인뉴스 시청률은 대통령 선거라는 빅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계엄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면서 “보도본부 구성원 사이에서는 ‘우리 뉴스가 언제부터인가 너무 오만해졌다’는 반성 섞인 탄식이 조금씩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28일 발행한 노보에 실린 민실위 메모.

민실위는 대통령 탄핵 선고 직후인 4월7일부터 약 50일간 MBC와 경쟁 방송사의 대선 관련 뉴스를 모니터한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우리 뉴스는 언제부터인가 내란 프레임에 갇혔다.”

민실위는 MBC 뉴스가 어떤 사안에는 뜨겁게 ‘분노’하는 반면, 날카로워야 할 때는 무디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이달 초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공직선거법 유죄를 선고했을 때 MBC 뉴스는 “앵커까지 직접 나서 사법부를 맹렬하게 규탄”했다. 민실위는 그러나 “이례적으로 빠른 재판 속도였고, 심리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인지조차 의심스럽지만 어디까지나 합리적 의심의 영역, 취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사안”이라며 적어도 “내란 현행범을 고발하던 어조로 보도하지는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미래 권력을 결정하는 대선 보도에서도 “내란 국면 때 못지않게 강렬”한 “수사적 표현”이 등장하곤 했지만, 정작 “폐부를 찌르는 검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가장 대권에 가까이 있기에 가장 치열한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비판보다 옹호에 급급한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쏟아졌다”고 민실위는 전했다.

민실위는 MBC 뉴스룸이 “이번 대선의 의미를 ‘12·3 내란의 연장선, 내란에 대한 반성과 질서의 회복’으로 규정”한 것에는 상당 부분 동의한다면서도 “오직 과거에 대한 청산 과정 중 일부로 치부하기에 이번 대통령 선거는 향후 대한민국의 앞날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변곡점”이라며 “공동체의 내일을 위한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고 공론의 장을 확대하는 것 또한 공영방송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내란 사태를 극복하며 얻은 관심과 성원을 디딤돌 삼아 독보적인 1등 뉴스로서 ‘초격차’를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실위는 이번 모니터 과정에서 비판과 쓴소리를 경청하는 내부 조직 문화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건 희망적이라고 했다. 민실위는 “연차와 직급을 막론하고 많은 구성원들이 민실위 활동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격려해 주었을 뿐 아니라,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국장단과 각 보직 팀장들 또한 후배들의 쓴소리를 성실히 경청하고 실제 보도와 편집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서로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고, 하루하루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쟁할 수 있다면, 이 모든 과정이 우리 뉴스의 힘으로 축적되고 발현될 것임을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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