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관련이 없는 방송에 내린 무더기 징계처분에 잇따라 소송이 제기되면서 최근 법원이 처음으로 제재 처분 취소판결을 내놓았는데도 공정성 논란 끝에 출범한 6·3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선거방송의 정의를 물으며 혼란스러워했다. 사무처는 어떤 방송을 선거방송으로 보고 제재할지 위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선방위는 16일 첫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심의 방향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추천을 받아 위촉된 오정환 위원은 최근 법원의 판결을 두고 “보도된 내용만 보고서는 이해되지 않는다”며 “뉴스하이킥이 뉴스이고 시사프로그램인데 설마 재판부가 선거방송 성격이 없다고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방송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10일 서울행정법원은 공직선거법에 선거방송의 정의는 없지만 정당의 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투표나 선거운동을 다루는 방송으로 뜻을 한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10총선 선방위가 MBC 라디오 ‘뉴스하이킥’에 내린 ‘관계자 징계’를 취소했다. 해당 방송은 진행자와 출연자가 한반도 안보를 우려하는 발언으로 야당에 투표를 독려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제재됐다.
김기성 위원도 “음악프로그램에서 선거와 관련한 발언을 하면 어떤가?”라며 “요즘 연예인들이 정치적 색깔을 띠는 경우가 있는데 프로그램 성격보다 내용 자체를 보고 선거방송 심의 대상이냐 아니냐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TV조선 뉴스센터장 출신인 김 위원은 방송기자클럽이 추천했다.
반대 의견도 나왔다. SBS 논설위원 출신으로 방송협회 추천을 받은 이형근 위원은 “예능에서 정치적 발언을 했다고 심의하기 시작하면 과하다”고 말했다. 위원들이 시각차를 보이자 사무처는 선거방송이 명백히 아닌 안건은 올리지 않게 걸러내겠다면서도 최종적인 판단은 위원들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4·10총선 선방위는 ‘파란색 1’ 그래픽을 쓴 날씨예보도 민주당을 떠올리게 한다며 제재하는 등 역대 최다인 30건의 중징계를 남발해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을 불렀다. 방송사들은 19건의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18건이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위원은 “공정성 규정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렇게 보면 이렇고 저렇게 보면 저런 경우가 많다”며 “지난번 총선 때와는 다르게 할 수 있게 모두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방위도 구성 단계 때부터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오정환 위원은 서부지법에 난입한 폭도들이 “제 아이들 같다”며 선처를 바란다거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1905년 망국에 빗대는 등 칼럼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국민의힘은 오 위원 추천으로 비판받자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정미정 전 EBS 이사가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기 때문이다.
이날 선방위 개최 전 MBC 기자는 오 위원에게 “내란 옹호 글을 써 논란을 일으켰는데, 선방위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오 위원은 되레 MBC가 편파적이라며 “최소한 여야에 대해 중립적인 노력은 해야 한다. 그게 뉴스냐”고 답했다.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선방위는 선거일 투표 마감 때까지 송출된 선거방송을 심의해 ‘주의’와 ‘경고’, ‘관계자 징계’ 등 재허가에 감점이 되는 제재를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