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돌직구 질문' 박석호 기자 정치부에서 빼

문화부 선임기자 발령에 여러 시선
"본사와 서울지사 순환근무 차원"

지난해 11월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박석호 기자가 질문하고 있다.

부산일보가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으로 화제가 된 박석호 기자를 인사 발령냈다. 새 경영진이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박 기자가 부담스러워 정치부에서 뺐다는 시선에 대해 부산일보는 본사와 서울지사의 순환 근무 일환이라고 밝혔다.

부산일보는 6일 편집국 인사를 내면서 서울지사 정치부에 근무하던 박 기자를 부산 본사 문화부 선임기자로 발령냈다. 서울지사 정치부장은 이날 오후 박 기자에게 인사발령 사실을 알렸다.

박 기자는 지난해 11월7일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제 주변 일로 걱정을 끼쳤다”는 대통령 사과를 두고 “국민들이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며 “보충설명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라고 물었다. 정중하고 명료한 박 기자의 질문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며 사과했지만, 구체적인 사과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횡설수설하는 윤 대통령 답변과 대비되면서 정곡을 찌른 질문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박 기자의 질문을 두고 당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했다가 시대착오적인 언론관이라는 비판이 일자 사과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다가오고 조기 대선 가능성 등 정치현안이 줄줄이 예정된 상황에서 취재 경험이 풍부한 박 기자를 정치부에서 뺀 부산일보 인사발령을 놓고 친박근혜 인사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취임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부산일보는 2월19일 손영신 전략기획 이사를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하는 등 임원진을 바꿨다. 앞서 지난해 8월 정수장학회는 새 이사장에 허원제 전 의원을 선임했다. 허 이사장은 18대 국회의원, 방통위 상임위원을 했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 마지막 정무수석을 지낸 친박근혜계 인사다.

손영신 대표이사 사장은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서울지사 근무를 지원한 젊은 기자 2명을 서울로 보내고, 그동안 본사와 순환 근무가 없었던 박 기자를 포함해 2명을 부산 본사로 발령했다. 박 기자는 1999년부터 서울에 있었고, 다른 기자도 서울에서 15~20년을 근무했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박 기자가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기자다운 질문을 하며 부산일보 위상을 올렸고, 우리 구성원 모두 자랑스러워하고 저도 마찬가지”라며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했다면 오해를 살 인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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