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황상무 '회칼 테러' 발언, 언론에 대한 협박"

방송현업단체·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민언련 등도 성명
"듣고도 믿을 수 없어…윤 대통령, 황상무 해임하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언론인을 상대로 한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데 대해 한국기자협회가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대언론 협박”이라며 황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기자를 겨냥한 대통령 핵심 참모의 ‘회칼 테러 발언’은 충격적”이라며 “황상무 수석의 발언은 전후 사정을 볼 때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대언론 협박이다. 평생 군사독재에 맞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오홍근 기자에 대한 만행을 태연하게 언급한 것은 언론의 비판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모든 기자를 표적으로 ‘테러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위협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앞서 황상무 수석은 지난 14일 MBC를 포함한 출입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예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사건이나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등에 대한 의견을 말하다 군대 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황 수석은 “MBC는 잘 들어”라고 말한 뒤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1988년 8월6일 오홍근 중앙경제신문(중앙일보 자매지) 사회부장이 출근길에 서울시 강남구 삼익아파트 대로변에서 괴청년 3명에게 흉기로 테러를 당한 사건이다. 황 수석은 ‘왜 MBC에게 잘 들으라고 했냐’는 질문엔 웃으면서 농담이라고 했고, ‘정보보고하지 말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MBC '뉴스데스크' 화면.

기자협회는 “황 수석의 막말 행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며 “5·18 민주항쟁과 관련해 북한 개입설에 사실상 무게를 싣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개탄스럽기 그지없으며 황 수석의 발언은 국민 소통에 나서야 할 임무를 방기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국론 분열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황 수석은 고인이 된 오홍근 기자 유가족과 5·18 민주항쟁 유가족을 향해 석고대죄 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의 해임을 기다리지 말고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동시에 (대통령실은) 이번 망언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방송현업단체·민주언론시민연합 성명…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긴급 기자회견

한편 이날 방송현업단체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황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는 성명에서 “기자 테러 사건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군부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언론자유를 염원하던 시민들에게 언론인에 대한 테러를 넘어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자,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조직적 위협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며 “그런데 황 수석은 그 일화를 꺼내든 이유로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게 문제였다는 설명을 보탰다. 그는 서둘러 농담이라고 했지만 과거의 언론인 테러를 언급한 것은 해당 방송사뿐 아니라 방송 언론계 전체에 대한 협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 정부 들어 여권의 좌표 찍기에 여러 번 시달려온 MBC 기자들에게는 고위 공직자의 이와 같은 언급은 권력의 ‘살기’로 전해질 수밖에 없다”며 “뿐만 아니라 방송 저널리스트들이라면 대통령실이 언론의 감시와 비판 역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어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실제로 문제의 발언이 나오자 곧바로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던 기자는 MBC 기자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송기자 출신으로서 말의 무게와 중함을 여전히 두려워한다면 황상무 비서관은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그가 주저한다면 시민사회수석이라는 이름과 품격에 걸맞는 책임을 물어 대통령실이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전국 90개 시민·언론·노동·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황 수석의 해임을 촉구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허벅지에 칼 두 방’을 운운하며 특정 언론사를 대놓고 협박하는 망발이 윤석열 대통령의 수석비서, 그것도 시민사회와 소통을 책무로 하는 시민사회수석의 입에서 나왔다. 대통령실이 국민의 안전과 공공복리를 도모하는 국가기관이 아니라 어떠한 이견과 비판도 허용하지 않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협박과 보복을 서슴지 않는 조폭집단” 같다고 비판했다.

전국 90개 시민·언론·노동·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황 수석의 해임을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이어 “윤 대통령은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을 부정하며, 회칼 테러 운운하며 협박의 범죄를 저지른 황상무를 즉각 해임하라”며 “마피아와 싸우던 검사들이 스스로 마피아가 되는 느와르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검찰 공화국이라는 오명도 모자라 이제는 대통령실이 조폭적 행태의 본산이 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해 국민과 언론인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같은 날 성명에서 “언론인 출신으로서 양심이 있다면 황 수석은 고개 숙여 사과하라”며 “윤 대통령은 시민사회수석으로서 자질은커녕 최소한의 언론관도 갖추지 못한 부적격자 황 수석을 즉각 파면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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