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틀리고, 오늘은 맞는’ 혹은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린’ 바야흐로 생성형 AI 기술이 날마다 ‘업데이트’ 되고 있는 요즘이다. 생성형 AI란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콘텐츠들의 패턴을 학습’해 추론이 가능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필자는 이러한 생성형 AI와 저널리즘의 관계를 설명할 때 ‘기존 콘텐츠 활용’, ‘콘텐츠 패턴 학습’에 기자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란 바로 이 기존 콘텐츠를 정확한 취재를 통해 생성하는 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뉴스 플랫폼 변화가 계속되는 요즘 지역 언론이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폭발적 조회수를 노린(?) 어뷰징이나 전국 뉴스가 아니라 가장 지역적인 뉴스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고민에서 나온 기획이 바로 ‘오래된 미래 강원 노포 탐방’이다.
‘한 가지 일을 한평생 꾸준하게 이어간다는 것은 수행에 가깝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편하고 빠른 길 마다하고, 어렵고 고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이들이 있다. 강원도 곳곳에 숨어있는 노포(老鋪) 얘기다. 강원도민일보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지역의 노포를 다시 조명한다. 가게마다 켜켜이 쌓인 강원도민들의 애환을 되짚어보고 거기에서 지역의 가치를 모색한다. 강원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 또 다른 미래를 열어가는 작업이다.’ 기획취재 노포의 전문이다.
취재를 위해 세운 원칙이 있다. △되도록 식당은 뺄 것 △최소한 40년 이상 된 업소일 것 △지역의 역사와 현재를 함께 풀어갈 것 △언론에 노출이 덜 된 곳일 것 △오래됐다고 너무 낡지 않게 쓸 것 등이다. 식당은 워낙 많기도 하고, 본지 다른 기획기사와 주제가 겹쳤다. 그 외에 노포라면 이쯤은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구체화해 기준을 만들었다. 물론 모든 기준을 다 맞추긴 어려웠다.
18개 시군 주재 기자들과 본사 기자들의 노력으로 강원특자도의 노포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노포 기획기사를 시작한 후 오래된 간판만 보면 문을 열고 들어가 몇 년 됐는지 물어보는 버릇도 생겼다. 그러다 보니 지역 기자로서 지역에 대해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2022년 5월부터 2024년 3월 현재까지 약 2년간 총 69회에 걸쳐 노포 기사를 게재했다. 이를 통해 강원지역 곳곳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인제 금성여인숙이다. 금성여인숙은 1972년 정식 허가를 냈지만 실제론 60년 가까이 운영돼, 노포 중에서도 맏형 격인 가게다. 접경지역인 인제에 자리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군인 아들을 만나러 온 면회객의 휴식처로 오랜 시간 자리매김했다.
노포 기사를 통해 인생사도 들여다봤다. 태백 서울떡집 편에선 광부로 시작해 떡집을 하며 지역에 자리 잡은 김건희 대표의 인생사와 코로나19를 거친 현재 가게를 운영하며 겪는 여러 애환 등을 살펴봤다. 황해도 개풍(현재 개성) 이름을 딴 철원 개풍오토바이 편에선 실향민 1세대인 고 김도원(1대 대표)씨 인생사를 통해 한국전쟁 후 접경지역으로서 강원도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조명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자리에서 인간의 노동이 밀려나는 요즘, 일찍이 이 같은 위기를 경험한 곳들의 이야기도 기사에서 전했다. ‘면도기의 대중화’를 경험한 춘천 상록이용원 기사가 대표적이다. 보도 후 윤한구 상록이용원 대표의 아들은 ‘아버지의 술자리 레퍼토리가 잘 정리된 기사를 읽으며 새삼 우리 아버지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살아 내셨구나 느꼈다’며 감사의 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섭외의 어려움도 있었다. ‘기사 낼 돈 없어요’, ‘너무 오래됐다고 하면 손님들 안와’, ‘뭐 그냥 운영해 온 건데 대단할 게 있나’ 등 지역을 지켜온 노포 주인들은 그저 살아내 온 자신들의 이야기가 기삿거리가 된다는 것에 의아히 여기거나 수줍어했다. 물론 고료를 따로 받지 않았다. 그런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 번 발걸음을 하거나, 음료수를 싸들고 가 하루를 통째로 내 취재했다. 그게 또 지역주재의 취재하는 맛이기도 하다.
노포 기획취재는 100회가 목표다. 100회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책으로 다듬어 낼 예정이다. 하이퍼 로컬 저널리즘의 대표사례가 되고 싶은 원대한 목표도 있다. 취재기에 다 담지 못한 강원지역 곳곳의 노포 이야기는 강원도민일보 홈페이지(kado.net)와 네이버, 다음을 통해 항상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