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눈이 내리던 12월31일. 나는 강원도 원주에 있었다. 소복이 쌓인 눈을 밟으며 걷다보니 뜨끈한 국물요리가 생각났다. 그때 멀리서 눈을 사로잡은 것이 ‘이씨손만두전골 칼국수’ 간판. 길을 걷다 시선이 머문 곳에 들어갔기 때문에 우선 메뉴판을 탐색했다. 깊은 국물 맛을 느끼고 싶어 시래기 소고기 만두전골 2인분을 주문했다.
일단 내용물이 알찼다. 누런 육수를 냄비에 펄펄 끓이는 동안 큰 접시에 버섯, 배추, 단호박, 청경채, 숙주나물이 듬뿍 올려져 나왔다. 메뉴의 핵심인 시래기도 한 움큼 놓였다. 그 위에 얇은 차돌 소고기가 8점 정도 올라갔다. 만두는 김치만두 4개, 고기만두 4개가 나왔다. 주문을 할 때 만두종류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반반만두를 고를 심산이었기 때문에 마음에 쏙 들었다. 칼국수도 두 덩어리가 나왔다.
끓어오른 육수에 야채와 시래기를 우선 넣고 육수를 우려냈다. 그리고 만두를 넣고 푹 고아냈다. 고작 10여분 끓이면서 고아낸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우스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물을 한 모금 떠서 입에 떠 넣으면 “캬. 이건 보양식이다”라는 말이 그냥 튀어나온다. 간판을 통해 유추한 바, 이 집 주인장은 이씨일 것 같은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맑고 시원한 국물의 비결 있다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시래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가위로 두어 번 잘라준다. 그리고 잘 익은 만두와 육수, 야채를 국자로 떠 앞접시에 담는다. 만두를 수저로 잘라 시래기와 함께 먹어주면 뱃속 끝까지 뜨끈하고 시원한 기운이 가득 담긴다. 시래기는 무청을 엮어 말린 음식이다.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겨울철에 먹으면 건강에 아주 좋다고 했다. 각종 야채와 고기, 탄수화물이 조화된 만두전골을 먹으면서 난데없이 ‘이 음식이야 말로 맛과 영양을 모두 잡은 완전식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간 곳이 맛집이라고 소개할 만큼 맛이 좋았기 때문일게다.
만두가 두 개 정도 남았을 때쯤, 칼국수를 넣어 끓이면 식사를 끊기지 않고 즐길 수 있다. 국물이 졸아 죽처럼 변했는데 수저로 떠먹으니 이 또한 별미였다. 2023년의 마지막 날, 1인분에 1만3000원 가격으로 즐긴 만두 보양식으로 기분 좋은 기억을 하나 더했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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