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여권 방심위원만 2명 위촉... '여야 6대1'

야권 추천 위원 2명은 위촉 안 해
1심 끝난 '바이든-날리면' 보도 심의 재개
류희림 '민원 사주 의혹' 상정된 안건, 수면 아래로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여권 인사 두 명을 위촉했다. 하지만 3개월 전 추천된 야권 위원 두 명은 위촉하지 않으면서 방심위 여야 구도는 6대1이 됐다. 방심위는 MBC의 패소로 1심이 끝난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해 심의를 재개한다고 예고했다. 야권 위원 해촉으로 류희림 위원장에 대한 '심의민원 사주' 의혹 관련 안건은 없는 셈이 됐다.

22일 서울시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위촉 첫날 전체회의에 참석한 문재완 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위원만 2명 위촉, 여야 6대1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과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보궐 방심위원으로 위촉했다. 17일 해촉된 야권 옥시찬, 김유진 전 위원의 공석을 일주일이 채 안 돼 여권 인사들로 채운 것이다.

이로써 방심위의 여야 구도는 연이은 해촉과 위촉을 거치며 4대3에서 6대1이 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8월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야권 위원 5명이 해촉됐다.

윤 대통령은 야권이 추천한 위원 두 명은 3개월째 임명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월 황열헌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과 11월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를 위원으로 추천했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야권 위원은 다 잘라내고 여권 위원만으로 방심위를 구성해 언론에 족쇄를 채우려 해도 정권의 실정과 무능은 감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남은 야권 윤성옥 위원은 회의 참여를 거부했다. 윤 위원은 지난 19일 입장문을 내고 "4대1, 6대1의 기형적 구조에서 거수기 역할은 의미가 없다"며 "디지털성범죄 전자심의를 제외한 모든 심의활동과 회의참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자막 쓴 방송 14건 심의 재개

2022년 9월22일 방송된 KBS 뉴스9 화면. 자막에 '미국'을 썼거나 '바이든'을 쓴 언론들이 심의 대상에 올랐다.

방심위는 22일 여권 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사건을 보도한 방송들에 대해 심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새로 위촉된 이정옥 위원은 회의 말미에 정정보도 1심 재판이 마무리됐으니 이 사안을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다른 위원들이 동의했다.

이광복 전 부위원장은 방송심의소위원장을 맡아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소송의 1심이라도 결과가 나온 뒤 논의 하자며 지난해 5월 위원들과 합의해 심의를 중단했었다.

당시 심의 대상에 올라 있던 안건은 MBC와 KBS, SBS 등 지상파 3사와 종편 4개 사가 모두 포함돼 있었고 보도전문 채널 등에서 방송된 보도 등을 모두 합해 14건이 30일 방송심의소위에서 다시 상정될 예정이다. 심의 취지는 윤 대통령 발언이 확실하지 않았는데도 이들 방송이 '바이든'이라는 확정적인 자막을 달아 '객관성' 항목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이정옥 위원은 "알권리와 바른 언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문재완 위원은 "연구자로서 관심을 가지고 방심위 기능에 대해 연구해왔다"며 "실무적으로는 모르는 게 많아 많이 배우겠다"고 취임 인사를 하기도 했다. 두 위원은 모두 방송소위 위원으로 배정받았다.

류 위원장 '심의민원 사주' 의혹 안건 사라져

야권 옥시찬, 김유진 전 위원이 해촉되기 전 상정한 류희림 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 관련 안건은 거론되지 않았다. 진상규명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해당 안건은 8일 새해 첫 전체회의 때 상정돼 있었지만 회의는 파행하면서 정회된 채 끝났다.

이후 방심위는 정회된 1차 회의를 다시 열지 않고 대신 2차, 3차 회의를 새로 열었다.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 1차와 2차 회의록을 회람하고 지난 회의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을 받았지만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같은 날 경찰청은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본류인 류희림 위원장에 대한 수사보다 제보자 색출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에 대해 "류희림 위원장이 고발인인 동시에 피고발인 성격을 갖고 있어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 한 곳에 배당하기 곤란했다"며 "경중이 아닌 접수된 순서대로 하다 보니 구분됐다"고 답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해 10월 류희림 위원장이 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근거 없이 무리하게 심의해 직권을 남용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한 달 뒤 이 사건이 서울 양천경찰서로 넘어왔고 그 다음 달 류희림 위원장의 수사 의뢰도 검찰에서 같은 경찰서로 이첩됐다. 결국 늦게 들어온 사건은 서울경찰청으로 보낸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전국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가 공개한 류희림 위원장 보고문건. /방심위 노조 제공

류 위원장은 1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가족이 민원을 제기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해충돌 회피를 하지 않았다는 내부 지적에 대해 "그런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심위 노조는 지난해 9월 직원이 류 위원장에게 보고한 자료를 공개하며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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