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사주 의혹' 제기에… 위원 해촉건의·방심위 압수수색

경찰, 6시간 압수수색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방심위를 압수수색했다. 의혹을 제기한 직원의 민원인 정보 유출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서다. 의혹을 두고 사태 해결을 요구한 야권위원들을 회의 방해 등 이유로 대통령이 해촉해 달라는 건의안은 아직 재가되지 않았다. 파행을 거듭하던 방심위는 멈춰선 모양새다.


15일 오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수사인력 10여명을 동원해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방심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영장을 제시하고 민원상담팀과 총괄부서인 운영지원팀에서 직원들의 컴퓨터를 확인했다.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 등 문제가 된 민원인 정보를 어느 자리에서 자주 열람했는지 사용 기록을 뒤진 것으로 보인다.

15일 서울시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6시간에 걸친 압수수색 중 경찰 수사관이 사무실을 잠시 빠져나가고 있다. /박성동 기자


이날 오전 9시10분부터 시작된 압수수색은 6시간 가까이 지나 오후 3시쯤 끝났다. 일부 경찰은 취재진을 따돌리며 계단으로 18개 층을 걸어 내려갔다. 경찰은 ‘이 사건을 왜 반부패수사대에서 맡았는지’, ‘경찰이 제보자 색출에 앞장서는 것인지’ 등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사회적 관심이 크거나 일선 경찰서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대형 사건을 주로 맡는다.


이번 압수수색은 수사의뢰 시점에서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류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신원을 알 수 없는 직원을 찾아 처벌해 달라며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민원인 정보를 언론에 제보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사건은 경찰로 이첩됐다. 접수 즉시 사건화돼 수사에 나서야 하는 고발과 달리 수사의뢰는 범죄혐의가 분명하지 않을 때 제보 수준으로 이뤄지는 진정에 해당한다.


노조는 경찰 수사가 류 위원장의 비위를 덮으려는 적반하장이라며 반발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방심위 역사상 압수수색이 들어온 건 처음”이라며 “경찰이 류희림 위원장과 짠 듯 이렇게 신속하게 압수수색 나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언론노조로부터 고발당했는데, 이 사건에는 수사에 진척을 보이지 않는 상황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당시 류 위원장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심의하면서 법령을 무리하게 적용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고발됐다.


전국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17일 류 위원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류 위원장이 민원을 제기할 뜻이 없던 이들을 시켜 ‘가짜 민원’을 넣게 해 업무방해죄의 요건인 ‘위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때문에 심의 공정성이 훼손됐는지 등 방심위 업무가 실제로 방해받았는지 입증은 쟁점이 될 수 있다.


한편 12일 의결된 야권 옥시찬, 김유진 위원의 해촉 건의안은 아직 대통령이 재가하지 않은 상태다. 16일 예정됐던 방송심의소위원회와 광고소위는 여권 위원들이 전날 불참을 통보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취소되는 등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이후 방심위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김유진 위원은 해촉안이 재가되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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